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차가운 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뇌졸중(stroke, Cerebro-Vascular Accident)은 암, 심장질환과 함께 국내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엔 혈압이 상승하면서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뇌졸중 사망률이 5번째로 높은 고위험 국가로 10만명 중 95.8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한다.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증 환자나 노인은 겨울철이 되면 약해진 혈관 부위가 터지거나 막혀 뇌졸중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뉜다. 높아진 혈압 탓에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 좁아진 뇌혈관이 혈전이나 피떡으로 막히는 뇌경색이라고 부른다.
이 중 뇌출혈은 뇌 실질 내 혈관이 터져 주로 고혈압에 의해 발생하는 뇌 내출혈과, 혈관벽 한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로 나뉜다.
이영배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겨울철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뇌졸중은 치료가 되더라도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지만 단순히 노인에서만 발생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영배 교수는 “뇌졸중은 신생아나 어린이를 포함해 젊은층에서도 발병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의학적으로 대략 45세 이하 성인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은 고령층의 질환과 발병원인이 다를 수 있어 ‘젊은 성인기 발생 뇌졸중’으로 따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젊은층의 뇌졸중은 고혈압 등 혈관질환 외에도 모야모야병, 루프스(낭창), 혈액응고억제인자인 항트롬빈Ⅲ·C단백·S단백 등의 결핍 및 기능이상, 혈전용해장애,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등 자가항체 증가, 피임약 복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면서 감각이 둔해지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어지럽고 비틀거리며 걷거나, 한쪽 눈이 안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겹쳐져 보이거나, 갑자기 심한 두통이 생기면서 구토가 올라오는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작은 뇌졸중’으로 불리는 ‘일과성 대뇌 허혈성 발작’도 전조증상 중 하나다. 이 질환은 일시적으로 뇌의 혈류부전으로 인해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다가 하루 내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을 일시적으로 잃거나 몸 한쪽이 마비되는 후유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길병원 연구결과 뇌졸중 환자 중 98%가 편측마비,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 5개 증상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손이 떨리는 증상 눈꺼풀이 떨리는 증상, 뒷골이 당기고 뻣뻣한 증상, 양손이 저리면서 뻣뻣한 증상 등을 뇌졸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앞에 예로 든 증상과 비교했을 때 뇌졸중일 가능성이 낮다.
뇌졸중은 증상 발현 후 얼마나 빠른 시간에 어떤 치료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치료 성적이 변한다. 다른 질환보다 빠른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뇌졸중이 오면 뇌세포가 바로 괴사되기 때문이다. 일부 뇌세포는 바로 괴사하지만 주변 뇌세포들은 아직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때 빠르게 혈류량을 높여 뇌세포에 적정량의 혈액을 공급하면 많은 뇌세포를 살릴 수 있다.
보통 증상 발현 뒤 2~3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게 이상적이다. 뇌경색의 경우 발병 3~5시간 내에 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혈전용해제요법 같은 치료를 받으면 뇌세포 괴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뇌졸중이 의심될 땐 먼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학적 검사로 뇌 상태를 파악한다. 이후 관류검사, 혈관검사, 심장초음파검사를 선택적으로 실시해 진단을 내린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진단되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급성기 치료를 시행한다. 이후 와파린 계열의 항응고제나 아스피린 계열의 항혈소판제로 2차 발생을 예방한다.
뇌혈관이 심각하게 좁아진 환자는 혈관조영술을 이용한 뇌혈관 스텐트삽입술이나 동맥내막절제술 등으로 치료한다.
뇌졸중은 완치됐더라도 안심하지 말고 재발 방지에 신경써야 한다. 한 번 뇌졸중에 걸리면 치료된 뒤에도 같은 혈관이나 다른 혈관에 다시 문제가 생기는 2차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높다. 보통 처음 발병한 뒤 한달 안에 1~4%의 비율로 재발한다. 1년내 재발률은 5~25%, 5년내 재발률은 20~40%로 점차 높아진다. 전체 뇌졸중 환자 중 4분의 1 정도가 5년내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한 뇌졸중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2차 뇌졸중의 경우 사망률은 2배, 치매로 악화될 위험은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혈전이 혈관을 막는 동맥경화가 원인인 경우 같은 뇌혈관에서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땐 혈전을 녹이고 혈액이 잘 굳지 않게 만드는 ‘혈전용해제’로 치료한다. 심방세동 같은 기저질환이 재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같은 혈관보다 다른 뇌혈관이 막힐 위험이 크다.
65세 이상 고령은 고혈압, 젊은층은 흡연이 뇌졸중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45세 이하 젊은 남성 뇌졸중 환자의 45%가 흡연, 29%가 고혈압으로 뇌졸중을 앓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인은 항혈전제 투여 등 이미 알고 있는 뇌졸중 재발 방지 원칙들만 잘 실천해도 뇌졸중의 80%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 중 뇌졸중이 발생하면 환자 못잖게 가족들의 사회·경제적 부담도 크다. 더욱이 젊을 때 나타난 뇌줄중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 정도로 후유증이 크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부터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등산, 레포츠 등 꼭 격렬한 운동을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평소 생활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여기엔 걸어서 출·퇴근하기,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가기, 의자에 앉지 않고 서서 일하기, 서서 청소하기 등이 해당된다. 과격한 운동 없이 일상생활에서 움직임만 늘려도 하루 에너지소비량이 20% 증가한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토마스 픽커링 미국 뉴욕 코넬대병원 메디칼센터 박사는 “스트레스에 반응해 부신 수질에서 생성되는 에피네프린(epinephrine)은 혈관을 급격히 좁아지게 만들고 피의 흐름을 막아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야기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뇌졸중이 발생하더라도 응급처치 후 짧게는 몇 주에서 2년까지 재활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다면 정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며 “단 이미 뇌혈관에 뇌졸중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재발할 확률이 높아 뇌졸중 2차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