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만성 부비동염)은 한국인 6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이 질병으로 콧속에 물혹이 생기면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어 일상생활 불편한 데다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축농증으로 인한 콧솟 물혹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새 치료약물을 발견했다.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김대우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코 상피세포에서 발현되는 ‘SIRT1’의 소실이 콧속 물혹 발생의 핵심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23일 밝혔다. ‘SIRT1’은 축농증 발생시 코 상피세포의 염증을 억제하는 단백질이다.
또 ‘SIRT1’ 활성화약물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물혹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스베라트롤은 콧속에 뿌리기만 하면 돼 주사로 약을 맞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정상인 8명(A그룹), 콧속 물혹이 없는 부비동염 환자 12명(B그룹), 콧속 물혹이 있는 부비동염 환자 21명(C그룹)을 대상으로 콧속 상피세포에서 SIRT1 단백질이 얼마나 발현되는지 비교했다. 콧속 상피세포 100개 중 SIRT1 발현세포가 A그룹은 20개, B그룹은 45개, C그룹은 20개 미만이었다.
즉 히스톤탈아세틸효소 중 하나인 SIRT1은 단순 축농증에서는 증가해 과도한 염증을 막아주지만 SIRT1이 없어지면 콧속 물혹이 생긴다.
연구팀은 콧속 물혹 동물모델을 통해 SIRT1이 과발현된 유전자변형(Transgenic) 생쥐에서는 물혹이 거의 없음을 확인했다. 특히 물혹이 많은 생쥐에 SIRT1을 활성화시키는 레스베라트롤을 콧속으로 투여하자 물혹이 80% 이상 감소했다.
심한 축농증 환자에서는 코 점막이 붓고 콧물이 많아지면서 코 상피세포가 외부 공기와 차단돼 저산소 상태가 되기 쉽다. 이 경우 상피세포는 ‘HIF-1’라는 단백질을 증가시켜 저산소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신현우 교수는 ‘HIF-1’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코 상피세포의 변성을 일으켜 물혹이 유발될 수 있음을 선행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는 SIRT1이 HIF-1의 기능을 억제해 물혹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신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신 투여가 아닌 콧속을 통한 약물 투여만으로 물혹 감소 효과를 보았다는 점에서 전신 부작용이 적은 안전한 치료법의 개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알레르기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알레르기·임상면역학 저널’(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인용지수, IF=11.476))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축농증은 전체 인구의 약 15~20%에서 관찰되는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다. 질환이 오래되면 코 속에 물혹이 생기면서 심한 코막힘, 악취, 농성 콧물 등을 유발한다. 약물치료로는 잘 낫지 않고,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이 잦다. 스테로이드는 일시적으로 물혹의 크기를 줄이지만 사용을 중단하면 쉽게 재발하고, 부작용 탓에 장기간 사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