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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가공육 발암물질 경고’ 한국선 검증 필요 … 한국인 섭취량, 기준치 4분의 1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11-18 16:29:39
  • 수정 2021-12-02 15: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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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편 참고논문 중 한국인 대상 연구 전무 … 발암 과학적 증거력 표현했을 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국제암연구소(IARC) 발표와 관련해 내년 하반기에 적색육과 가공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지난달 22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rch on Cancer)가 적색육(소, 돼지 등 붉은 살코기)과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해 발표했다. 가공육 소비가 높은 서양 국가를 중심으로 파장이 크자 사흘 뒤 WHO는 “IARC 보고서는 가공육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섭취를 줄이면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IARC는 보고서를 통해 소시지, 베이컨, 햄 등 가공육을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소, 돼지 등 적색육은 2군A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이어 △육류가 몸에 해롭다는 증거는 정기적으로 육류를 섭취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결장암, 직장암 등과 관련 있다 △육류 소비가 암을 유발하는 전반적인 위험은 작지만 육류 섭취량에 따라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정리했다. 각 나라의 보건당국이 가공육과 육류 섭취의 위험과 편익의 균형(risk and benefit balance)을 위한 평가를 실시해 국가마다 알맞은 가공육과 적육의 섭취량(dietary requirement)과 요령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IARC는 암 원인에 관한 연구를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971년부터 985개의 물질을 평가해 발암여부를 조사했으며 이를 토대로 114권의 모노그라프(monograph, 단행본 형태로 쓴 논문)를 발간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가 지난 17일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정선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이번 IARC 연구에선 10개국 전문가 22명이 참여해 800여편의 논문을 비교·분석했다”며 “적색육 700여편, 가공육 400여편 논문이 참고됐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은 거의 없거나 전무하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3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담긴 모노그라프가 공개되면 세세한 내용이 밝혀진다”며 “국내에선 내년 하반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적색육과 가공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IARC는 조사한 물질을 크게 1군(발암물질), 2군A(발암가능물질). 2군B(발암잠재물질), 3군(비분류), 4군(발암 비위험) 등 5등급으로 나눈다. 


1군은 사람에게 확실하게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담배, 술, 방사선, 석면가루, 라돈, 벤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간염바이러스, 공기오염, 소금에 절인 생선(젓갈), 경구피임약,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등이 포함된다. 


2군A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개연성이 있는 물질로 튀김, 글리포세이트,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야간교대근무, 미용실근무(화학약품 노출) 등이 있다. 2군B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커피, 휘발유 등과 함께 김치를 비롯한 아시아 전통 염장음식, 코코넛오일, 휴대폰 전자파와 자기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3군과 4군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는 물질이다.

이번 IARC 발표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부분은 ‘가공육’이다. IARC는 가공육의 제조법, 처리법, 조리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암 발생 위험성을 경고했다. 가공육은 기존 육류를 형질 전환해 맛을 개선하고 유통기한을 연장시킨 것으로 발효, 훈제 등이 이뤄진다. 

IARC에 따르면 매일 50g의 가공육을 섭취할 시 대장암 또는 직장암에 걸릴 위험은 18% 늘어난다. 하루 50g을 먹으면 1년에 18.3㎏을 섭취하는 셈이다. 식약처는 지난 2일 IARC 발표에 대해 한국인의 가공육과 적색육 섭취량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인의 가공육 소비량은 이보다 훨씬 적은 연간 4.4㎏로 위험 기준치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미국의 1인당 가공육 소비량은 44㎏, 독일은 30.7㎏ 등으로 한국의 약 10배, 7배 수준이다.

대표적인 가공육으로는 햄과 소시지가 있다. 올해 초 식약처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햄과 소시지는 가공육에 들어가는 육류와 전분양에 따라 나뉜다. 햄에는 육류가 90% 이상 들어간다. 소시지에는 고기 70% 이상, 전분 10% 이하에 어육 등 다른 식품이 함유된다. 


적색육 등 특정 살코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발암성 여부는 가공육보다 증거가 불충분해 2군A로 분류한 것으로 예측된다. 육류 가공 중에는 니트로소화학물질,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등 발암성 화학물질이 형성될 수 있다. 가공육과 적색육을 조리할 때에도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 벤조피렌 등 화학물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들 물질은 다른 식품에도 함유돼 있으며, 대기오염에서도 확인된다.

이같은 논란으로 국내 가공육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 17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6일까지 햄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2%, 소시지는 18.2% 하락했다. 가공육 전체 매출도 20% 가량 낮아졌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햄이 5.2%, 소시지는 30%나 급락했다. 정부, 학계 등이 잇달아 반박자료를 내놓으면서 업계에서는 매출 감소가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냉담하다.

전문가들은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로 규정된 것에 대해 흡연, 음주 등과 함께 똑같이 위험한 게 아니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위험요소의 확인과 위해 가능성을 분리해 생각해야 되며 혼란스럽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동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가공육과 적색육의 과다섭취가 대장암 발병의 요인인 것은 맞지만 술, 담배 등과 비교할 때 유해성이 적다”며 “담배는 암 발생의 약 19%에 영향을 주지만 가공육과 적색육은 3%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서구형 암 발생의 증가가 서구화된 식단과 관련 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대장암 발병률이 낮아지고 있는 사실을 볼 때 육류 섭취와 암 발생의 연관성이 뚜렷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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