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는 닭과 함께 대표적인 가금육(야생의 조류를 길들인 것)으로 꼽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오리고기는 일부 사람들만 즐기던 음식이었다. 번화가에 오리고기 전문점이 생긴지도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오리고기에 사용되는 식용오리(집오리)의 80% 이상은 전남 지역에서 키워진다. 오리는 알을 얻는 품종과 고기로 이용하는 품종으로 나눠져 있다. 오리고기를 식용하려면 최소 40일은 키워야 한다.
최현석 농촌진흥청 축산물이용과 박사는 “오리고기 요리의 주재료가 되는 집오리는 1940년대 중국에서 수입됐다”며 “오리고기는 닭고기보다 연하고 부드러워 맛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까다로운 입맛을 지녔던 청나라 서태후도 오리찜 요리를 가장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오리고기를 예부터 즐겼다. 목, 간, 창자, 날개, 발 등까지 거의 모든 부위를 사용한다. 지역마다 특색을 갖춘 오리고기 조리법이 있을 정도다. 대표적으로 베이징에서는 물엿과 양념을 발라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게 구워내 껍질만 먹는다. 전문 요리사들은 손님 앞에서 껍질을 108조각으로 잘라 상에 올리고 살은 버린다. 일명 ‘베이징 덕’이다. 일본에서는 본래 야생오리를 먹었지만 최근에는 집오리를 즐긴다. 일본에서 오리고기는 진미로 꼽힌다.
대표적인 프랑스 요리로 꼽히는 푸아그라는 본래 야생오리의 간을 사용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푸아그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리보다 사육법이 먼저 발달한 거위의 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기술 발전과 품종 개량으로 집오리의 사육이 용이해져 집오리의 간을 이용하기도 한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들도 돼지고기 대신 오리고기를 먹는다.
오리고기는 중량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2.2~2.5㎏ 사이의 오리고기가 맛이 가장 좋다. 이보다 무거운 것은 육질이 질기고 가벼운 것은 살이 적다. 수컷보다 암컷의 맛이 좋은 이유도 대부분 적당한 중량대에 많이 속해 있기 때문이다.
설정훈 오리몽 대표는 “오리를 키우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거나 발육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일명 ‘파오리’로 부른다”며 “파오리는 다른 오리보다 가격이 저렴해 일선 식당에서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오리는 도축하면 냄새가 많이 나는데 이를 없애기 위해 강한 제취 재료를 가미하거나 훈제로 조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영양학적으로 유사하다. 둘다 100g당 16~18g의 단백질을 함유해 고단백 식품으로 꼽힌다. 콜레스테롤 함량(100g당 89~94㎎)도 비슷하다. 비타민B군과 철분은 오리고기가 더 풍부하다. 오리고기 속 비타민B₁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며, 비타민B₂는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빈혈 예방과 혈색 개선에 좋은 철분은 오리고기가 닭고기보다 세 배 가량 많이 들어 있다.
항간에 건강을 생각한다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말고 오리고기를 찾아 섭취하라는 말이 떠돈다. 오리고기가 그만큼 몸에 이롭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오리기름이 수용성이라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동물성 지방은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한다. 삼겹살을 굽다가 불판을 그냥 두면 지방이 하얗게 굳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식물성 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형태로 있다. 참기름, 콩기름, 들기름 등이 대표적이다. 동물성과 식물성의 가장 큰 차이는 지방을 구성하는 지방산의 포화도(이중결합의 양) 차이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으면 상온에서 액체일 가능성이 높다. 오리의 지방은 동물성임에도 불포화지방산 함유량이 많아 상온에서 액체 형태로 유지한다. 이같은 이유로 오리기름이 수용성 지방이라는 오해가 생긴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오리고기는 성질이 서늘하고 맛이 달며 허한 몸을 보호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어 ‘오리기름은 부종을 치료하는 데 이용된다’고 덧붙여 있다. 오리가 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기록이다. 하지만 각종 의학 고서를 살펴보면 오리 외에도 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류의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다. 굳이 건강을 생각해 오리고기만 찾아 먹을 필요는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