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모 씨(29)는 최근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할 뻔 했다’며 괴로워하고 있다. 두 살 난 아이에서 아토피피부염이 생길 기미가 보이자 온라인 카페 등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카페 곳곳에 ‘스테로이드는 나쁘다’는 글이 많았다. 오히려 피부홍반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내용이었다.
자연치료 위주로 돌리는 게 현명하다는 글에 민간요법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피부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 진물이 나고 부어오르는 피부를 보다 못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간호사로부터 ‘이 지경이 되도록 왜 놔두었냐’는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간호사는 “요즘 엄마들 중에 병원치료를 믿지 못하고 무조건 민간요법에 나섰다 뒤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박 씨를 다독였다.
아토피피부염은 ‘애매모호하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소아질환으로 꼽히는 추세다.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서는 전체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전체 환자 수의 50% 안팎을 차지해 가장 높았다. 생후 2~3개월부터 시작,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앓다가 보통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 아토피도 함께 졸업한다.
소아아토피 어린이를 둔 부모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아토피는 불치병이 아니며, 절대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토피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부모의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피부질환이다.
아토피피부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이다. 아이가 밤낮으로 몸을 긁어대는 통에 부모까지 괴롭게 만든다. 이때 상처가 나면 2차 염증으로 악화되고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화’가 나타난다. 주로 팔다리가 접히는 부분, 사타구니, 생식기, 엉덩이, 손, 발 등에 흔히 나타나며 악화되는 부위는 제각각이다. 이런 경우 외관상으로도 좋지 않아 미리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아토피 치료의 기본은 피부과를 방문해 상태를 파악해가는 것이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보습제만 잘 발라도 호전된다.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를 바르고, 그래도 호전되지 않으면 면역조절제를 활용하기도 한다.
약만 활용한다고 완벽히 증상에서 탈피하는 것도 아니고, 약을 끊어 재발될 경우 부모들은 오랜 치료에 지쳐 민간요법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특히 온라인에서 ‘스테로이드는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비방글을 보고 아예 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지양해야 한다.
박천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국내서 아토피피부염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한 해 평균 100만 명 정도”라며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약 72%가 민간요법을 써본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토피는 만성 피부염이기 때문에 병원 치료로도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지만 차차 나아진다”며 “무턱대고 민간요법을 쓰면 증상이 오히려 심해지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요법은 정립된 의학이 아니라 경험에 의한 내용이므로 재연성이나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인터넷과 ‘카더라 소문’만 믿고 아이에게 민간요법을 시행했다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피부병이 나타났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씻는 문제’다. 백혜성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피부에 뭔가 올라오면 물로 씻어내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매일 목욕하며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은 좋지만 욕조에 오랜 시간 있는 것은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욕은 20분 이내로 마치고 목욕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가려움증이 더 심해지므로 약간 미지근한 물로 씻기는 게 좋다. 기존 비누보다 천연비누나 아토피 전용 제품을 사용하는 게 자극이 덜하다.
유명한 온천 등에는 ‘아토피에 좋다’고 써붙여놓기도 하지만 아직 해당 성분들이 아토피에 좋은지 나쁜지 명확하지 못하다. 또 대중탕에서 오래 몸을 담그는 게 위생상으로 그리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씻은 후 물기를 닦을 때는 피부를 문지르듯 닦지 말고 수건으로 톡톡 두드려 닦는 게 좋다. 목욕한 뒤에는 모공이 열려있고 수분이 마르지 않은 상태라 보습제 성분이 피부에 쉽게 침투할 수 있어 3분 안에 보습제를 발라주는 습관을 들인다.
박천욱 교수는 “최근에는 목초액, 황토, 쑥물, 녹차, 등 특정물질로 목욕시키면 증상이 호전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피부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령 소금물이 염증을 완화시킨다고 생각해 이를 활용해 목욕시키는 경우가 있다. 피부가 손상된 상태에서 소금물에 닿으면 자극받은 피부가 쓰라린다. 소금물 농도가 높을수록 피부 속 수분을 빼앗아 각질을 유발하게 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목욕법이다.
최근 유행한 쑥물·목초액 등을 바르거나 이들 성분으로 목욕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들 식물 성분은 모두 아토피를 완화시킨다는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다. 쑥은 쉽게 구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지만 독성을 가져 증상을 악화시킬수 있다.
목초액도 피부 속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져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2010년에는 국내 연구팀이 134명의 아토피 환자를 대상으로 민간요법 이후 상태에 대해 조사했다. 이후 증상이 악화된 사람은 21%였으며 그 중 목초액으로 인한 경우가 64%를 차지한 바 있다.
화학제품인 로션보다 ‘생 알로에’를 바르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부모도 있다. 알로에는 피부진정 효능을 갖고 있지만 알로에도 독성을 갖고 있어 이를 맨살에 직접 바르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아토피 치료의 첫걸음은 병원 방문이다. 이와 함께 ‘식습관 관리’가 받쳐줘야 한다. 일부 어린이는 ‘음식’이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아토피피부염을 가진 있는 아이 중에는 음식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에 특정적으로 반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3~4가지 종류의 음식에 동시다발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달걀, 우유, 콩, 땅콩, 밀 등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차가 있다. 음식에 이상반응을 보인다면 병원에서 진단받는 게 우선이다. 식품알레르기로 나타났다면 원인 식품을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어릴 때 ‘무조건’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은 더 이상 좋은 식습관이 아닐 수 있다. 아이에게 맞지 않는 식재료는 피해야 한다. ‘먹다보면 나아지겠거니’ 하는 부모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이때 같은 식품군에서 제한 음식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음식을 선택해 섭취하도록 해야 영양면에서 불균형이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