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대표적인 미래성장동력인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사업’에 총 1270억원을 투자하기로 밝히면서 의료기기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정부는 착용 가능한 소재·부품, 플랫폼 기술 개발에 1110억원을 투자하고 상용화를 위한 사업화 지원센터 구축에 1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웨어러블은 몸에 착용하는 기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편의성과 휴대성을 극대화시킨다. 웨어러블기기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헬스케어다. 산업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헬스케어 분야 웨어러블기기 시장 규모는 2013년 5억달러(약 5500억원)로 2017년엔 10배 이상 성장한 55억달러(약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생체신호 인터페이스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의료기기는 위치기반시스템을 활용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위치기반기술은 신체활동이 불가능한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시계, 팔찌, 반지, 허리벨트, 목걸이, 의류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파스처럼 몸에 붙이는 기기도 있다. 현재 시판된 제품들은 혈당측정과 심박수 관리 등 개인건강관리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현대인은 바쁜 일상 속에서 제대로 건강을 챙기거나 운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헬스케어 웨어러블기기에 관심이 많다. 초창기엔 손목이나 팔에 감는 밴드 형태 기기에 걸음수, 이동거리, 소모열량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건강데이터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운동 방법을 코치해주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연구개발에 뛰어들면서 헬스케어 웨어러블기기 시장 상황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구글은 올해 여름부터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대한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기존 스마트시계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각종 센서들이 장착돼 심전도(ECG) 측정 등 건강진단이 가능하다. 또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통신기술(IT)이 융복합돼 건강데이터를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심장병 환자들이 퇴원 후 심장박동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파킨슨병 환자들이 운동이나 외부 활동을 줄이게 되면 건강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파악할 수 있는 앱도 포함돼 있다.
휴대용 저주파치료기도 등장했다. 동아ST 계열사인 엠아이텍은 편의성을 강조한 휴대용 저주파자극기 ‘레쥬’를 출시하고 약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기기는 피부를 통과한 전기가 신경을 자극하는 원리로 전기펄스가 피부에 부착된 겔전극을 통해 신경과 근육에 전달돼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두드림, 주무름, 지압, 조합 4가지 자극 모드로 작동되며 15단계까지 조작이 가능함으로써 사용자가 강도를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다.
이밖에 현재 출시된 웨어러블 의료기기로는 운동량·칼로리·걸음수 등을 측정해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나이키의 ‘퓨얼밴드’, 앱을 통해 의사가 수술 중 환자의 사진과 맥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구글의 ‘구글글라스’, 혈당측정센서가 내장돼 1초에 1번씩 혈당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스마트콘택트렌즈’, 앱을 통해 개인의 운동량과 식사량을 분석하는 SK텔레콤의 ‘헬스온’ 등 다양하다.
특히 올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밴드형 체지방측정기 등 웨어러블 기기를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하면서 시장이 더욱 요동치고 있다. 여기엔 △생체 현상 측정분석용 △신체기능 향상용 △운동레저용 △일상 건강관리 의료정보 제공용 △만성질환 현상 관리용 △만성질환 의료 정보 제공용 등 만성질환자 자기관리용 등 유해성이 낮은 웨어러블기기가 해당된다. 이들 제품이 의료기기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면 사전 허가심사,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등 의료기기에 적용하는 의무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공산품의 특성상 건강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의료기기가 갖는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결점도 안게 된다.
의료와 관련된 제품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해 생명을 보존하기도 하지만 오남용, 다양한 결과 해석에 따른 신빙성 저하, 상업적 이용 등으로 인해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총기처럼 위험성이 상존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식약처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앱이나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잘못된 정보제공과 이에 따른 처치 오류로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웨어러블 의료료기는 방대한 의료정보를 담은 만큼 개인정보의 유출 및 악용 문제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7월 환자의 개인정보 47억건을 팔아 넘긴 업체와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개인정보범죄 정보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은 23일 병원 보험청구심사 프로그램업체인 G사의 김 모 대표(48)와 다국적 의료통계업체인 I사의 허 모 대표(59), 이동통신 S사 육 모 본부장(49) 등 20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하고 재판에 넘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사이버 범죄인들에게 의료정보는 신용카드 정보 못지 않게 요긴한 돈벌이가 된다”며 “신용카드의 경우 분실신고만 하면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의료정보의 경우 분실신고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이를 이용해 보험사기 등을 반복해서 저지를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의 의료정보를 이용해 특정 불법 의료기관이 환자 몰래 건강보험공단에 치료비를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어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명목으로 환자정보를 동의 없이 무단 활용하는 병폐가 만연한 의료계에서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안전한 사용을 컨트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