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는 혼자 생활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즐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가 400만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0년에는 최대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 밥을 먹는 이른바 ‘혼밥족’도 증가하고 있다.
혼밥족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원룸이나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는 경우다. 이들은 혼밥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TV나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자신만의 식사를 즐긴다. 지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가는 고깃집이나 패밀리레스토랑도 서슴없이 혼자 이용한다.
다른 하나는 왕따를 당해 친구가 없어 혼밥을 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워 화장실 등에서 몰래 밥을 먹는다. 일본에서는 이미 ‘변소밥’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점심 식사를 같이 할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적 곤경과 심리적 고립감을 가리키는 말로 ‘런치 메이드 신드롬’으로도 불린다.
세번째는 바쁜 일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경우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여기에 포함된다. 김밥이나 빵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식당을 방문해도 급하게 밥을 먹는다.
혼밥족들은 대부분 불규칙한 식습관을 갖고 있다. 이영미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서울·경인 지역 대학생 89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혼자 밥을 먹는 대학생의 약 70.4%가 15분 안에 식사를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분 내에 밥을 먹는다는 응답자도 8.7%에 달했다. 반면 친구와 함께 밥은 먹는다는 응답자의 식사시간은 대개 15~30분(48.4%)이었다.
의학적으로 한 끼 식사에 최소 15~20분은 투자해야 소화나 영양면에서 문제가 없다.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고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20분 정도 소모된다. 뇌가 배부름을 인식하는 시기가 실제로 배가 가득 찬 때보다 늦다는 의미다. 빠른 속도의 식습관은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는 결과를 낳는다.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는 결과가 초래된다. 위 속 내용물이 지나치게 많으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역류성식도염’이 생길 수 있다.
의도치 않게 혼밥을 해야 한다면 탄수화물, 단백질 등 필수영양소가 충분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즉석식품이나 통조림이 아닌 신선하고 깨끗하게 조리된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제철음식을 먹고 과일 등 간식을 간간히 챙겨 먹는 것도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혼밥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브라이언 원싱크 미국 코넬대 식품브랜드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혼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혼자 밥을 먹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혼밥족이 오히려 건강한 식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한 참가자 중 평소 소식하는 사람은 과식했으며, 평소 든든하게 먹는 사람들은 양에 차지 않게 먹었다. 원싱크 박사는 이같은 결과를 일종의 ‘규범의 힘’으로 파악했다. 그는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무의식적인 식사 페이스 조절자가 될 수 있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식사량과 속도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혼자 밥을 먹을 경우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식사를 하게 된다. 이는 뇌가 재충전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또렷한 의식을 갖고 식사에 임하게 도와준다. 전문가들은 1주일에 한두 번 혼밥하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게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함께 식사를 하는 ‘소셜 다이닝’이 주목받고 있다. 처음에는 식사만 같이 하다가 취미까지 같이 즐기는 등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