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KBO) FA(자유계약)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선수들의 몸값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과 경력을 보유한 선수라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경우 팀과의 계약에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을 던질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팔꿈치의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은 기량 하락과 은퇴로 직결될 수 있다. 야구선수가 아니더라도 노동강도가 센 일반인이나 체조, 핸드볼, 유도, 역도 등 팔을 당겼다가 쭉 펴는 동작이 많은 운동선수들은 팔꿈치 부상에 쉽게 노출된다. 심각한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은퇴 위기에 놓인 선수들을 회복시킨 게 ‘토미존수술(Tommy John surgery)‘이다.
이 치료법은 끊어진 팔꿈치 인대를 다른쪽 팔꿈치의 인대로 교체해 팔꿈치기능을 예전처럼 회복시킨다. 약 40년 전 처음 시도된 뒤 운동선수들의 팔꿈치 부상 회복 및 재활에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일부 어린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기량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잘못 알려져 작은 부상인데도 수술대부터 오르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야구선수들 중에서는 수술 후 구속이 5㎞ 가량 빨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1963년 데뷔한 토미 존(Thomas Edward John Jr)은 메이저리그 통산 288승을 올린 좌완 투수였지만 1974년 당한 팔꿈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공을 던질 땐 물론 던지고 난 뒤 팔꿈치 안쪽에 심각한 통증이 느껴졌다. ‘데드암(dead arm)’으로도 불리는 이 증상은 공을 던질 때 팔꿈치 척골측부인대(ular collateral ligament)가 파열돼 나타난다. 당시 프랭크 조브(Frank Jobe) 박사는 성공률이 낮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수술을 감행,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토미 존은 재활을 거쳐 1976년 마운드에 복귀했으며 13년 뒤 은퇴할 때까지 164승을 더 거뒀다. 국내에서도 류현진, 오승환, 임창용 같은 유명 투수들이 이 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했다.
토미존수술은 팔꿈치를 구성하는 위쪽 뼈와 아래쪽 뼈에 각각 두 개씩의 구멍을 낸 뒤 채취한 힘줄을 8자 모양으로 끼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엔 8자 모양 윗부분을 서로 연결시켜 신장력을 높이는 ‘도킹(docking)법’이 도입됐다. 이식된 힘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대처럼 변해 팔꿈치를 지지해준다.
수술 후에는 3주간 팔에 부목을 댄 뒤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부목을 제거한 뒤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팔을 약 30도 구부리고 100도 정도 펴주는 운동을 실시한다. 재활엔 최대 1년 3개월이 소요된다.
박진영 네온정형외과 원장은 “프랭크 조브 박사가 처음 집도할 당시만 해도 수술 성공률이 65% 정도에 불과했지만 점차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94% 수준으로 향상됐다”며 “국내 연구에서는 수술 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된 환자가 90%, 회복은 됐지만 불편함이 약간 존재하는 환자는 4%, 수술 후 기능이 오히려 떨어진 환자가 5%, 아예 회복지 않은 환자는 1%의 비율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대재건수술의 경우 1~2㎜ 오차만 생겨도 인대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돼 고도의 술기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스포츠의학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관련 논문이 발표되는 센터가 5군데에 불과하고, 국내에서도 토미존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은 부분마취, 한국은 전신마취 후 수술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박 원장은 “미국에서는 손상 부위와 같은 쪽 팔의 인대를 떼어 수술에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전신마취를 할 필요가 없다”며 “국내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쪽의 팔 인대를 떼어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전신마취 후 다른 쪽 팔의 인대를 채취한다”고 말했다.
투수들은 팔꿈치 인대 보호를 위해 투구 수를 적절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팔꿈치 인대가 견딜 수 있는 장력은 260N(1N=0.1㎏) 정도이지만 시속 150㎞의 속도로 공을 던질 경우 290N까지 치솟는다. 공을 던질 때 팔꿈치에 가해지는 장력 중 내측인대가 3분의 1, 관절막과 근육이 3분의 2를 담당한다. 하지만 공을 50~60개 던지고 난 뒤에는 지구력과 근력이 떨어지면 내측인대가 부담하는 힘의 비율이 2분의 1 수준으로 올라간다. 이로 인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피로 상태가 자주 반복되면 내측인대가 과부하되면서 파열된다.
직구를 던질 때 팔에 무리가 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팔꿈치를 비틀어 공에 스핀을 주는 변화구가 인대 손상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여러 구종 중 슬라이더가 팔꿈치에 가장 많은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원장은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선수는 직구와 커브만 던지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중학생을 대상으로하는 리틀 야구단도 변화구의 비율을 30% 이내로 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술은 성장판이 닫힌 이후나 닫히기 직전인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하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구속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수술부터 받으려는 선수가 종종 있다. 미국에서도 토미존수술을 받은 18세 미만 투수의 비율이 15%에서 2005년 3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술 자체로 구속이 빨라진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어린 나이에 무리하게 수술받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박 원장은 “수술 후 6~15개월의 재활기간 동안 온몸을 쉬고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향상되면서 구속이 향상되는 것”이라며 “공의 속도는 하체와 허리의 힘에서 51~53%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팔 인대를 재건했다고 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수술은 야구선수에게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육체노동이 많은 일반인이나 체조·핸드볼·역도·유도선수에게도 시행된다. 물을 따르는 등의 일상생활에서는 내측인대보다 외측인대가 더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일반인은 외측인대 재건을 받는 사례가 많다.
수술 후에도 12~18개월의 재활을 거쳐야 팔꿈치 인대가 제대로 회복된다. 근력을 제대로 강화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을 던지면 인대가 늘어나면서 끊어지고 팔꿈치 관절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박진영 원장은 “적절한 휴식과 인대 주변 근력 강화로 팔꿈치 부상을 예방하는 게 우선이고, 무조건 수술부터 받으려는 자세는 지양하는 게 좋다”며 “수술 후에도 투구폼 등 근본적인 원인을 고치지 않으면 재발 위험이 높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