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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하루 10알이 적당해요 … 과다섭취시 중독 우려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1-26 10:54:54
  • 수정 2016-01-28 14: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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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안배당체·메틸리독신 탓에 반드시 익혀야 … 기관지질환 환자에게 좋아

은행은 소변색이 뿌옇고 걸쭉한 백탁 현상을 겪거나 야뇨증으로 치료받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은 고약한 냄새로 인해 행인들의 미움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그동안 은행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수거해 중금속 검사를 마친 뒤 복지관 등에 기증해왔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은행 냄새에 대한 민원이 들끓자 암나무 가로수를 뽑고 그 자리에 수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은행 냄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나무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교체 작업이 시작됐으며 차츰 수를 늘릴 예정이다.

은행나무는 동아시아 원산의 낙엽교목으로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나무에서 피는 자웅이주(雌雄異株)다. 은행 열매는 암나무에서 열린다. 어른으로 자라 종자를 맺기 전까지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은 없다. 어린 은행나무는 30년이 지나야 종자를 맺는다. 은행나무는 심은 사람이 손자를 볼 때 종자를 얻을 수 있다고 해 ‘공손수(公孫樹)’란 별칭을 얻었다. 지질학상 고생대 말기부터 자라기 시작해 7속 수십종으로 나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1종만이 남아있다.

은행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동부 지역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은행나무를 멸종위기종(Endangered, EN)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로수 등으로 흔히 볼 수 있지만 야생에서는 인간의 도움 없이 번식하고 자생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야산에서 은행나무 군락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저장성(浙江省)과 충칭(重慶) 진포산(金佛山) 일대에 소수의 서식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들 서식지가 사라질 경우 야생절멸종(Extinct in the Wild, EW)에 속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銀杏)은 살구와 생김새가 닮아 이름에 살구나무 행(杏)자가 들어 있다. 열매처럼 보이지만 사실 씨앗 일부분이 변형된 것이다. 은행알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암나무에 열리는 종자의 겉껍질에서 난다. 겉껍질을 감싸고 있는 과육질에 함유된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 냄새의 주범이다.

은행 냄새는 종자의 과육처럼 보이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여기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이 있어 잘못 만지면 옻이 오른 듯 고생할 수 있다.
이종록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은행을 만진 손으로 얼굴이나 눈을 비비면 부위가 많이 붓게 된다”며 “알레르기는 우리 몸이 특정 대상을 해로운 물질로 인식하고 면역계가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은행으로 인해 피부에 이상이 생기면 반드시 피부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은 기관지점막 분비를 촉진해 가래를 묽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기침이나 호흡곤란, 만성천식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소변색이 뿌옇고 걸쭉한 백탁 현상을 겪거나 야뇨증으로 치료받는 사람에게도 좋다. 민간에서는 은행이 정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은행은 흔히 볶거나 삶아 간식용으로 먹는다. 각종 요리의 장식에도 쓰인다. 닭이나 오리 요리에 넣어 끓이면 끈적끈적해진다. 고급 중국요리로 꼽히는 제비집 수프에도 은행이 들어간다. 은행 속껍질은 기름에 볶으면 쉽게 제거된다.

은행은 시안(청산)배당체, 메틸피리독신 등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은행 특유의 냄새의 원인인 청산배당체는 많은 양을 섭취하면 구토, 설사, 경련 등이 생길 수 있다. 메틸피리독신은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의식을 잃거나 발작을 일으키며 심하면 숨지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른은 하루 10알 미만, 어린이는 2~3알 이내로 섭취하는 게 좋다. 5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되도록 먹이지 않아야 한다.

박찬석 백운농장 대표는 “은행나무는 해충,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재배조건이 양호하고 관리만 자라면 키우기 쉽다”며 “은행나무에서 나오는 방향성물질(phytoncide 피톤치드)은 안정, 피로회복, 소염, 소독 등의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농장에서는 특별히 은행을 수확하지 않고 나무 밑에 거적이나 천막천(갑바천)을 미리 깔아두고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뒤 모아 걷어 들인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중국산 은행이 수입돼 국내산의 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산은 국산에 비해 낟알의 길이가 길고 둥글다. 테두리가 선명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또 중국산 깐 은행은 낟알이 덜 말라 통통하며 썩은 게 많다. 불에 구웠을 때 연한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은 국산이며 연한 황색을 띠는 것은 중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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