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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식욕 줄고 다이어트까지, 병원 달려가야 하는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1-15 02:54:59
  • 수정 2019-07-03 01: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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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내 체중 10% 줄면 진단 필요 … 당뇨병·갑상선기능항진증·췌장암 의심

우울증 지수가 높은 노인은 저체중이 될 확률이 높은 반면 과체중이 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슬림한 몸매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다이어트를 일생의 목표로 삼은 사람이 많다. 날씬한 몸매와 건강을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줄어든 체중계 바늘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하지만 운동량에 비해 과도하게 체중이 줄거나 저절로 몸이 야윈다면 암, 우울증 등 질병이나 건강 이상을 알리는 징후가 될 수 있다.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렇다 할 운동을 하지 않았는 데도 6개월 이내에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거나, 한 달 사이에 갑자기 3㎏ 이상 줄면 의학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체중감소는 체중증가보다 높은 확률로 중증질환의 징후인 경우가 많다. 식욕이 평소와 같고 음식섭취량은 늘었는데 체중이 감소하면 당뇨병, 갑상선중독증, 수면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드문 확률로 백혈병이나 림프종인 경우도 있다. 이밖에 암 등 악성종양, 감염, 신장질환, 정신질환 등이 체중을 줄이는 원인이 된다.

체중이 급격히 줄 때 먼저 의심해볼 질환은 당뇨병이다. 필수영양소 중 하나인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된 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세포로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혈중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해 에너지 부족과 만성적인 고혈당 상태에 이르는 질환이다.

세포에서 영양분으로 사용되지 못한 포도당이 혈액 속에서 돌아다니다 수분과 함께 소변으로 빠져나오면 허기를 쉽게 느끼고, 소변 횟수가 늘며, 식사량과 수분 섭취가 많아진다. 식사량이 늘더라도 체내에 부족한 포도당 대신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체단백이 급격히 감소하고 체중이 줄어든다.

내분비질환 중 하나인 갑상선기능항진증도 체중감소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이 질환은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하게 생산 및 분비돼 혈중 갑상선호르몬이 많아져 말초에서 갑상선중독증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갑상선호르몬이 많아지면 체력 소모가 심하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식욕은 그대로인데 체중이 계속 줄고 전신쇠약감과 근력약화가 동반된다. 여성은 월경이 불순해지거나 월경량이 줄어들며 성욕이 감소한다. 남성에서는 드물게 여성형 유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혜진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갑상선항진증 환자는 다른 사람보다 더위를 많이 타고, 일상생활 중 땀을 많이 흘리며, 체중이 급격히 감소해 수척해지는 증상을 겪는다”며 “증상이 악화되고 재발이 반복되거나 만성화되면 합병증이 동반돼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급성 고열을 동반한 폐렴, 위궤양, 위염 등에 걸리면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감소한다. 만성췌장염, 낭성섬유증, 염증성장질환, 기생충 감염, 식도협착, 만성 소화성궤양으로 인한 폐색, 악성빈혈, 간경변증 등도 식욕을 떨어뜨리고 구토를 초래하고 영양소 흡수에 문제를 일으켜 체중이 줄어든다.

식욕은 평소와 같은데 특별한 증상이나 징후 없이 체중이 감소하면 암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미국암학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가 4.5㎏ 정도 진행되면 암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빠른 성장을 위해 주변 장기 등에서 영양분을 계속 빼앗기 때문에 살이 빠지면서 체중이 줄어든다.
체중감소 외에 증상이 없는 암은 어떤 장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위장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간암이나 췌장암의 경우 신체 기본대사량을 높이고 에너지 소모를 늘려 체중을 감소시킨다.

특히 췌장암은 전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조기진단이 어렵고 사망률이 높다. 췌장은 위의 뒤편에 있는 길이 12~20㎝의 분비기관으로 소화기관에 필요한 소화액과 호르몬 등을 분비한다.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는 소화효소를 생성하며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한다. 간, 대장, 소장 같은 장기보다 더 뒤쪽에 위치한 데다 다른 장기에 둘러싸여 있어 병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철운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체중이 갑작스럽게 줄면서 원인불명의 복부통증과 소화불량이 동반되는 경우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췌장염·당뇨병을 앓는 환자도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조언했다.

치매도 체중감소와 관련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신경과 연구팀이 치매로 진단받은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500여명의 체중 정보를 분석한 결과 치매 여성은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체중이 감소했으며, 치매가 없는 여성보다 평균 체중이 5.4㎏ 덜 나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중감소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에 급격히 진행됐다.
메이요클리닉 데이비드 노프만 교수는 “인지기능이 저하되면서 후각기능도 떨어져 식욕이 감퇴되고 체중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체중감소 원인을 찾지 못할 때에는 세균감염 여부를 파악한다. 결핵, 진균병, 아메바성 농양, 급성심내막염 등은 체중을 감소시키는 주원인이다. 남성 동성연애자, 정맥주사 남용자, 다발성 수혈 수혜자 등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도 고려해야 한다.

기분전환장애, 정신분열증, 우울증 등 신경성 질환도 체중감소를 유발한다. 우울증의 경우 일조량 부족에서 비롯되는 겨울철 우울증보다 식욕 저하가 동반되는 여름 우울증에서 체중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노인성 우울증은 비만보다 저체중과 더 깊게 연관된다. 권영대 가톨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는 “45세 이상 중년 및 노인 2만6862명을 대상으로 체중과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 지수가 높은 노인은 저체중이 될 확률이 높은 반면 과체중이 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아시아권 중년과 노인 인구에서 우울증이 비만보다 체중 감소를 유발하기 쉽고 반대로 저체중이 우울증의 원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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