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료환자가 최근 5년새 4.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0~2014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인원이 2010년 2만4000명에서 2014년 10만5000명으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총진료비는 66억원에서 351억원으로 연평균 52.0%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2010년부터 전국 시군구 보건소 중심으로 치매선별검사 등 조기검진사업이 집중적으로 수행되고, 치매의 예방과 조기발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경도인지장애 진료환자수가 최근 5년 평균 43.9% 증가했다.
경도인지장애 진료를 받은 실제 환자수는 2014년 기준 여성이 7만1880명, 남성이 3만3718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2배 많았다. 이와 같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성별 특성은 치매 질환에서도 나타났다. 2014년 여성 치매환자 수는 31만6903명인데 비해 남성 치매환자수는 12만5952명으로 여성의 40% 수준이었다.
연령별 적용인구를 적용하여 ‘경도인지장애’ 진료환자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고령일수록 진료환자 수가 급증하는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의 특성을 보였다. 80대 이상 노인 100명 중 1.8명이 경도인지장애 진료를 받았다.
경도인지장애 질환의 성별 특성을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연령대에서 빠르게 진입됐으며, 남성의 경우에는 70대에서 80대 이상 고령층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경도인지장애 환자 분포가 급증했다.
여성의 경우 70대와 80대 이상 연령대 경도인지장애 진료 환자 모두 노인 100명 중 1.7명으로, 70대 이상 연령층에서 다수의 경도인지장애 진료 수진자가 매년 40%씩 빠르게 증가했다.
남성 경도인지장애 진료 환자 수는 여성 환자와 달리 70대는 100명 중 1.2명에서 80대 이상은 100명 중 1.9명으로 연령층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치매환자 대비 경도인지장애 환자 규모는 2010년 9.2%에서 2014년 23.8%로, 빠른 시일 내에 경도인지장애 환자 비중이 전체 치매환자 규모의 4분의 1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50대 이하에서는 경도인지장애 진료환자수가 치매 진료환자수보다 더 많았다. 이러한 경도인지장애의 의료 이용의 특성 상 치매 보다 비교적 더 낮은 연령층에서부터 조기 관리가 필요하다.
입원진료보다는 외래와 약국 이용이 비교적 높았다. 입원환자의 경우 2014년 2144명으로 전체 경도인지장애 환자(10민5598명)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인지기능장애는 있으나 치매라고 할 만큼 심하지 않으면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라고 한다”며 “동일한 연령과 교육수준에 비해 인지기능이 저하됐지만 일상생활능력과 사회적인 역할수행능력은 유지되는 상태로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라고 설명했다.
65세 이상에서 경도인지장애의 유병률은 10~20%이고, 정상군에서 매년 1~2%정도가 치매로 이행되는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에서 치매로 진행한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를 비교적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이며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여러 치매질환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점차 치매 이전의 인기지능장애인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이질적인 임상양상과 다양한 원인질환을 포함하는 증후군이다. 경도인지장애는 크게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amnestic MCI)와 비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nonamnestic MCI)로 분류한다.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기억저하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환자가 스스로 호소하기도 하지만 환자를 잘 아는 주변 사람으로부터 병력을 청취할 경우 훨씬 신뢰도가 높아진다.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다시 기억력만 저하되어 있으면 기억상실형 단일영역 경도인지장애(amnestic single domain MCI), 기억력저하와 함께다른 인지기능도 같이 손상되어 있으면 기억상실형다영역경도인지장애(amnestic multiple domain MCI)로 나눈다.
일부 환자에서는 인지기능평가에서 기억력은 크게 저하되지 않으면서 수행기능, 언어, 시공간능력 등에 손상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비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비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손상된 인지기능영역에 따라 비기억상실형 단일영역경도인지장애(nonamnestic single domain)와 비기억상실형 다영역경도인지장애(nonamnestic multiple domain)로 분류한다.
경도인지장애의 아형 중에서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비기억상실형경도인지장애는 전두측두엽변성이나 레비소체치매 등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치매 진단에 대한 목표 중 하나는 임상적으로 진단이 가능한 시점 이전에 인지기능의 장애를 진단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더 이상의 저하를 막거나 늦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과 경도인지장애,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의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경도인지장애는 이질적인 임상양상과 다양한 원인질환을 포함하는 증후군이다.
진단의 첫 번째 단계로 ‘경도인지장애’ 증후군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병력청취에서 환자 자신이나 가족이 인지기능장애를 호소하고, 신경심리검사에서 인지기능장애가 있고, 전반적인 일상생활능력에는 뚜렷한 장애가 없어야 한다. 다음 단계로 경도인지장애의 하부 유형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한다. 마지막 단계로 원인질환이 무엇인지 규명한다.
뇌 건강을 위한 좋은 생활습관으로는,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활발한 사회활동, 적극적인 두뇌활동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증상악화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