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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양미리’가 ‘까나리’와 형제? … 서해산은 젓갈, 동해산은 구이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12-16 12:26:57
  • 수정 2020-09-13 20: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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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래 양미리는 자취 감추고 까나리만 존재 … 서해안·동해안 생김새 차이나고 유전형질도 달라
양미리(동해산 까나리)는 등푸른 생선의 일종으로 DHA, 칼슘 등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권장된다.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동해안에는 양미리가 지천이다. 항구마다 양미리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손질하는 어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0월부터 양미리를 잡기 시작해 12월에는 절정에 다다른다. 양미리가 겨울철 강원도 대표 생선으로 등극한 것은 과거 겨울바다의 주인이었던 명태가 온난화와 남획으로 사라지면서부터다. 양미리는 바다에서 갓 잡아올려 굵은 소금을 뿌린 뒤 내장을 꺼내지 않고 굽는 소금구이로 먹어야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양미리는 ‘양’과 ‘미리’의 합성어로 양(洋)은 바다, 미리는 용처럼 생긴 미꾸라지를 뜻한다. 붉은살 생선으로 배는 은백색이다. 이름은 미꾸라지지만 생김새는 꽁치에 가깝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총 4개월간 어획량이 전체의 약 95%를 차지한다.

강원도 고성, 강릉, 속초, 삼척 등이 양미리 주요 어획지로 꼽힌다. 강원도 가장 북쪽인 고성에서는 12월에 잡히는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고성산 양미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씨알이 잘은 편이다. 가장 아래 지역인 삼척에서는 1월이 양미리 제철이다. 양미리의 산란기는 겨울에서 초봄 사이다. 한류성 어종으로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 동해 연안으로 이동해 알을 낳는다. 

양미리는 왕모래가 많은 연안에 무리지어 생활한다. 여름철 수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면 모래 속으로 들어가 여름잠을 잔다. 이같은 이유로 영문명(sand lance, ‘모래 작살’이란 뜻)에 모래가 포함된다. 양미리는 동트기 전 먹이를 먹기 위해 모래에서 물 위로 한 번씩 튀어 오른다. 이 타이밍에 맞춰 어민들은 미리 바닥에 그물을 깔아 놓고 양미리를 걷어 올린다.

흔히 알고 있는 양미리의 본래 이름은 ‘까나리’다. 과거 양미리란 이름을 가진 생선이 따로 있었지만 최근에는 잡히지 않는다. 옛 양미리는 까나리보다 크기가 작고 입이 뾰족하다. 산란기는 초여름이다. 본래 양미리(학명 Hypoptychus dybowskii)는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며, 까나리(학명 Ammodytes personatus)는 농어목 까나리과로 둘은 완전히 다른 종이다. 

동해산 까나리(지금의 양미리)는 남·서해에서 흔히 잡히는 까나리와 같은 종으로 알려져 있다. 서해산은 어린 까나리로 봄에 수확해 젓갈로 이용되며, 동해산은 겨울철 산란기의 성어로 주로 굽거나 찌개에 넣어 먹는다. 동해산 까나리 크기는 20㎝ 이상으로 서해산 까나리(10~15㎝)보다 크고 맛도 좋다. 두 생선의 생김새와 쓰임새가 다르다보니 이를 구분짓기 위해 동해산 까나리에 양미리란 이름이 붙여졌다. 명칭상 혼란이 지속되자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동해산 까나리를 ‘동까나리’, 서·남해산 까나리를 ‘서까나리’로 부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동해산 까나리와 남·서해 까나리가 다른 종이라고 주장한다. 김진구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교수는 “유전자(DNA) 분석 결과 동해산 까나리는 서·남해산 까나리와 다른 유전적 구조를 보였다”며 “분류학적 관점에서 두 종의 다른 형질이 최종 확인되면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0년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동해어류지에는 동해안 까나리의 방언으로 대양어, 양매리, 양미리, 양어 등이 기록돼 있다. 서해안 까나리도 양매리, 앵매리, 야미리 등으로 부르는 것으로 적혀 있다. 북한에서는 까나리와 양미리 두 종을 모두 양미리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동까나리는 기름이 많지 않아 담백하다. 수컷이 암컷보다 고소하고 부드럽다. 이는 수컷의 곤지(정액 주머니, 정소, 精巢) 영향이 크다. 겨울철 산란기를 맞은 암컷에는 알이 꽉 들어차 수컷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까나리(양미리)는 등푸른 생선의 일종으로 두뇌발달에 필요한 도코사헥사엔산(docosahexaenoic acid, DHA)이 풍부하다. 이 성분은 생선 몸통과 눈 뒷부분에 많이 함유돼 있다. 뼈와 치아 건강을 돕는 칼슘도 멸치 못지않게 풍부하다. 멸치·전어처럼 뼈째 먹기 때문에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 성장기 어린이에게 권장된다. 양미리의 곤지에는 세포 재생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핵산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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