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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前 에크모·재활훈련 병행, 폐이식 후 회복력 높여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5-10-07 16:36:34
  • 수정 2015-10-12 18: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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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식 전 인공호흡기 신속 이탈 핵심 … 패혈증·폐렴 등 합병증 위험 줄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이식을 받은 심상인 환자가 에크모치료와 재활치료를 함께 받고 있다.

체외막산소화장치, 이른바 에크모(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로 환자 의식을 유지시키면서 호흡재활치료와 근력운동요법을 꾸준히 병용하면 폐이식 환자의 회복속도가 월등히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백효채·이진구 교수 흉부외과 교수, 박무석·김송이·송주한 호흡기내과 교수)은 폐 실질이 딱딱하게 경화되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했던 심상인 환자(64)에게 폐이식을 시행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찾을 수 없이 발생하며 평균 기대 수명이 2~3년에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질환으로 유일한 완치법은 폐이식뿐이다. 이 환자는 2013년 직장 건강검진으로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이후 차츰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져 최근엔 야외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를 보여 왔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폐이식 대기자 등록을 마치며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심 씨는 고유량산소요법을 시행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인공호흡기만으로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불가능해 처음에는 기관 삽관 후 인공호흡기치료와 에크모 사용을 함께했으나 곧 진정제를 중단했다. 이어 기관삽관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에크모로 호흡을 유지하며 중환자실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심 씨는 에크모 시행 19일째 되던 지난 8월 16일, 6시간에 걸친 수술로 뇌사 장기 기증자로부터 양측 폐를 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수술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산소포화도가 잘 유지됐고, 중환자실로 옮겨 회복한지 4일 만에 일반병실로 이동했으며 폐이식 후 19일 만에 퇴원해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외래를 다니면서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그가 다른 폐이식 환자보다 월등하게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일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 있다. 수술 전 중환자실에 머무는 동안 에크모를 이용해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며 호흡근육과 전신 근력을 유지시키는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았다는 점이다.
 
수 주 또는 수 개월씩 폐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 중 자가 호흡이 어려운 경우에는 기도에 관을 넣고(기관삽관) 인공호흡기를 활용한 호흡방식을 취한다. 목에 굵은 관이 있으므로 환자는 매우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장기간 유지를 위해서는 진정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장기간 누워만 있던 환자는 호흡근육을 포함한 전신 근육이 쇠약해져 인공호흡기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또 인공호흡기 연관 폐렴이나 폐손상, 각종 감염에 의한 패혈증 등 합병증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가능한 이른 시간에 인공호흡기 사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폐이식 환자에 대한 재활치료는 폐이식 준비에 돌입하면 즉시 시작해야 한다. 중환자실에서 폐이식을 대기하며 인공호흡기나 에크모 치료를 받는 환자는 진정제에 의한 수면상태로 유지되기에 근육량 감소가 급속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에게 에크모 치료로 충분한 산소 공급을 하면서 인공호흡기를 조속히 떼내면 진정제를 끊고 명료한 의식을 유지하면서 중환자실에서 재활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최근 중환자 치료에서 에크모는 여러 분야에 활용돼 적용 기준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에크모를 사용하면서 조기에 재활운동을 적용하면 환자의 빠른 회복이 가능해진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세브란스 폐이식팀은 중증 폐이식 대기자에게 ‘각성형(awakening) ECMO’ 기법을 적용해 진정제 사용 없이 폐이식 수술 전까지 재활운동을 꾸준하게 시행해 폐이식 후 이전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데 성공하였다.

중환자실 입원 기간 동안 심 씨는 물리치료사로부터 상·하지 근력운동, 코어근육 강화운동, 호흡근 강화운동 치료를 받았다. 침상에 눕기보다 힘들더라도 등받이를 세우고 앉았으며 기대지 않고 홀로 앉는 연습을 통해 균형감각과 호흡능력을 향상시켰다.

노력의 결과는 수술 후 빠른 회복속도로 나타났다. 6시간의 큰 수술을 거뜬히 이겨낸 심 씨는 수술실에서 에크모를 떼고 중환자실로 이동했으며, 수술 3일 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4일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보통 퇴원까지 약 4주가 소요되는 일반 폐이식 환자와 달리, 19일 만에 씩씩하게 두 발로 걸어 퇴원했다.
 
환자의 상태를 매우 양호하게 평가한 의료진들은 폐이식 분야 장기생존율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고, 많은 환자들이 등산 같은 스포츠활동까지도 가능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심 씨도 특별한 합병증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수술을 담당한 백효채 교수는 “각성형 ECMO 기법을 적용해 인공호흡기 없이 에크모만 사용했기에 인공호흡기 사용에 따른 합병증을 줄일 수 있었고, 이식 대기중이던 환자가 의식이 깬 상태에서 호흡 및 근육 재활운동을 병행해 회복성적이 월등한 폐이식을 성공시켰다는 점에 의의가 깊다”고 말했다.

박무석 교수는 “각성형 ECMO 기법과 중환자 재활치료 병행에 따른 폐이식 성공은 앞으로 국내 ECMO 삽입치료 기준 적용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환자 재활에 대한 보험기준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폐이식 환자의 ECMO 적용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6년 국내 최초로 폐이식 수술에 성공한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은 지난 9월말까지 총 142건의 폐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폐이식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술 경험과 환자 회복 치료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면밀한 장기생존자 외래 추적관찰로 생존율을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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