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얼굴 부위를 예쁘게 개선하는 것을 넘어 체형으로까지 넘어가는 경향이다. 대표적인 보디성형으로 ‘지방흡입수술’을 꼽을 수 있다.
지방흡입술은 불만족스럽거나, 비정상적인 비율로 축적된 피부밑 지방층을 음압이나 초음파로 제거, 몸매를 다듬는 시술이다. 수술 직후 시술 부위의 부피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서구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지방흡입수술은 이제 국내서도 많이 이뤄지는 체형성형의 대표 격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3년 전세계에서 절개 성형수술 중 가장 인기 있는 게 ‘지방흡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도 피부·제모시술에 이어 지방흡입수술이 두번째를 차지했을 정도다.
그만큼 지방흡입술 관련 부작용 피해도 늘고 있다. 2013~2015년 7월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지방흡입술로 인한 불만상담은 580건에 달했다. 이 중 지방흡입술과 관련된 상담 유형은 ‘수술 관련 불만’이 446건으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울퉁불퉁, 함몰’이 99건(22.2%)으로 가장 많고, ‘효과 미흡’이 95건(21.3%)으로 전체 상담 건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흡입수술을 받으면 무조건 매끄러운 라인으로 거듭날 것으로 여겨 쉽게 봤다가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지방흡입수술은 임상경험이 적은 의사에게 시술받으면 자칫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향의 결과가 나올 우려가 있다. 부피는 작아졌을지언정 라인이 매끄럽지 못하고 울퉁불퉁해 속이 상하기 십상이다.
직장인 최모 씨(27·여)도 지난해 지방흡입 시술 후 오히려 위축돼 있다. 그는 허벅지만 보면 힘이 빠진다. 여고시절부터 허벅지에 콤플렉스를 느껴온 그는 작년 이맘쯤 가족과 친구들 몰래 허벅지 지방흡입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술 후 허벅지 안쪽에 주름이 지고 라인이 울퉁불퉁해진 것.
부피는 줄어들었지만 코끼리 가죽처럼 늘어진 다리 때문에 올해도 비키니를 입지 못했다. 친구들은 ‘다리가 날씬한데 왜 자꾸 가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고민을 털어놓기엔 망설여진다. 회복기간을 거친 뒤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보고 웨이트트레이닝에도 매진해봤지만 허벅지 탄력은 차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병훈 연세이미지라인의원 원장은 “지방흡입은 간단해보이지만 집도의의 노하우가 결과를 좌우하는 섬세한 시술”이라며 “지방량만 무조건 많이 뽑는다고 될 게 아니라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되 적정량을 남겨 자연스러운 라인을 형성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방흡입 후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시술 부위가 울퉁불퉁해지거나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이는 피부 아래의 피하지방층의 지방이 균일하게 제거되지 못해 일부가 남아 있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흡입되는 현상이 겹치면서 유발된다. 살이 처지거나 혈관이 지나치게 비치기도 해 재수술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치료가 까다로워 첫 시술부터 제대로 된 방법으로 시술받는 게 최우선이다. 최 원장은 “지방흡입수술을 한번 받으면 캐뉼라가 지나간 자리에 섬유성 흉터조직과 신생 혈관 등이 자라나 이전보다 조직이 치밀해진다”며 “당연히 첫 수술보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므로 재수술 시 병원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한 지방흡입으로 피부가 달라붙어 유착이 생긴 경우엔 이를 풀어주는 수술부터 시행된다. 이후 함몰된 부위에는 미세지방이식을, 지방이 덜 뽑힌 곳에는 지방흡입으로 라인을 평평하게 만든다. 경우에 따라 지방흡입 후 늘어진 피부의 탄력을 향상시키는 시술 등 다양한 기술이 요구된다.
하지만 1차 수술 시 지방을 무리하게 제거한 사람은 원상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 피부가 지나치게 얇아져 있거나 유착이 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다가 1차 수술로 비정상조직이 자리잡은 만큼 수술 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출혈이나 부종 등도 1차 수술 때보다 심해질 수 있다.
다만 회복과정과 부작용은 구별돼야 한다. 지방흡입 후 회복 경과는 개인 체질이나 상황, 시술 부위, 지방제거량, 마취액 침투 정도, 시술에 사용하는 장비, 이후의 관리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거의 모든 환자는 수술 후 부기와 멍이 오래 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모든 과정이 끝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시술 면적이 넓고, 빼낸 지방량이 많아 다른 수술보다 회복기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병원의 설명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자칫 회복 과정을 부작용으로 오인하고 마음을 졸일 우려가 높다.
지방흡입수술의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부기, 멍, 바이오본드, 일시적인 감각저하 등이다. 멍이나 부기는 예상 외로 오래 이어져 여름 직전보다 여유를 두고 겨울에 받는 게 유리하다.
멍은 주로 중력을 따라 내려오면서 사라진다. 예컨대 복부에 지방흡입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 보면 멍이 허벅지까지 내려오기도 한다. 진한 멍은 1~2주 정도 지나면 빠지고, 옅은 멍은 1~2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 부기를 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족욕이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게 포인트다.
최병훈 원장은 “평소 멍이 잘 들거나, 한번 피가 나기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지 않거나, 혈관이 좁은 사람일수록 멍이 진하고 오래갈 수 있다”며 “멍은 정맥혈관과 모세혈관에서 출혈이 생긴 것으로 피부가 얇은 사람은 두꺼운 사람에 비해 혈관이 쉽게 비쳐 보여 피부 두께가 얇은 사람일수록 멍이 짙다”고 설명했다.
부기는 약 3개월간 빠졌다가 올라오길 반복하며 자리를 잡으므로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시술 후 약 3~7일간은 홀쭉한 라인을 유지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부기가 올라온다. 처음엔 자신의 본래 체형보다 굵어질 수도 있다. 이를 ‘시술효과가 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거나, 신체 활동량이 적거나,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거나, 음주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붓기 쉽다.
이와 함께 일시적인 울퉁불퉁함이 동반되는데, 부작용은 아니므로 안심해도 된다. 지방층이 있던 자리가 빈 공간으로 변하면 인체는 이를 다시 올려 붙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수술 부위가 간지럽거나, 붓거나, 발열감이 생기거나, 통증이 나타나는데 압박복 착용은 이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방을 많이 흡입했다면 회복 과정이 더 길어지므로 상당 기간이 지나 적절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야 탄탄한 라인을 유지할 수 있다.
최 원장은 “수술 후에는 일시적으로 감각이 저하되거나, 정전기가 올라오는 것 같은 저린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감각 저하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통 1주일 안에 호전되고, 드물게 6주를 넘기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흡입수술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이오본드’다. 피부 밑에 지방만 있는 게 아니고 진피층과 혈관, 림프관이 혼재하므로 흡입 과정에서 이들 조직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 이 때 밀도가 높은 단단한 부종과 뭉침을 형성한다.
최병훈 원장은 “만졌을 때 동글동글 몽우리가 진 느낌이 들고, 점성을 띠며 뭉치는 현상을 ‘바이오본드’로 불린다”며 “이는 당연한 회복 과정이며 시간이 흘러 라인이 잡히면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바이오본드는 수술 부위 전반에 걸쳐 형성되지만 특히 나타나기 쉬운 부위는 ‘주름이 지는 곳’이다. 가령 허벅지는 사타구니 사이, 팔을 흡입했다면 겨드랑이, 복부에는 앉을 때 생기는 주름이 뭉치기 쉽다. 수술 직후 나타난 뭉침은 대략 3개월 정도에 걸쳐 서서히 풀린다.
수술 후 고주파 시술로 관리하며 경락마사지를 병행하면 회복이 빨라진다. 수술 1주일 후부터 힘이 들어도 해당 부위를 스트레칭을 해주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관리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뭉침이 그대로 남는 것은 아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시술은 회복의 속도에 차이를 만들 뿐 지방흡입수술 결과는 수술 과정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