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산업에 정보통신기술(IT)을 결합한 푸드테크가 떠오르고 있다. 푸드테크(Foodtech)는 푸드(Food, 음식)와 테크(Tech, 기술)의 합성어로 식품산업을 빅데이터(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데이터), 비컨(근거리 무선통신, Beacon) 등 IT와 접목한 산업을 뜻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음식을 배달해 먹거나 맛집을 쉽게 찾아내는 게 대표적인 푸드테크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줘 매년 15%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지만 음식의 맛과 위생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저급한 외식문화를 초래할 위험도 안고 있다.
국내 외식산업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세청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10년간 창업한 자영업 매장 중 6.8%(12만7937개)만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타개하는 해법 중 하나로 푸드테크가 떠오르고 있다.
푸드테크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 오프라인 연계) 사업으로 시작됐다. 미국에선 모바일로 주문하고 매장에 방문해서 커피나 음식을 픽업하거나 먹는 게 이미 일상화됐고, 한국에서도 확산 추세다.
배달앱 2조원 시장, 매년 15% 성장 … 1인가구 증가, 편의 중시 트렌드 영향
2010년 4월 국내 최초의 배달앱인 ‘배달통’이 본격 출시되면서 푸드테크 시장이 열렸다. 2개월 뒤 ‘배달의 민족’이 나오며 양강 체제를 형성했다. 2012년 독일계 음식배달 서비스업체 딜리버리히어로가 세운 한국 자회사 ‘요기요’ 가 가세해 이들 3사가 국내 ‘배달앱’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 푸드테크란 용어를 처음 쓴 이가 바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배달의민족의 김봉진 대표다. 1970년대부터 중국요리를 배달해 먹는 것으로 시작해 거의 모든 야식이 가정으로 배달되는 음식문화가 형성된 상황에서 배달앱이 시장에 쉽게 침투한 것은 당연했고 선보이자마자 인기를 얻었다.
카카오는 올 11월부터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귤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카카오 파머 제주’라는 O2O 농산물 유통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올 여름 750t 물량의 귤을 확보했다. 그동안 농산물 유통망은 대형마트와 농협이 좌우했으나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농민들도 카카오톡을 통해 농산물울 판매하게 되면 일대 유통혁명이 일어날 전망이다.
정대인 SK텔레콤 성장지원팀 부장 “요즘 ‘먹방’(먹거나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가 늘고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기피하는 젊은층이 증가하면서 푸드테크를 활용한 외식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배달음식 시장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은 약 12조원이었다. 이 중 약 14%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매년 15~20% 가량 성장하고, 올해는 약 2조원 넘기고도 남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조리법 표준화, 체계적 위생관리 뒷받침돼야 신뢰 확보
푸드테크 산업은 배달앱, O2O 서비스 외에 △맛집을 추천 및 예약해주는 서비스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와 필요한 식재료를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 △레시피 개발 및 공유 서비스 등이 있다. 이 중 배달앱과 O2O가 국내 시장의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
오프라인에 중심을 두고 있는 외식산업이 IT에 지나치게 경도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문성식 장안대 프랜차이즈경영과 교수는 “외식산업이 편의성만 강조할 경우 정작 집중해야 할 위생과 품질을 외면할 수 있다”며 “푸드테크 산업이 성장하려면 편의성, 위생, 품질 등을 모두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높은 배달앱 업체가 10%에 달하는 음식값 대비 주문중개 수수료를 음식점에 요구해 음식 양이 줄고 질이 떨어졌다고 보도된 바 있다. 배달앱 업체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수수료를 없애고 광고료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개선됐지만 푸드테크는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과 노하우가 결여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표준화된 조리법과 체계화된 위생관리는 푸드테크의 안정 성장을 견인하는 밑바탕임을 관련 종사자는 명심해야 한다.
넓게 보면 IT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푸드테크 산업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선 이미 활발하게 농업과 푸드테크의 결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제 걸음마 단계다.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700만~2000만원 정도인 재배관리 IT 설비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농가가 많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SK텔레콤과 함께 지난해 12월 세종특별자치시에 스마트팜 100곳을 설치했다. 스마트팜은 원격 자동제어를 통해 기온, 채광, 급수 등을 재배에 최적 조건으로 맞춰주는 IT화된 농장을 말한다. 세종시의 스마트팜은 과거 재래농법에 비해 생산성이 22.7% 증가하는 동시에 노동력은 38.8%, 운영비는 27.2% 절감돼 농가경영 효율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태헌 농림축산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관은 “국내 농가에서 농업과 IT의 융복합은 아직 초기 단계로 관련 기술의 국산화·표준화가 미흡한 데다 전문인력도 부족해 숙제가 많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지원, 관련 기술의 발전, 농업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