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전증후군(PMS, Premenstrual Syndrome)은 흔히 여성이라면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할 고통이다. 매달 많은 여성들이 생리 시작 1주일 전부터 배가 콕콕 찌르듯 아프거나, 두통에 시달리거나, 몸이 퉁퉁 붓는 등 신체적인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뿐만 아니라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긴장되고 불안·초조·불면증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져 별것 아닌 일에도 우울해지거나 쉽게 화를 낸다.
여성은 평생 400~500회 월경하게 된다. 생리 전 4~7일간 PMS를 겪는 점을 감안했을 때 평생 약 4~10년, 즉 3000여 일 동안 PMS로 생활의 불편을 겪게 되는 셈이다.
한 연구 결과 PMS를 겪는 시기의 여성은 업무생산성 등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1인당 4333달러에 달했다. 이와 함께 자녀 등 가족에게까지 여성의 기분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주부 최모 씨(34)는 최근 PMS를 치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시기에는 평소보다 예민해져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다.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에서 평소라면 귀엽게 느껴지는 아이의 행동이 귀찮아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내버려두라’는 사인을 보내기도 하는 것.
최 씨는 “아직 다섯살 밖에 안 된 아이의 어리광을 받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며 “별일 아닌데 화가 나거나 가끔은 지나치게 혼을 내는 것 같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PMS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감정조절이 내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자신은 감정기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엄마와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아이는 누구보다도 빨리 엄마의 기분을 파악하고 눈치를 보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기중심성이 강해 세상의 모든 원인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가령 엄마가 기분이 나빠보이면 ‘엄마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가 나 때문이구나’ 하고 자책을 느낄 수 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 자칫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주눅이 들기 쉽다.
김태준 원장은 “여성 대부분은 PMS를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고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여기며 참는다”며 “하지만 이 시기의 감정적 변화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므로 감정기복 등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생리전증후군은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개선하면 어느 정도 완화된다. 예컨대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은 피하고, 짜거나 탄수화물이 다량 함유된 음식의 섭취는 줄이며, 흡연 및 음주는 삼간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방법만으론 한계가 느껴지면 치료를 받을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김 원장은 “PMS를 극복하려면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관건”이라며 “평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하고 환경호르몬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며, 숙면을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상이 심한 사람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복합경구피임약제제 등을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월경전증후군은 생리가 시작된 후 증상이 대개 사라지지만 월경이 시작된 후에도 복통 등 신체 증상이 계속된다면 자궁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자궁에 종양이 생기는 자궁근종은 월경전증후군과 증상이 유사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