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시각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쉽게 피로해지고 각종 질병에도 자주 노출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야가 뿌옇게 변하거나 시력이 저하되기 시작하고,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중·장년층 이후 발생하는 대표적인 안질환은 백내장과 노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입원 진료가 가장 많았던 안질환은 백내장으로 환자 수가 25만1000여명에 달했다. 전체 질환 중에서도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과 폐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백내장은 눈 속의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노안으로 오인해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자칫 실명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노화에 따른 노인성 백내장이 가장 흔하지만 당뇨병이나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평소보다 시력이 떨어지며, 특히 어두운 곳보다 밝은 곳에서 시력이 심하게 저하된다. 백내장이 부분적으로 발병하면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복시가 나타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가까운 곳이 더 잘 보여 돋보기를 벗는 경우도 있다.
백내장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수술로 나뉜다. 이인식 명동밝은세상안과 원장은 “몸이 쇠약해 수술이 부담스럽거나, 시력장애가 심하지 않을 땐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하지만 모든 사람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고 백내장이 완전히 없어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땐 수술이 필요하다. 백내장수술은 국소마취 후 수술현미경을 이용해 혼탁이 생긴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한다. 대부분 수술 기법인 초음파유화술로 2.8~3㎜ 크기의 작은 절개창을 낸 뒤 수술을 진행한다.
백내장이 생기기 전에도 시력이 좋지 않았거나, 70세 이상 고령이거나, 당뇨병·고혈압·포도막염·고도근시·녹내장·시신경위축 등에 해당되면 수술 후에도 시력이 조금 덜 나올 수 있다.
백내장과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노안은 보통 4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노안은 증상이 나타나면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초점이 불안정해 근거리시력이 저하된다. 책을 읽는 등 근거리 작업을 오래하면 피로감과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 볼 때 초점 전환이 늦고 특히 어두운 환경에서 시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백내장은 노안과 함께 온다. 백내장이 심해질수록 노안의 진행도 백내장이 없을 때보다 빠르다. 백내장과 노안이 동반된 경우 다초점인공수정체삽입술을 실시한다. 이 수술은 노안렌즈를 백내장 수술 시 삽입해 백내장과 노안을 함께 치료한다. 새로 나온 시술법이 아니라 10~20년 이상 시행되면서 안전성을 입증해 요즘 많은 환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중·장년층은 백내장이나 노안을 단순히 노화로 인해 생기는 질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전 세대보다 이들 질환을 극복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하다. 이로 인해 백내장과 노안을 함께 치료하는 다초점인공수정체삽입술은 나이를 극복하는 회춘수술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다초점인공수정체의 발전도 최근 시술 건수가 늘고 있는 이유다. 기존 노안렌즈의 단점을 보완한 레스토(Restor)렌즈, 테크니스(Technis)렌즈, 리사(Lisa)렌즈 등은 수술 후 근거리시력은 물론 평상시 시력과 중간 시력도 개선한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 백내장수술보다 비용이 5~10배 비싼 게 흠이다.
모든 눈이 다초점노안렌즈 시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난시가 심하거나, 망막 또는 황반부 변성이 있어 좋은 시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땐 오히려 단초점 백내장수술이 유리하고 안정적인 결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수술 전 충분한 검사와 상담을 받은 뒤 수술을 결정하는 게 좋다. 이인식 원장은 “20대나 30대의 눈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겠지만 이런 과도한 욕심과 기대만 버린다면 만족스러운 수술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