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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는 지방 적은 우둔살·홍두깨살 최고 … 하루 숙성해야 부드러워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12-23 15:16:07
  • 수정 2020-09-13 2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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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서 한국만 먹어, 고기 속 영양소 고스란히 … 냉동은 단면이 직사각형, 진짜는 둥글

육회는 중국 북부지역부터 중앙아시아에 걸쳐 거주하는 유목민족 타타르족이 먹는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다.지난 9월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육회’ 논란이 일어났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상대로 질의 하던 중 “육회(肉膾)가 식스타임즈(six times)로 번역돼 외국인에게 관광객 대상 음식 메뉴판에 버젓이 적혀 있다”며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식당 메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나 품격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국관광공사는 한동안 웃음거리가 됐다.

육회는 소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에 날로 무친 것으로 동아시아권에선 한국이 유일한 섭취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만 먹다보니 육회를 뜻하는 마땅한 외래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육회 번역에 대한 혼란을 막기 위해 육회를 생소고기란 뜻의 ‘비프 타르타르(Beef Tartare)’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타르타르란 이름은 프랑스에서 먹는 말고기 육회에서 따왔다. 프랑스인들은 뵈프 타르타르, 뵈프 스테이크 타르타르, 타르타르스테이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말고기 육회를 칭한다.

타르타르는 중국 북부지역부터 중앙아시아에 걸쳐 거주하는 유목민족 타타르족이 먹는 육회에서 유래됐다. 타타르족은 중세시대부터 날고기를 갈아 소금, 후추 등 향신료를 첨가해 버무려 먹었다. 이들은 터키계 민족으로 18세기 중앙아시아와 중국 신장 지역으로 이주해 왔다. 타타르족의 요리는 한국의 육회와 프랑스의 타르타르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타르타르만 이름도 타타르족에서 기원한 것이다.

일본은 생선만 날로 먹는다. 중국은 아예 날 음식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하지만 11세기 이전엔 중국에서도 육회를 먹었다. 하지만 11세기 송나라 때 중국 전역에 대역질이 유행하면서 육회는 자취를 감췄다. 석탄 보급으로 불에 익히거나 튀기는 음식이 발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 육회를 먹은 역사는 길다. 조선시대 중기 실학자 이수광이 1614년 쓴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중국인들이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는 조선인을 보고 화를 내거나 놀렸다’고 적혀져 있다. 19세기 초반 문신이었던 서유구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통해 ‘어생(魚生)과 육생(肉生)을 잘게 썬 것을 모두 회(膾)라고 부른다’고 기록했다. 

육회는 일반적으로 소 엉덩이 살인 우둔살과 홍두깨살을 이용한다. 우둔살은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이 적고 살이 연하며 담백한 게 특징이다. 홍두깨살은 우둔살 옆면에 원통 모양으로 길게 붙어 있는 부위로 다듬이질할 때 사용한 홍두깨 방망이와 비슷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지방이 거의 없는 살코기 덩어리로 단단하면서 결대로 잘 찢어져 장조림용으로도 쓰인다. 일부 고급 육회집에서는 지방이 좀더 풍부하고 조직이 부드러운 채끝살을 사용하기도 한다. 채끝살은 우둔살과 홍두깨살보다 나오는 양이 적어 고급육으로 꼽힌다. 

경북 영천시 편대장영화식당의 편철권 대표는 “육회용 소고기는 사후경직 상태가 지나고 12시간 이상 숙성된 것을 사용해야 근육이 부드러워진다”며 “500㎏짜리 소를 잡아도 육회거리는 15~20㎏에 불과해 육회는 귀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육회용 소고기의 힘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씹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의 살코기만 육회로 먹는 건 아니다. 염통, 콩팥, 천엽 등 내장도 육회로 이용한다. 내장 육회는 ‘갑회’(甲膾) 또는 ‘각색회(各色膾)’라 부른다. 육회는 얇게 썰어 양념에 찍어먹는 육사시미와 엄밀히 다르다. 육사시미는 육회보다 신선한 고기를 사용해야 피맛이 덜나고 맛이 좋다. 최근 육사시미의 사시미가 일본어로 ‘회’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일부에서 바꿔 부르자는 움직임이 있다. 양념에 무치는 육회는 ‘육회무침’, 날소고기에 양념장을 찍어 먹는 육사시미를 ‘육회’로 칭하자는 것이다. 예부터 대구 등 경북 일대에서는 육사시미를 ‘뭉티기’, 전라도 지역에서는 ‘생고기’라고 부르고 있다. 

흔히 뷔페 등에서 나오는 냉동 육회는 엄밀히 진짜 육회가 아니다. 냉동된 소고기를 녹이면서 육즙이 빠지고 맛도 텁텁해져 소고기의 참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소고기맛 육회인 것이다. 냉동 육회는 썰린 모양을 보고 확인할 수 있다. 일정한 크기로 직사각형 형태로 잘린 것은 대부분 냉동 육회다. 크기는 비슷하지만 단면이 둥글둥글하다면 생고기로 봐도 좋다. 냉동 소고기는 채썰기가 수월하고 보관하기도 용이하다. 반만 신선한 냉장육은 웬만한 기술이 아니라면 일정한 크기로 자르기 힘들다. 육회에 사용되는 소고기는 지방이 거의 없는 부위로 동물성 지방질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 불에 익히지 않아 고기 속 영양소 파괴되지 않은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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