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일본 도쿄올림픽 개최가 결정되자 서양권 일부 나라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날생선을 먹는 나라에서 어떻게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 이벤트를 치룰 수 있겠냐는 게 이유였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주도해 스시(초밥, sushi)를 세계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후 스시는 동양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탈바꿈했다.
초밥은 본래 일본 음식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인들이 먹던 음식이 일본으로 건너와 초밥으로 발전됐다는 게 정설이다. 초밥의 기원은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남아시아인들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 절인 물고기를 쌀 안에 넣어 발효시켜 먹었다. 쌀밥의 자연발효법을 이용해 물고기의 보존성을 높인 음식이었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식해(생선을 토막친 뒤 소금, 조밥, 고추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를 초밥의 기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
국내에는 일제강점기에 소개됐다. 일식집은 화식(和食)으로 불렸으며 일반인들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스시를 초밥으로 부른 것은 1940년대로 추정된다. 김기림 시인이 잡지 ‘학풍’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초밥이 신조어로 취급받고 있다고 적혀져 있다. 당시 아이러니하게 김기림 시인은 초밥이란 신조어가 곧 잊혀질 것으로 예상했다.
초밥은 재료, 조리법, 요리사 수준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고급 초밥 전문점에 가면 먼저 계란초밥을 먹어보라고 조언한다. 이는 계란초밥이 의외로 맛을 내기 어려워 주방장의 솜씨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초밥은 크게 주먹초밥(니기리즈시, 握り寿司), 김밥(마키즈시, 巻き寿司), 누른초밥(오시즈시, 押し寿司), 유부초밥(이나리즈시, 稲荷寿司) 등으로 나뉜다.
니기리즈시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식초를 섞은 밥을 손으로 뭉친 후 그 위에 재료를 얹은 것이다. 보기 좋게 모양을 잡아 한 입 크기로 만든다. 19세기 초 도쿄 앞바다 에도마에에서 잡힌 해산물을 사용해 처음 조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패스트푸드처럼 주로 노점에서 판매돼 서민에게 친근한 음식이었다. 오늘날 초밥이라 하면 니기리즈시를 떠올릴 정도로 대중화됐다.
마키즈시는 밥과 재료를 김으로 말아 썬 것으로 한국의 김밥과 흡사하다. 단면에 재료가 보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 흔히 스시롤로 부르는 음식은 대다수 마키즈시의 일종이다. 한국의 김밥과 가장 큰 차이점은 김 겉면에 참기름을 바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함말이(군칸마키)도 마키즈시의 하나로 밥 위에 재료를 얹고 김으로 만 것이다.
오시즈시는 오사카 지역에서 주로 먹는다. 초밥을 틀에 넣고 눌러 만든 것으로 재료나 조리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니기리즈시처럼 한 개씩 만드는 게 아니라 긴 틀에 찍어 모양을 만든 후 잘라 먹는 게 특징이다. 니기리즈시보다 보존성이 뛰어나 점심 도시락 등에 자주 이용된다.
이나리즈시는 유부 속에 초밥을 넣은 것으로 일본 이나리신사(여우신사)에서 모시는 신의 사자인 기츠네(여우)가 즐겨 먹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일본에서는 유부를 이나리 또는 기츠네로 부른다. 참깨, 표고버섯 등을 간장에 조린 뒤 잘게 썰어 속 재료로 넣는다. 일본 초밥계에서는 저렴한 데다가 조리법도 쉬운 이나리즈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는 김밥과 함께 소풍 메뉴로 인기가 좋다.
초밥은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급격하게 발전됐다. 당시 도쿄가 개발되면서 성격이 급한 현지 사람들이 밥을 빨리 먹기 위해 초밥을 즐겼다. 간토대지진을 겪으면서 도쿄에 몰려 있던 요리사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스시의 전국적 대중화가 이뤄졌다. 이후 일본에 머물렀던 연합군 사령부가 식량 공급 통제를 위해 쌀 1홉과 초밥 10개의 물물교환만 허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대표 음식이 됐다.
일본에서 회전초밥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이후다. 하지만 당시에는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1990년대 일본 거품경제가 빠지면서 한 접시에 100~200엔 가량인 회전초밥이 재조명받았다. 고급 초밥 전문점에 비해 가격이 싸고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는 장점으로 초밥계에서 대세가 됐다.
초밥은 조리 후 바로 먹는 게 좋다. 음식이 공기와 접촉해 수분을 빼앗기면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