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제약사들의 OB(old boy)모임이 연말 들어 잇따라 열리면서 그 역할이 새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OB모임은 단순히 친목 도모를 넘어 내부 결속 다지기, 정보 교류, 새 직장 찾기에 구심적 역할을 한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제약업계는 퇴직자들의 내부 고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회사들이 많았는데 OB모임이 활성화된 회사는 이런 곤경을 겪지 않았거나 최소화됐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검찰은 초동수사에서 회사에 불만을 품고 내부 자료를 제출한 퇴직자들의 치명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업계를 압박해온 게 사실이다.
퇴직자모임은 녹십자, 유한양행, 동아제약, 종근당, 한독 등에서 활발하다. 대웅제약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OB모임이 만들어졌다. 일부 외국계 회사도 OB모임을 유도하고 있지만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지 않는 경향 때문에 그리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OB모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유한양행의 ‘유우회’와 녹십자의 ‘녹우회’로 매년 연말이 되면 홍보실에서 보도자료를 내보낼 만큼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유우회는 1991년 퇴직사원 친목도모와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가입 대상은 유한양행에서 5년 이상 재직 후 퇴직한 임직원으로 현재 총 인원 995명이 등록돼 있다. 근무할 당시 직급에 상관없이 유한인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래 근무하는 경향이 강해 애사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녹우회는 1992년 고 허영섭 회장이 직접 만들었다. 다른 곳보다 경조사를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350여명의 회원들이 지역별, 동호회별로 분회를 결성해 움직임이 활발하다. 15년 이상 근속한 퇴직 임직원으로 가입 조건이 제약되며 매년 생일 해당 월에 10만원의 생일 축하금, 직계 존비속 사망 시 20만원, 본인 사망시 50만원, 자녀 결혼식 20만원을 회사에서 지급한다. 콘도미니엄을 운영해 회원들에게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매년 연말에는 정기총회를 열고 회사와 녹우회의 공동발전과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다양한 안건을 토의한다. 정기총회에 이어 열리는 송년모임에는 녹십자 허일섭 회장을 비롯한 현직 녹십자 임원들도 자리를 함께 해 옛 동료의 근황, 회사와 회원의 상호발전을 위한 정보를 교환한다.
동아제약은 1980년대에 가장 먼저 ‘동우회’라는 OB모임을 결성했다. 동우회는 회사와의 유대강화 및 사회사업을 통한 사회 기여를 목적으로 매월 셋째 주 화요일 동우회 사무실에서 모임을 갖는다. 회원은 현재 250여명이다. 회사 측은 명절과 근로자의 날에 동아제약 및 동아오츠카 제품을 지원하고 회원들 경조사에 화환도 보낸다.
한독의 ‘한독동우회’는 1980년대 한독 창업주인 고 김신권 회장이 직접 만들었다. 현재 약 650여 명의 회원이 있다. 매년 연말 정기총회와 송년회를 갖고 한독 현직 임직원들과 한독동우회 퇴직 사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한독은 지난 5월 창립 60주년을 맞아 충북 음성에서 생산본부 퇴직 사우들을 초청, 홈커밍데이를 개최하기도 했다.
종근당의 ‘종우회’는 1980년대 말에 설립됐으나 회원이 150명 선에 그친다. 3년 이상 근속했던 퇴직 임직원들이 참여한다.
대웅제약의 ‘웅비회’는 2012년 설립됐다. 현재 총 360여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으며 운영원칙 및 조직구성안을 수립해 소모임 운영, 회원명부 관리 및 경조사 지원 등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