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박유성 통계학과 교수, 이준영 의학통계학교실 교수)은 마른 사람보다 적당히 비만한 사람의 사망위험이 더 낮다는 연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특히 50대 이상 고령일수록 고혈압,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등 각종 만성질환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비만이 저체중보다 오히려 건강에 도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2~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중 30세 이상 100만명을 추출해 표본 코호트를 만든 뒤 질병과 건강행태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비만에 의해 유발되는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계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파악하고 사망위험률(hazard ratio, HR)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BMI가 23~24.9인 과체중을 기준으로 사망위험률(Hazard Ratio)을 1로 설정했을 때 중등도비만의 사망위험률은 과체중에 비해 0.86배 낮았다. 특히 BMI가 18.5 미만인 저체중의 경우 과체중보다 사망위험률이 2.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신곤 교수는 “비만하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는 게 맞다”며 “이런 만성질환 때문에 더 빨리 사망한다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자신의 질병과 건강상태를 빠르게 확인하고 조기에 치료함으로써 사망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령에 따라 이런 차이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30~49세, 50~69세, 70세 이상 등 총 세 그룹으로 연령대를 나눠 조사한 결과 30~49세 젊은 연령층에서는 체질량지수에 따른 사망위험률이 저체중은 1.38, 고도비만군은 1.39로 거의 비슷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50세 이상의 경우 저체중인 사람은 과체중인 사람보다 사망위험률이 3배 가깝게 높았다.
김신곤 교수는 “노인층에서 비만의 역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근육과 지방이 치명적인 질환의 위험을 낮추기 때문”이라며 “적정한 정도의 체중은 좋은 영양 상태와 근육량을 반영하는 것으로, 중장년층은 어느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는 게 건강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저체중은 영양섭취가 고르지 못할 확률이 크므로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폐렴, 결핵, 대상포진 등 각종 면역질환에 노출될 경우 회복이 더디다. 특히 체지방과 근력이 부족하면 뼈에 체중이 실리지 않아 골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체중이 급격하게 줄면 당뇨병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당뇨병의 경우 초기에는 먹는 양이 많아 체중이 늘지만 소변의 양과 횟수가 늘면서 점차 감소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체내에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 땀이 많이 나고 체중이 감소한다.
김신곤 교수는 “고도비만과 저체중 모두 사망 위험이 증가했으며, 특히 체질량지수 18.5 미만의 저체중군은 심혈관계질환이나 암 등 모든 항목에서 가장 높은 사망위험을 보였다”며 “지방이 적당량 존재해야 좋은 면역세포가 만들어져 외부에 저항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히 영양을 섭취하면서 유연성과 근력강화운동을 매일 10~15분 내외로 실시해 근육량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