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청소를 하다가 축축한 귀지가 나오고, 평소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심하다고 느껴지는 여성은 유방암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2009년 토시 이시카와 일본 도쿄공대 생분자공학 박사팀은 성인 여성 124명의 혈액 샘플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유방암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ABCC11 유전자’(ABC 수송체 유전자)가 귀지의 성질과 겨드랑이 냄새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유방과 귀지를 만드는 분비선은 모두 ‘아포크린샘’이며 귀지나 산모의 초유는 같은 분비샘에서 유래해 귀지의 상태를 살펴보면 유방암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특히 ABCC11 유전자가 끈끈하고 축축한 물귀지와 액취증(osmidrosis)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지는 죽은 피부세포가 기름과 뭉쳐 생긴 것으로 귀의 부드러운 내막에서 내부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귀지는 유전학적으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처럼 두가지 귀지 중 한 가지 타입을 갖게 된다는 귀지이형성(earwax dimorphism)은 이미 1907년 일본 키시(Kishi.K) 박사가 유럽인과 일본인의 귀지에 유전적 차이를 처음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마른 귀지는 회색빛으로 보풀이 진 듯 얇은 조각으로 이뤄져 있고, 습한 귀지는 옅거나 짙은 갈색을 띠며 약간 끈적하다. 동아시아 인종에게서는 마른 귀지가, 백인과 흑인에서는 습한 귀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귀지는 체질을 타기 때문에 샤워나 수영을 자주 한다고 해서 마른 귀지가 젖은 귀지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평소 귀를 건조하게 유지해도 귀지 형태가 마른 쪽으로 변하지도 않는다. 사소하지만 귀지는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파악하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유방암 발병의 경우 다른 암종과 마찬가지로 오롯이 유전적인 요인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어느 정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언급된 겨드랑이 냄새도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 이시카와 박사는 “귀지가 끈끈한지의 여부는 상대적이어서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겨드랑이 냄새가 심한 사람은 대체로 귀지가 끈끈하므로 비교적 간단히 유방암과의 관련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방암 환자 발생률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인 만큼 웬만한 여성은 유방암 자가검진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20~30대 여성도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 증세로 가장 흔한 증상은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다. 목욕하거나 우연히 거울을 보다가 멍울을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멍울뿐만 아니라 유두의 혈성분비물, 유두함몰, 유방피부함몰, 피부궤양, 피부결절, 피부부종, 오렌지껍질처럼 변하는 피부변화 등이 유방암이 의심되는 주변의 이상징후들이다.
다만 유방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가슴의 변화가 느껴질 정도면 암 진행이 어느 정도 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해린 강남 차병원 외과 교수는 “내 귀지가 어떤 유형인지 고민하기 전에 기름기와 당분이 많은 음식섭취를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 스스로 제거할 수 있는 유방암 위험 요소부터 없애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가장 좋은 것은 정기적인 유방검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