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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원에 보청기를? … 보조금 확대, 국내업체 부진 만회 기회될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1-24 15:07:55
  • 수정 2020-09-13 20: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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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급여 34만원서 131만원으로 인상 … 원천기술 보유한 외국계기업, 시장 82.5% 점유
몇년 새 난청 환자가 꾸준히 늘면서 보청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보청기 사용률은 낮은 편이다. 이달부터 보청기 구입시 131만원의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면서 보청기 업계가 화색을 보이고 있다. 보청기 급여비가 기존 34만원에서 131만원으로 인상되면서 복지카드를 소유한 청각장애인은 보청기를 본인부담금이 거의 없이 구입할 수 있다. 차상위계층과 생활보호대상자는 100%인 131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그 외의 사람은 10%의 본인부담금액(13만1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업계는 보험급여가 확대되면 5년 내 시장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청기는 난청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이다. 추호석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진료원장은 “난청을 ‘단지 소리를 잘 못 알아듣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노인성 난청이 진행되는 데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면 청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청이 많이 진행된 경우 보청기 착용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여전히 보청기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청력이 더 손실되는 것을 막으려면 가급적 보청기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난청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내 보청기 사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청각학회 공동연구 결과 국내 난청 환자 중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25% 이상의 보청기 착용률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청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들은 평균 100만~300만원으로 비싸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중간 도매상과 소매상들이 유통 과정에서 이윤을 챙기는 경우가 많고 보청기 시장 대부분을 외국계 회사가 점유하고 있어 보청기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보청기 시장규모는 2012년 547억원에서 2013년 611억원, 지난해 617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 시장의 82.5%(508억원) 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 업체들의 매출은 미미한 편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보청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상진단장비, 치과용 임플란트 등 여타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최신 제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보청기 업계의 기술력은 외국계 기업에 비해 한참 뒤처진 게 현실이다. 한 보청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보청기는 인체에 직접 삽입되는 제품이 아니어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진 않는다”며 “하지만 매우 작은 기기에 증폭장치나 배터리 등을 집약시켜야 하므로 고급 원천기술이 필요한데 다국적 기업들만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술 격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업계 모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외국 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자사 제품 및 기술력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보청기 시장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은 스타키코리아(미국), 포낙보청기(스위스), 지멘스보청기(독일), 오티콘코리아(덴마크) 등 19곳이 대표적이다. 이 중 스타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180억원, 시장점유율 약 32%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초소형 고막형 보청기인 ‘사운드렌즈Ⅴ’를 출시하고 각종 사회공헌사업에 뛰어들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사운드렌즈V는 외이도 골부 안쪽 깊이 착용할 수 있어 울림 현상이 최소화되고 소리 증폭이 커 중·고도 청력손실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그동안 외국계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던 국산 업체들은 이번 보청기 보조금 확대를 매출 상승을 위한 기회로 보고 신상품 및 패키지 출시 등 전략을 내놓고 있다. 국산 업체로는 세기스타, 딜라이트보청기, 대한보청기 등 23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딜라이트보청기의 경우 인상된 보험급여 기준에 맞춘 청각장애인 패키지 상품을 마련해 보청기 구매에 소요되는 자기부담금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2011년부터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 귀 모양에 맞는 맞춤형 보청기인 ‘가음’, ‘청음’ 등을 제작 및 판매하고 있다. 또 직영점 판매로 유통마진을 없애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엔 SK 등 대기업도 보청기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보청기로 사용할 수 있는 무선 헤드셋 ‘스마트 히어링 에이드’를 출시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청력 상태를 측정하거나 병원 검사 측정값을 입력하면 헤드셋이 최적화된 음성과 음향을 제공하는 원리다.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획득했다.
삼성전자도 디지털 보청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 리스닝 디바이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보청기는 원가 대비 판매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의료기기”라며 “국내 보청기 제조업체들은 아직 주요 부품의 단순 조립에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핵심기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청기는 주로 외이도(귓구멍)에 장착하는 형태로 사용되고, 외부 소리를 증폭시켜서 전달해주는 원리로 작동한다. 사용법이 간단하고 착용이 쉬운 게 장점이다. 하지만 외이도를 폐쇄하기 때문에 ‘음되울림 현상’이나 ‘(공기 및 음성) 폐쇄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보청기 효과를 높이는 착용 습관도 숙지해두는 게 좋다. 소리가 나는 곳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잘 들리는 단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문맥을 파악하는 습관을 들여야 착용 효과가 높아진다. 3~6개월에 한 번씩 청력검사는 필수다.

보청기는 착용 직후부터 소리가 잘 들리게 하는 게 아니라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는 뇌의 신경가성(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 때문이다. 뇌가 새로운 소리에 순응하려면 몇 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착용 초기에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거나 크게 들리는 말소리가 금방 구별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유로 보청기를 빼서는 안 된다.
보청기 착용 후 1주일은 TV와 라디오를 끄고 실내를 조용하게 한 상태에서 하루 2~3시간 정도 착용하다가 점차 착용시간을 연장해야 한다. 보청기를 끼고 난 후엔 상적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등 달라진 점을 꼼꼼히 기록해 보청기 관리자에게 알리는 것도 착용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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