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장품은 물론 넷북이나 태블릿PC 등 각종 스마트기기를 휴대하면서 현대인의 가방은 점점 커지고 무거워지는 추세다. 아무리 좋은 명품 가방이라도 잘못된 습관으로 들거나 메면 척추 건강에 좋지 않다. 목과 허리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심한 경우 경추간판수핵탈출증(목디스크)이나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악화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빅백(Big bag)을 사용하는 여성 10명 중 8명이 어깨나 목 등에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방의 평균 무게는 2.7㎏였으며 6㎏에 달하는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부위별로는 어깨통증이 58명으로 가장 많았고 목 17명, 손목 16명, 허리 13명 등으로 조사됐다.
어깨에 메는 숄더백은 실용적이어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가방 안이 넓어 파우치, 텀블러, 지갑 등의 다양한 물건을 담기 좋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 때문에 소지품을 늘리다보면 어느 새 1.5ℓ짜리 생수 두병을 가지고 다니게 된다. 특히 소재가 천연가죽일 경우 가방 무게가 3~4㎏을 훌쩍 넘기 십상이다. 따라서 무게가 그 절반인 인조가죽(합성피혁)이나 나일론으로 된 가방을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게다가 숄더백은 항상 같은 어깨로 가방을 들 가능성이 높다. 크게 의식하지 않으면 몸은 익숙한 습관을 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어깨근육의 긴장을 유발해 ‘담’으로 불리는 근막통증증후군이나 허리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 모커리한방병원의 정두영 원장은 “남성에 비해 근력이 떨어지는 여성은 지나치게 무거운 가방을 한쪽 어깨에만 멜 경우 허리통증이 올 수 있다”며 “숄더백 등 끈으로 된 가방은 양쪽 어깨를 번갈아가며 메고, 이미 허리통증이 느껴질 땐 허리디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초기에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깨끈 폭이 넓고 쿠션이 있는 제품은 압력이 분산돼 어깨통증 예방에 도움된다.
핸드백은 대부분 사이즈가 작아 몇 가지 소지품만 넣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핸드백을 메도 나머지 책이나 짐 등은 직접 손으로 드는 경우가 많아 팔에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
직장인들의 필수품이 된 백팩(Backpack)은 요즘 대중교통 이용시 새로운 민폐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백팩을 멘 상태에서 좁은 통로를 가로막거나 주변 승객을 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가슴 앞으로 돌려 메자는 캠페인까지 벌어질 정도다.
하지만 대중교통 에티켓만 잘 지킨다면 양 어깨로 메는 백팩은 건강과 보행 능력에 좋은 면이 많다. 어깨와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이 덜하고, 소지품을 많이 넣어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2013년 발표된 김형동 고려대 물리치료학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백팩처럼 가방을 양쪽 어깨로 멜 경우 한쪽 어깨로만 메거나 어깨를 가로질러서 메는 것보다 더 빨리,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서울 소재 남녀 대학생 38명(남 20명, 여 18명)을 대상으로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기’, ‘가로질러 메기’, ‘양 어깨에 메기’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메게 한 뒤 맨발로 6m를 걷게 했다. 이 장면을 6대의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가방 양쪽 어깨에 멨을 때 보행 속도가 가장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보행 도중 압력중심점 전후·좌우 간 차이도 양 어깨에 가방을 메고 걸을 때가 평균 21.9㎝로 가장 적었다. 다음은 가로질러 메기(29.2㎝), 한쪽 어깨에 메기(31.4㎝) 순이었다. 압력중심점은 발바닥이 지면과 접촉할 때 힘이 가해지는 중심 지점을 가리킨다. 발을 디디는 순간마다 달라지는 압력중심점은 보행자의 균형 능력과 보행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정상 보행과 비정상 보행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압력중심점의 변화 차이가 적을수록 발을 디딜 때 힘이 들어가는 부분이 일정한 것을 의미한다. 걸을 때 몸의 균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자세 변화가 적어 신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피로를 덜 느끼게 된다.
또 보행률(단위시간 당 걸음 수)은 가방을 양쪽 어깨에 멨을 때 평균 112.9보로 가장 많았다. 한쪽 어깨에만 가방을 멨을 때보다 분당 걸음수가 약 6보 많았다.
하지만 백팩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는 볼 수 없다. 숄더백보다는 관절에 주는 부담이 적지만 무게가 과도하게 무거우면 거북목증후군이나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해외연구 결과 체중의 10% 무게의 백팩을 10분 정도만 메고 있어도 척추 부위가 백팩을 메지 않고 있을 때보다 33% 가량 더 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하게 무거운 백팩을 메면 신체의 무게중심이 뒤로 기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체는 숙이고 목을 빼는 굽은등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런 자세가 장시간 유지되면 목 뒷부분 근육과 인대에 과도한 하중이 가해지고, C자 형태의 경추가 일자 형태로 변형되는 거북목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백팩 무게가 3~4㎏만 돼도 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으며, 무게가 1㎏ 증가할 때마다 무릎이 받는 하중은 4~5배 늘어난다고 경고한다. 정 원장은 “백팩에 물건을 많이 넣어야 할 땐 몸무게의 10% 이하로 무게를 제한하는 게 좋다”며 “과도하게 큰 백팩은 삼가고 일반 배낭은 가방이 허리 위로 등에 밀착되게 위치할 수 있도록 끈을 조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북목이 되면 퇴행이 가속화돼 목디스크로 악화될 수 있어 교정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백팩은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메고 있지 않도록 하고 나일론과 인조가죽 등 가벼운 소재를 선택한다. 가방끈이 넓고 어깨패드가 있으면 근육통 예방에 효과적이다. 가방 아래쪽에는 가벼운 물건을 놓고 위로 갈수록 무거운 물건을 두는 게 유리하다. 무게가 무거울 경우 허리끈을 채우면 하중이 허리 쪽으로 분산돼 근골격계질환 예방에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