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인센티브제가 내년 초 도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원가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센티브 지급 전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줄이는 등 전문병원 스스로 부정적인 진료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전문병원의 전문병원 사칭, 일반인 대상 홍보부족 등 문제점도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동극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원평가실장은 지난 11일 개최된 제4회 전문병원 추계 세미나에 참석, 전문병원제도 정착 방안으로 대국민 홍보강화 및 인센티브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언에 따르면 인센티브 방식은 수가가산율제나 정액수가제 등이 논의 선상에 있으나 아직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다. 특정 진료분야는 인세티브제에 별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3주기 전문병원부터는 의료질 평가도 동시에 이뤄져 수가 인센티브가 병원별로 차등 적용된다. 대한전문병원협회 관계자는 “전문병원제도가 출범한 지 4년이 되기까지 정부로부터 수가가산을 받지 못해 회원병원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최근 정부에서도 수가인상을 약속했고,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병원제도는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서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지정해 3년간 인증을 부여한다.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회적 요구 수용, 의료기관의 기능 재정립, 전문화·특성화를 통한 중소병원의 경쟁력 확보 등을 목표로 2011년 도입됐다.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이 전문병원의 요건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시설, 인력, 의료기관 인증 등에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조차도 다른 병원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인증을 받았지만 가시적인 혜택이 없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병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의 필요성은 4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받기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별다른 혜택이 없자 병원들은 허탈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전문병원 회의론까지 제기됐다. 특히 미용·성형이나 척추·관절 분야의 경우 과열된 경쟁 속에 전문병원이 아닌 병원들까지 교묘하게 전문성을 내세우며 홍보하는 탓에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3년간 전문병원 로고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혜택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개원가의 경쟁 구도 속에서 전문병원 지정을 포기할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일반 환자들은 전문병원과 일반 병원의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병원 차원에서 연예인을 모델로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전문병원 홍보에 힘쓰고 있지만 대중에게 각인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민인순 순천향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인센티브 등 보상책이 없다면 까다로운 지정기준을 굳이 충족하면서 까지 전문병원을 지정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문병원이 필수 전문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급을 보장하는 동시에 사회적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한 점을 고려한다면 적정한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병원이 아닌 병원들이 어부지리로 혜택을 보는 것도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이유다. 현행법상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한 병원들은 ‘전문’ 또는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등 행청처분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개원가의 경우 예전부터 ‘전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게 관례여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정형외과 관계자는 “2011년 제도 시행 전까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제외한 개원가는 너도나도 광고에 전문병원이라는 용어를 써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실장은 “최근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질 평가를 통한 성과기반 수가보상체계가 추세”라며 “전문병원에 대한 차등수가를 지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별 행위수가 가산료에 전문병원 행위가산료 4%를 적용하면 전문병원 도입에 따른 재정 절감액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계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전문병원들이 비급여 남발, 과잉수술, 과도한 연예인 홍보 등 부적절한 진료행태를 개선하지도 않으면서 ‘콩고물’만 바라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개원가 정형외과에서는 ‘일단 칼부터 대고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잉 척추관절수술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HIRA 정책동향’에 따르면 국내 척수수술 건수는 2007~2013년 4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종별 척추수술 건수는 대다수 전문병원들이 포함된 병원급이 2013년 기준 17만6건 중 8만4292건(58%)으로 가장 많이 전문병원들을 중심으로 과잉수술이 이뤄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정동극 실장은 “전문병원 지정과 관련해 많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비급여 진료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라며 “전문병원들의 자정 노력이 있어야 인센티브 지급안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과잉수술 및 비급여 남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당 행위를 저지른 병원은 전문병원 지정을 취소하거나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