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지난 22일 심정지 환자의 예후를 간편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박규남(교신저자)·오상훈(1저자) 응급의학과 교수, 손영민 신경과 교수, 김석찬 호흡기내과(공동저자) 교수팀은 2010~2013년 심정지 후 혼수상태로 저체온치료를 받은 환자 130명의 지속뇌파를 72시간 동안 진폭통합뇌파기(amplitude-integrated EEG, aEEG)로 측정했다.
24시간 내 환자의 뇌파가 지속정상진폭을 회복하면 뇌손상 없이 좋은 예후를 예측하는 민감도가 94.6%로 나타났다. 반면 36시간 내 환자의 뇌파가 지속정상진폭을 회복하지 못한 경우 나쁜 예후를 예측하는 특이도는 100%로 높은 검사정확도를 보였다.
민감도는 실제 질병을 가진 대상에게서 질병을 측정해내는 확률, 특이도는 질병이 없는 대상이 질병 없음을 측정하는 확률이다. 즉 민감도는 환자가 질병에 걸렸을 때 양성으로 진단될 확률, 특이도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 음성으로 진단될 확률이다.
질환을 진단할 땐 병을 정확히 짚어내는 민감도와 함께 병이 없는 사람을 정상인으로 식별하는 특이도가 중요하다. 질환이 없는데도 환자로 인식한다면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100%면 병이 없는데 있다고 잘못 진단하거나, 병이 있는데 진단하지 못한 경우가 한 건도 없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24시간 내 혼수상태에서 정상뇌파로 돌아온 환자의 94.6%는 예측대로 뇌손상 없이 건강하게 정상으로 회복했고, 36시간까지 시간이 흘러도 정상뇌파로 돌아오지 못한 환자는 예측대로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저체온요법은 심장이 멈춘 뒤 다시 자발순환이 회복된 혼수환자의 체온을 32~34도로 낮춰 24시간동안 유지하고 서서히 재가온한다. 심정지로 산소공급이 중단돼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고 혼수상태를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2차적인 뇌손상을 줄여 예후에 도움되는 것으로 증명된 유일한 치료법이다. 박규남 서울성모병원 교수가 1997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심정지 후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의 40%는 자발순환이 회복되지만 이 중 90%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지면 저체온치료 하는 과정 중에 근육이완제, 진정제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예후를 진단하기 어렵다.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aEEG로 심정지 환자의 뇌파를 측정했다. aEEG는 신생아의 두피에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신생아용 뇌파검사기다.
오상훈 교수는 “환자의 뇌활동을 다채널 뇌파기를 이용해 감시하려면 뇌파 전문가가 직접 18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하는 등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하고 심정지 후 치료과정 중 지속적으로 검사를 유지해야 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반면 aEEG는 응급실 및 중환자실 의료진이 쉽게 부착하고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EEG는 뇌파의 진폭을 통합해 보여주므로 환자의 3일간 기록을 압축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규남 교수는 “aEEG를 이용한 예후예측법은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의료진이 직접 뇌 회복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정확하고 획기적”이라며 “저체온치료가 종료되기 이전에 예후를 빠르게 예측해 뇌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에 변화를 주는 치료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심장의학 국제학술지인 ‘순환(Impact factor : 14.43)’에 게재됐으며, 금주의 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