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31·여)는 매달 배란통으로 ‘생리가 오겠거니’ 가늠한다. 생리를 앞두고 아랫배에 찌르르한 통증을 느끼거나, 속옷에 피가 비치곤 한다. 생리통은 없지만 배란통을 느낀다는 것.
가임기 여성 중 20%는 매달 배란 전후 고통을 느끼는 배란통(ovulation pain)을 겪고 있다. 이런 경우 일시적으로 ‘배란 출혈’도 경험하게 된다.
배란통은 배란기에 하복부에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다. 배란 후 에스트로겐이 감소되고 난소가 파열되며 나타난다. 복통은 심하지 않고 매달 오른쪽 또는 왼쪽 중 한쪽만 아픈 경우가 많다.
통증은 오래 가지 않고 대개 몇 시간 안에 사라지나, 길게는 2~3일간 불편감이 지속된다. 심하지 않은 오심, 두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때 갈색분비물이 비치거나 생리혈처럼 양이 많고 지속되는 배란출혈을 겪을 수 있다. 생리주기가 28~30일인 여성을 기준으로 생리 첫날 이후 14~16일째 일어난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배란통은 배란이 이뤄지면서 난포가 파열돼 복강 내 약한 출혈이나 난포의 성장에 따른 난소의 부종에 의한 것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때 난포 내부의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복강을 자극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갈색의 혈이 점액과 섞여 분비되는 것은 난자가 배출되면서 발생되는 자연스런 증상으로 볼 수 있다. 난자가 배란되기 전부터 뿌연 점액질이 분비된다. 이는 대표적인 배란 증상 중 하나로 정자가 안전하게 질 내부로 들어올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배란통은 환자가 매달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통증을 느끼는지 여부, 기초체온표, 초음파검사 등으로 배란이 이뤄지는 시기에 맞춰 일어나는지 체크하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간혹 여성 중에는 배란통이 나타나는 날을 기준으로 임신을 계획하기도 한다. 난자는 배란 후 12~24 시간, 정자는 배출된 후 48~72시간 정도 수정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대개 배란 전 3일 이내가 임신 확률이 높은 ‘황금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김태준 원장은 “배란통은 배란이 잘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배란통을 느끼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배란통이 있는 날을 기준으로 임신 가능한 날짜를 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임을 원하는 여성의 경우 배란통이 심한 시기에 성관계를 갖는 것을 피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란통은 유해하지 않고 일반적으로는 특별한 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고통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거나 극심한 경우 이부프로펜, 타이레놀 등 진통제를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배란이 억제돼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일부 여성은 출산 후 생리통과 마찬가지로 배란 후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도 말한다.
김태준 원장은 “배란통은 통증 이외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통증이 지속적이고 배란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며 증상이 심한 경우 다른 질환과 감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궁외임신, 난소염전, 자궁근종, 골반염, 급성자궁내막염, 급성충수염 등도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산부인과를 찾아 진찰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