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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페이스오프,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단계에 왔을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11-24 17:21:52
  • 수정 2020-09-13 20: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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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시작으로 전세계 30건 정도 이뤄져 … 2015년 11월 최초로 완전히 얼굴 갈아 끼워
안면이식수술은 사고나 기형으로 얼굴의 전체나 일부를 잃은 환자에게 사후 기증받은 타인의 안면 피부를 붙이는 것이지만 국내의 경우 법적 요건 미비, 안면기증자 부족 등으로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약 20년 전 1997년 개봉한 영화 ‘페이스오프’는 당시 ‘미국 과학자들이 꼽은 가장 비과학적인 영화’로 꼽혔다. 주인공 존 트라볼타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서로 얼굴을 맞바꿔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2005년 프랑스에서 실제로 안면이식이 이뤄졌다. 다만 당시엔 타인의 얼굴 자체가 아닌 손상된 얼굴의 일부를 이식하는 데  국한돼 ‘영화와 같은 완벽한 페이스오프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11월 17일 화상으로 얼굴을 잃은 미국의 전직 자원소방관 패트릭 하디슨(41)이 안면이식수술로 말 그대로 ‘새 얼굴’을 갖게 됐다.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즈 미국 뉴욕대 랜건 메디컬센터 의료팀은 26시간에 걸친 수술로 전직 소방관에게 얼굴과 두피 등 가장 넓은 면적의 조직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페이스오프, 즉 안면이식수술은 사고나 기형으로 얼굴의 전체나 일부를 잃은 환자에게 사후 기증받은 타인의 안면 피부를 붙이는 것이다. 수혜자의 얼굴 손상 정도에 따라 피부 밑의 지방과 근육, 혈관, 신경 등을 함께 들어내고 경우에 따라 뼈도 이식한다. 

안면이식수술은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중국, 폴란드, 터키 등 전 세계적으로 30건 가량 이뤄졌다. 2005년 11월 프랑스에서 자신이 기르던 개에게 얼굴을 물린 여성이 세계 최초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부분적으로 이식받았다. 이후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차례로 수술받았다.

얼굴 부위는 해부학적으로 혈관, 신경, 미세근육 등이 복잡하게 자리잡고 있는 만큼 안면이식은 수술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다. 이식이 필요한 부위를 미리 정한 뒤 연결이 필요한 혈관, 신경 등을 찾아 기증자의 안면에서 이식에 필요한 여러 조직을 적출해 붙이고 다시 혈관과 신경을 미세수술로 연결해야 한다.

하디슨의 경우 완전히 얼굴을 갈아 끼운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이번 수술에선 이식 범위에 두피와 귀까지 포함됐다. 대수술이다보니 생존율은 50%였지만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수술을 결심했다. 2개의 의료팀이 26시간에 걸쳐 얼굴, 두피, 상반신 일부까지 이식수술을 진행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식된 피부는 뒤통수 쪽에 봉합해 얼굴 정면에는 흉터가 전혀 남지 않았다. 이식받은 새 얼굴은 20~3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면이식수술은 신체기능까지 회복시킨다. 로드리게즈 박사는 “하디슨은 눈꺼풀을 움직일 수 없어서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앞으로 몇 차례 더 수술받으면 정상시력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스스로 식사할 수 있게 되거나,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등 다양한 기능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로드리게즈 박사는 “그동안 집도한 안면이식 수술 중 가장 넓은 범위의 안면 이식이었다”며 “특히 눈꺼풀을 이식한 첫 수술”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술 비용은 미국 기준 간 이식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페이스오프는 수술 후 면역관리가 결과를 좌우하게 되는 만큼 평생 관리해야 한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환자는 수술 후에도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며 “면역억제를 과도하게 할 경우 몸이 필요로 하는 면역 기능까지 억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조절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안면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중 5명이 이식거부반응으로 사망했다.

한국에서 안면이식수술은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시행하는 병원은 없다.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재건수술의 일종으로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지만, 수술 자체가 복잡한 데다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받은 피부를 거부할 수 있는 등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안면이식을 위한 법적 장치도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이식 대상 장기는 신장·간장·췌장·심장·폐·골수·각막 등 주로 고형 장기 위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홍종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외상·화상·종양 등으로 얼굴의 많은 부분이 훼손된 환자의 안면기능을 재건하기 위한 안면이식수술을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의 효용과 안전성을 인정하는 신의료기술로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 교수는 “국내엔 외상, 화상, 종양 등으로 안면 결손을 호소하는 환자가 상당수”라며 “기존 방법으로 얼굴을 재건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라 신의료기술로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평원 측은 세계적으로 성공사례가 드물고 각각의 수술도 사례별로 다양해 이를 평가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며, 기존 성형수술법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면이식을 반대하는 사람도 적잖다. 생명 연장이 아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게 수술의 목적인데 환자가 수술 실패의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이유에서다. 국내서 뇌사자의 얼굴을 기증하는 문화도 자리잡히지 않아 수요가 있더라도 기증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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