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35)는 30분 이상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요통이 심했다. 특이한 점은 걸어다니거나 활동을 하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여겨 가까운 병원에 찾아 X-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었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앉아만 있으면 나타나는 요통 때문에 ‘일하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는 말까지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디스크내장증’으로 진단받았다.
허리통증이 생기면 많은 사람이 허리디스크를 떠올린다. 하지만 만성 허리통증의 약 20%는 디스크내장증의 가능성이 있다. 추간판(디스크)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조직으로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한다. 젤리처럼 말랑한 수핵과 이 수핵을 감싸고 있는 섬유륜으로 이뤄진다. 허리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은 노화나 외부적인 자극으로 인해 섬유륜이 손상되거나 파열돼 디스크 내부의 수핵이 빠져나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한다.
반면 디스크내장증은 디스크의 섬유륜 손상으로 신경자극단백질이 유출되고 종판과 추간판에 존재하는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유발되는 게 차이점이다. 내장증(内障症, derangement)이란 말은 내부 조직에 장애가 있다는 뜻으로 X-레이 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불편한 증상을 말한다.
정상적인 디스크는 수분이 약 80%를 차지한다. 수분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탄성이 감소해 허리에 무리한 힘을 가할 경우 디스크가 변성되기가 쉽다. 또 교통사고 등 외부충격으로 척추를 지지하는 디스크가 손상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걸을 때에는 증상이 없으나 오래 앉아 있으면 통증이 나타난다. 양말을 신을 때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심해지고, 일어설 때 허리를 쉽게 펴지 못한다. 심하면 통증이 다리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척추신경을 압박하지 않기 때문에 마비나 감각저하 등 신경근병증은 나타나지 않는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통증이 있지만 내장증은 다리가 무리 없이 잘 올라간다. 일반적인 검사를 해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꾀병이나 정신성 통증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디스크내장증은 약물, 물리치료, 신경주사 등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전문적인 운동치료로 문제가 되는 허리 주변 심부근육을 강화해 디스크로 가는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비수술치료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고주파수핵감압술, 내시경적 섬유륜성형술, 수핵성형술 등을 시행해 볼 수 있다. 이들 치료법은 고주파에너지나 전기열을 가해 변성된 디스크를 분해 및 제거하고 디스크 내 압력을 줄인다.
보존적 치료와 경피적 치료에도 실패할 경우 유합술이나 인공추간판치환술을 시행한다.
이동근 수원 윌스기념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디스크내장증 환자는 디스크 수분이 줄고 섬유륜이 손상된 상태라 충격흡수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줄넘기, 점프, 축구, 농구 등 충격이 가해지는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며 “물 속 걷기, 아쿠아운동, 수영, 평지걷기 등이 증상 개선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