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 1000명 중 13.1명이 자살을 시도했으며, 우울증이 있는 노인은 자살 성향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으며 연간 10만명 중 약 29.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세계 평균 12.4명). 노인 자살률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70세 이상 노인 10만명당 116.2명이 자살로 사망했고 이는 다른 나라보다 최대 20배 많은 수치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점과 젊은층에 비해 첫 자살 시도에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 자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사회적 관심에서 다소 밀려나 듯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심각한 노인 자살의 원인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코호트(cohort) 분석을 통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 한 달 간 자살충동을 느낀 노인은 1000명 당 70.7명,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은 13.1명에 달했다.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했다.
이런 자살 성향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에서 3배 이상 높게 나타나 우울증의 조기발견 및 치료가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자살 성향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 반면 적절한 일상 운동은 자살 위험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또 자살성향이 있는 노인들 중 혼자 살거나 알코올 남용이 있을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을 6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노인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빈곤 노인에 대한 지원책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노인 운동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관계망 형성과 알코올 남용 등에 대한 적극적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웅 교수는 “독거 및 빈곤 노인의 증가와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가 노인 자살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노인에 대한 경제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일상에서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문화와 여건을 조성하는 게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