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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러 시술 1주일도 안돼 흡수됐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12-31 13:30:43
  • 수정 2020-09-13 19: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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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친한 친구인 이모 씨(26)가 ‘필러 시술을 받으려고 하는데 혼자 가기는 무섭다’는 말에 함께 병원을 찾았다. 코끝 모양은 세련됐지만 다소 아쉬운 콧대를 높이기 위해 필러 시술 중 가장 흔히 이뤄지는 ‘코필러’를 받기로 결정했다.
 
병원에선 상담실장이 나와 어떤 제품으로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받는 시술인데다 이왕이면 좋은 제품으로 하자는 생각에 가장 고가의 외국산 히알루론산 제품을 골랐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녹일 수 있고, 지속기간도 1년 정도로 무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코 전체에 필러를 넣는 줄 알았지만, 의사는 이 씨에게 콧등 위·아래 중 어느 부위에 맞겠냐고 물었다. 당황한 이 씨는 ‘코 전체에 맞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의사는 ‘그러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콧대 위에만 필러를 채워 넣기로 했고, 10분 뒤 진료실 밖으로 나온 친구의 코는 약간 부은 듯 붉어져 있었다.
 
필러를 선호하는 것은 수술하지 않고도 ‘시술 전후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씨의 코는 그대로였다. 어디서 벌레에 물려 살짝 부은 듯 보였다. 살짝 매끄러워진 라인이 변화라면 변화였다. 심지어는 1주일 뒤 이 씨를 만났을 땐 필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씨는 “다시는 필러를 맞지 않겠다”고 속상해했다.
 
짧은 유지기간 더 줄이는 데 ‘의사의 테크닉’도 한몫
 
필러 전성시대다. 동안 붐으로 ‘베이비페이스’가 미녀의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너도나도 쉽게 필러 시술을 결정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게 피부 속에 존재하는 다당류의 하나인 ‘히알루론산’을 주성분으로 하는 히알루론산 필러다. 인체에 함유된 성분이고 생체 분해되므로 피부 속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스웨덴의 ‘레스틸렌’으로 1996년 처음 히알루론산 필러를 선보였다. 이밖에 미국의 ‘쥬비덤’, 프랑스의 ‘퍼펙타’, 한국의 ‘이브아르’ 등을 들 수 있다.
 
체내 성분과 비슷한 물질을 활용해 안전하지만 짧은 유지기간이 단점이다. 이 필러의 유지기간은 보통 10개월~1년 정도이다. 하지만 필러를 맞고 짧게는 며칠만에, 길게는 6개월만에 ‘이미 녹아 없어졌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적잖다. 이 씨도 “필러가 대중화되다보니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유지기간이 과장 광고된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필러는 리터치가 필수’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1년에 한번도 아니고 3개월에 한번씩 일정 비용을 들이기에는 다소 부담이 된다.
 
서인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히알루론산 필러의 유지기간은 10개월 안팎으로 볼 수 있지만, 지속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정확한 부위에 주입했느냐의 문제”라며 “단순히 주사를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필러 관련 제약업체 관계자의 대부분은 “필러는 시술법이 정형화됐고 실력이 아주 뒤지지만 않으면 효과도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서 교수는 “히알루론산 필러는 분자 크기에 따라 주사되는 피부층이 달라야 한다”며 “예컨대 필러제 입자 크기에 따라 지방층이나 진피층 중 올바른 곳에 놓여져야 하고 이를 잘 파악해 주사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굵은 입자의 필러는 지방층에 주입돼 무턱개선, 코성형, 안면볼륨증대에 활용되는 게 바람직하다. 입자 굵기가 중간인 것은 진피 중간층에 주입해 일반적인 주름제거와 입술확대시술에 쓴다. 이처럼 특정 제품을 특정 피부층에 넣는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의사의 시술이 둔감하거나, 필러가 저급해 입자 자체가 균일하지 않으면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필러가 1주일만에 사라지기도 한다는 의미다.
 
필러 시술이 대중화되고 박리다매 시술이 성행되면서 아무래도 미숙한 의사들이 ‘돈벌이가 되는’ 필러시술에 나서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속력은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콧대 높이는 것은 ‘오프라벨 처방’ … 원래는 주름 개선용도

국내서 필러를 활용한 성형 중 가장 보편적인 게 ‘코성형’이다. 낮은 콧대에 필러제를 주입해 높일 수 있어 많이 찾는다. 하지만 필러는 엄밀히 말하면 ‘코성형용’으로 허가받은 게 아니다. 서인석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필러를 입가주름, 이마주름, 패인 볼 등 주름개선 용도로 허가했다”며 “국내서 많이 이뤄지는 코, 애굣살, 이마나 뺨 등 단순 안면볼륨 등을 채워주는 것은 일종의 ‘오프라벨’ 처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코끝에 필러를 주입하는 것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여러 신경혈관이 모여있는 만큼 잘못 주입되면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프라벨 처방은 의약품을 허가한 용도 이외의 적응증에 처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허가사항에는 없지만 의사의 임상이나 경험적 판단에 따라 재량껏 처방하는 것이다. 오프라벨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 약이 될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한 임상근거가 부족해 독이 될 수 있다.

필러를 익숙하게 시술하는 유명 전문의도 지인이나 연예인에게 무료 시술할 경우에는 필러를 이용한 코성형을 권유하지 않는다. 필러만으로 코 모양을 제대로 연출하기 어려운 데다가 가격 대비 효과가 없어서다. 하지만 그밖의 다른 사람에게는 필러 코성형은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없고, 시술한 코 모양이 자연스러우며, 정기적인 시술로 멋있는 코 모양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유도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국내 ‘성형메카’ 강남의 성형외과들은 ‘삼중고’에 직면했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성형환자들이 지갑을 닫고있는데다, 유령수술과 탈세혐의까지 받으면서다. 

가장 큰 타격은 가격경쟁에 따른 환자 감소다. 일부 병원들이 간단한 동안시술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제제(일명 ‘보톡스’)와 필러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할인 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이날 찾아간 서울 압구정동의 한 피부과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간단한 주사시술로 ‘동안 얼굴’을 만들어주는 이른바 ‘쁘띠성형’을 위해 찾아온 손님들이다. 이 병원에선 업계평균 20만원인 사각턱 보툴리눔톡신 시술이 4분의1 가격에 시행됐다. 사각턱 보톡스는 턱에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주입해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게 하는 시술이다. 눈가 주름을 펴준다는 주름 보톡스는 3만원으로 인근 병원의 30% 가격에 불과했다.

반면 성형업계 ‘빅5’ 불리는 대형 성형외과들은 쁘띠성형 비용을 내렸지만, 여전히 비쌌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는 사각턱 보톡스에 60만원을 불렀고, 또 다른 성형외과는 40만원에서 최근 20만원으로 낮췄다고 했다. 

성형수술이 전문인 대형 성형외과에서 쁘띠성형은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캐쉬카우다. 성형수술은 대부분 마취가 필수인데다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보톡스나 필러는 주사 한방으로 시술이 끝난다. 

성형업계의 가격경쟁은 중국산을 비롯한 다양한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개발되면서 원가가 저렴해진데다, 연말 쁘띠성형 수요를 노린 마케팅 전략에서 시작됐다. 강남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연말은 기분전환을 위해 쁘띠성형을 하는 수요가 있는 시즌”이라며 “가격할인은 이런 수요에 대한 유도등인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행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여파로 위축된 성형시장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데다, 경기불황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가격할인 경쟁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대형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유령수술 의혹이 불거진 점도 저렴한 소규모 성형시장을 형성하는데 한 몫을 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최근 지난해 유령수술 의혹이 불거진 신사동 G성형외과가 1000억원의 탈세 혐의를 받고있다고 폭로했다. 

각종 의혹으로 대형 성형외과에서 환자가 줄면서 소속 의사가 개원하는 사례가 늘고있는데 개원 이벤트로 보툴리눔톡신과 필러 등 시술 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있다. 지난 10월 신사동에 개원한 한 성형외과에선 주름 보톡스가 5만원, 레이저 시술은 10만원에 이벤트 중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대형 성형병원에 대한 대리의혹이나 각종 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들이 작은 병원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보툴리눔 톡신이나 필러 시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고 저렴한 가격만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경우 실명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러의 경우 1차 시술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필러 성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2차 시술에 들어갈 경우 주사바늘이 혈관을 관통해 실명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촌 지역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필러나 보톡스가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보이지만, 혈관구조를 잘 모르는 의사가 시술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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