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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뇌사자 췌도 ‘1대1 이식’ 당뇨병 완치 첫 성공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5-12-23 12:15:38
  • 수정 2021-06-14 17: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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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홍 씨, 인슐린 중단 후 정상혈당 유지 … 반복이식 필요없어 환자 부담 감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췌도이식팀(내분비내과 윤건호·이승환·양혜경, 외과 홍태호, 영상의학과 최병길 교수)은 당뇨병 환자인 박찬홍 씨(60)에게 뇌사자의 췌도를 단독으로 이식한 뒤 인슐린 투여를 중단, 당뇨병 완치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씨는 30년 전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아 하루 4회 인슐린을 주사하고 하루 7회 이상 혈당을 측정하며 지내왔다. 철저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고혈당 및 저혈당 무감지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2008년부터 췌도이식을 기다려야 했다.


이식팀은 지난달 11일 뇌사자 기증췌장에서 이식에 적합한 고순도 췌도를 분리해 환자의 간문맥 내에 이식했다. 환자는 동종췌도 단독이식 후 합병증 없이 퇴원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인슐린(하루 총 30~50단위)을 모두 중단하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췌도이식 후 인슐린을 모두 중단하려면 2~4회 반복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하나의 기증 췌장에서 분리된 췌도를 1대1로 이식해 인슐린을 중단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국내에서는 주로 환자 자신의 건강한 췌도세포만 골라 이식하는 자가췌도이식 또는 자기 신장을 타인에게 주고 대신 췌도를 받는 동종췌도이식을 시행해 왔고, 췌도만을 단독으로 이식하는 동종췌도 단독이식은 드물다.

 

서울성모병원 선도형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단(사업단장 양철우)과 세포치료센터(센터장 조석구)는 췌도이식법을 개선하기 위한 다학제간 연구를 지속했다. 또 진료형 세포치료센터 외래를 개설해 실제 당뇨병 환자에 치료법을 적용했다.
  
당뇨병은 췌장의 췌도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없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당뇨병 개선을 위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를 사용한다.


제1형 당뇨병이나 일부 제2형 당뇨병 환자, 수술 등으로 췌장이 없어져 인슐린 분비능이 현격히 저하된 환자는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사하는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철저히 생활습관을 조절하고 인슐린을 규칙적으로 투여해도 극심한 저혈당과 고혈당이 반복되기도 한다. 게다가 반복적으로 저혈당에 노출되면 저혈당 무감지증이 발생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한다.


췌도이식은 뇌사자의 공여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건강한 췌도세포만을 분리해 당뇨병 환자의 간문맥에 주입, 당뇨병을 완치시킨다. 생리적인 인슐린 분비가 가능해져 저혈당 발생이 줄거나 없어지고 혈당 수치가 안정된다. 다른 장기이식과 달리 전신마취 없이 중재시술을 통해 이뤄지므로 부담도 덜하다.


하지만 타인의 세포를 이식하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하는 게 흠이다. 면역억제제 중 상당수가 혈당을 높이거나 이식된 췌도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준다.


췌도 공급원의 부족도 췌도이식의 한계점 중 하나다. 췌도이식은 고형 장기이식과는 달리 반복이식이 필요한 데다 생체이식이 불가능하고 오직 뇌사자의 췌도만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가 한정적이다. 뇌사자의 췌장을 확보하더라도 분리된 췌도의 수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이식을 진행하지 못하고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5% 미만에 그친다.

 

이식팀은 이같은 면역억제제 사용 및 장기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의 췌도세포를 면역보호막으로 둘러싸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어 기존 캡슐에 비해 생체적합성이 높은 캡슐을 개발해 동물모델(쥐·개)에 적용,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내용을 국제학술지 ‘이식(Transplantation)’ 지난 10월호에 발표했다.

 

윤건호 교수는 “췌도이식 환자는 다른 장기이식 환자와 달리 산정특례 혜택 및 면역억제제 급여 처방이 불가해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며 “분리된 췌도를 이용한 다양한 이식법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해외와 국내에서는 수량이 적다는 이유로 췌도를 전량 폐기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여장기 부족, 면역억제제 부작용, 높은 비용 등으로 동종췌도이식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현실 상황에서 캡슐화 췌도이식기술에 이종췌도세포를 접목해 무균돼지에서 분리된 췌도를 이식원으로 사용하거나, 이종췌도를 면역차단 캡슐화해 면역억제 없이 이식할 수 있다면 당뇨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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