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적 치료만 가능했던 난치성 심장기형 환자의 새로운 치료법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최재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교수팀은 중증 선천성 심장기형 환자 3명을 대상으로 수술 없는 폐동맥 심장판막교환술을 시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수술받은 환자들은 심장 폐동맥 판막에 문제가 생기는 폐동맥폐쇄증과 선천성 복합 심장기형질환인 팔로4징후군 등을 앓고 있었다. 모두 2~3차례 이상 심장수술을 받았고 인공판막교체수술을 앞둔 상태였다. 세브란스병원에만 1500여명 이상이 등록된 이들 질환 환자는 기능을 잃은 폐동맥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평생 동안 반복적으로 받아야 했다.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우심실이 커지고 심부전 및 부정맥 등의 합병증을 야기해 돌연사 위험이 높아졌다.
최재영 교수는 “인공판막 수명은 평균 10년 전후이기 때문에 교체를 위해 매번 수술을 받아야 하고 환자의 부담이 크다”며 “병의 진행 양상과 예기치 못한 합병증(감염성 심내막염 등)에 따라 인공판막 교체 시기가 짧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잦은 심장수술에 따른 내부장기 유착 등 수술 부작용, 갈수록 높아지는 수술 위험도 및 길어지는 회복기간 등은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수년 간의 노력으로 이 시술에 필요한 여건을 준비해 온 최 교수팀은 지난 8월말 다리정맥으로 카데터를 넣어 폐동맥까지 접근시킨 뒤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들은 수술 후 3~4일이 지나고 일상생활로 바로 복귀할 정도로 예후가 좋았고 삽입된 인공판막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폐동맥 인공판막 교체기 즈음에는 수술 없이 재시술을 통해 새로운 인공판막을 다시 삽입할 수 있다”며 “안전도, 회복 및 만족도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시술”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중재적 시술과 외과적 수술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심조영실’에서 수술이 이뤄지므로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주변 하드웨어와 심장혈관외과, 심장내과, 심장마취과 의료진과의 긴밀한 진료협력시스템을 갖췄다.
최 교수는 “국내 최초의 치료법인 만큼 새 수술법은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며 “현재 인공판막수술에 준하는 보험 혜택이 빠른 시일 내에 적용되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