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 중인 항생제 중 가장 강력한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다제내성 임균’이 국내에서 발견됐다. 임균은 일부 여성에서 자궁내막염, 난관염, 골반감염, 불임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 중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에 7주(3%), 세포독심(Cefpodoxime)에 17주(8%), 세픽심(Cefixime)에 19주(9%)가 내성을 보였다.
내성균주 19주 중 4주는 2011년에 일본에서 보고된 고도내성 균주와 유전형이 연관됐으며, 임균치료의 마지막 보루인 세프트리악손에 대한 고도내성 임균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임균에 의한 임질은 국내에서 연간 3만5000여건 발생한다. 생식기질환이라는 특수성 탓에 실제로는 훨씬 많은 환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인 임질은 발병 여성의 50% 정도와 일부 남성에서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남성은 배뇨시 따끔한 느낌이 드는 요도염이 가장 흔하며, 배뇨통과 함께 고름과 같은 농액이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
여성은 자궁경부염의 형태로 발전해 농액 분비물이 보이고 배뇨통, 빈뇨, 긴박뇨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므로 불특정 다수와의 성접촉을 피하고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게 권장된다.
치료에는 항균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내성 임균의 증가로 미국은 2013년 다제내성 임균을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내성균 3종 중 한 가지’로 지정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이미 세프트리악손 내성 임균 발생이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대부분의 임균에 사용했던 페니실린, 테트라사이클린, 퀴놀론계 항균제에 내성을 보인 균주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더 강력한 항균제인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균제로 치료받는 환자의 비율이 점차 증가해 2012년에는 전체 환자의 47%에 달했다.
이경원 교수는 “광범위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가진 임균이 국내에도 출현해 확산되려는 단계에 놓여 있다”며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세팔로스포린 내성 임균이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성매매금지법으로 특수직업 여성에 대한 국가적 관리가 어려워졌고, 여성 환자의 대부분이 무증상이어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정기적인 국가 차원의 항균제 내성 세균 감시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항균화학요법저널(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인용지수=5.313)’에 ‘광범위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가진 임균의 한국 내 출현(Emergence of decreased susceptibility and resistance to extended-spectrum cephalosporins in Neisseria gonorrhoeae in Korea)’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