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박준혁 제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치료가 필요한 노년기 주요 우울장애 환자 대부분이 뇌혈류 순환장애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우울증은 노년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의학적으로 증상이 심각해 치료가 필요하다. 심각도에 따라 주요우울장애(심한 경우)와 경우울장애(경한 경우)로 나뉜다. 치료가 필요한 노인성 우울증 환자 약 절반이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다.
노인의 우울증은 노년기의 경제적 어려움,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 상실, 배우자의 죽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연구팀이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06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노인성 우울증 환자에서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뇌혈관 문제를 동반한 혈관성 우울증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 혈관성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대 초반에서 약 75%, 75세 이상에서 100%에 달했다.
혈관성 우울증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모세혈관이 막혀 발생한다. 자기공명영상(MRI)로 뇌를 촬영했을 때 백질병변을 나타낸다.
또 3년 후 추적 조사에서 여전히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의 비율이 비혈관성 우울증 환자는 10명 중 1명인 반면 혈관성 우울증 환자는 4명 중 1명으로 치료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노인 중 대뇌 허혈성 병변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년 뒤 우울증 발생 위험이 8배 높다는 것도 밝혀졌다.
노인성 우울증은 노인 사망률 증가, 신체질환 악화, 인지기능 저하, 신체통증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나이 들면 즐겁지 않은 게 당연하다’,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오해와 편견으로 제대로 진단받지 못할 때가 많다.
김기웅 교수는 “노인 우울증은 청장년층과는 달리 뇌혈류순환 문제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 많다”며 “혈관성 우울증은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일반 우울증과 치료법도 달라 초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울증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건강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ISAD) 공식학회지 ‘정동장애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