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누린내와 질긴 식감을 가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양고기가 수년 전부터 ‘양꼬치’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 일부 마니아층이나 동남아 출신 회교도, 중국 동포 등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왔던 양꼬치가 새로운 대세 외식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약 2870t이었던 양고기 수입량이 지난해 7189t로 약 2.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5193t에 비해 38% 증가한 수치다.
양고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판매된 건 1978년이다. ‘육류 파동’으로 고기 값이 급등하자 정부가 돼지고기를 대체하기 위해 보세가공 수출육으로 보관했던 양고기를 시장에 풀면서부터다. 하지만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 때문에 양고기 대중화는 실패로 끝났다.
2000년대 중국동포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양고기가 다시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서울시 대림동, 건국대입구역, 신천역 등에서는 양꼬치골목이 생겼을 정도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양꼬치는 중국의 것과 비교해 고춧가루가 중심이 된 향신료가 발라진 게 특징이다. 이는 중국 연변자치구에서 거주하던 중국동포들이 한국인의 식성에 맞춰 개발한 것이다.
양꼬치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원나라 이후 양꼬치를 즐기기 시작했다. 원나라가 망하고 중국 베이징에 남은 몽골인들이 양고기를 중국인 입맛에 맞게 개량해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 중국 전역에서 양꼬치를 즐겨 먹는다.
건국대 인근의 경성양꼬치 이학범 대표는 “과거 한국에는 누린내가 심한 머튼(Mutton)이 들어와 사람들이 양고기를 꺼려했다”며 “최근에 연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 램(Lamb)이 들어오면서 소와 돼지에 익숙한 한국인들도 친숙하게 양고기를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꼬치에 사용되는 양고기는 크게 1년 미만의 어린 양인 램과 생후 20개월 이상의 머튼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양고기 대부분은 머튼에 비해 살결이 부드럽고 잡내가 적은 램이다. 주로 호주산이다.
램은 머튼에 비해 누린내가 덜하지만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양꼬치 전문점에서는 양의 잡냄새를 잡기 위해 중국 신강성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이 즐겨 쓰는 ‘쯔란’을 이용한다. 이는 향신료 중 하나로 박하와 고수를 섞어 놓은 듯한 냄새가 난다. 일부에서는 양파 및 대파를 이용해 즙을 내고 고기를 재워 냄새를 줄이기도 한다.
양고기는 크게 어깨살, 양갈비살, 엉덩이살 등으로 나뉜다. 어깨살은 결합조직이 근섬유보다 많아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돼지나 소 어깨살은 다소 질기지만 양 어깨살은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어깨살 중에서는 목과 연결되는 숄더랙이 가장 인기가 좋다. 풍부한 육향과 쫄깃한 식감으로 로스팅이나 바비큐를 해 먹기 안성맞춤이다. 양꼬치에서도 어깨살을 많이 사용한다.
양갈비살은 양고기 중 가장 고급 부위다. 적당한 마블링에 풍부한 육즙을 지녀 별 조리 없이 구워 먹어도 맛있다. 갈비살은 근섬유지방이 많아 장시간 조리하는 것보다 재빨리 요리하는 게 좋다.
엉덩이살은 어깨살, 양갈비살 등에 비해 질기다. 따라서 장시간 조리하는 찜으로 이용하면 부드러운 식감을 얻을 수 있다.
양꼬치는 약간 느끼하고 한끼 식사로는 양이 부족해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 꿔바로우(鍋包肉) 는 느끼한 양꼬치의 맛을 잡아주는 데 적절하다. 꿔바로우는 돼지고기를 넓적하게 펴서 찹쌀을 입혀 튀긴 다음 후추 등 향신료를 뿌려 가미한 것으로 쫄깃한 식감이 특징적이다. 옥수수 온면도 양꼬치와 어울린다. 고추를 섞은 다대기와 각종 채소를 넣으면 얼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양고기는 저칼로리·고단백 음식으로 양기 부족, 다이어트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 중동 등에서는 대표적인 전통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다. 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은 전혀 딴판이라는 의미의 중국 고사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은 예부터 양고기가 다른 육류에 비해 귀했음을 보여준다.
양고기는 단백질, 철분, 비타민 등이 풍부하지만 다른 육류보다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 특히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성기름, 버터, 쇼트닝 등이 많이 함유된 포화지방산은 다량 섭취하면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혀 심장질환 발병률을 높인다. 국내에 많이 들어오는 램 갈비살에는 100g 당 34.4g의 지방이 들어 있어 기름기 많은 고기로 여겨지는 돼지고기 삼겹살(26.4g)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