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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정진엽 장관, 의료계 ‘시큰둥’, 한의계 ‘환영’ 이유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9-04 11:11:47
  • 수정 2015-09-07 1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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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후속 대책에 야당 ‘졸속 개편’ 비판 … 원격의료 도입에 애매모호한 입장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이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통과, 공식 업무에 들어갔지만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사태로 드러난 허술한 국가방역체계 개선, 1·2차 의료 활성화 등 당장 해결해야 할 사안이 수두룩하다. 이런 가운데 정 장관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나 천연물신약 처방 등 사안에서 모호한 입장을 보여 일부 의사들 사이에선 ‘의사 출신 장관이 한의사 편만 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 장관의 향후 입지와 평가가 메르스 후속 대책을 성공적으로 마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 장관도 취임 직후인 지난 1일 24시간 긴급상황실 운영, 질병관리본부장 차관급 격상, 국립중앙의료원의 중앙 감염병전문병원화 등 내용을 담은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정 장관은 “질병관리본부가 처음부터 청으로 독립하면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독립된 인사권과 예산권을 보유하게 할 것”이라며 “장관으로서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외부간섭을 철저히 막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질병관리본부 개편안이 조직이기주의와 복지부동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 졸속 개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상임위와 메르스 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채택한 보고서 내용인 ‘복지부 복수차관제’와 ‘질병관리청 설치’를 거부했다”며 “정부와 여당이 감염병 예방의 국가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요구에 관료주의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겠다고 했는데 단순히 기관장 자리 하나를 승격시키는 것으로 전문성과 자율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또 정 장관의 발표 내용에는 기존에 논의됐던 감염병 연구병원 1개소와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3개소를 신설하는 ‘3+1 공공병원’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었다. 신임 장관이 근본적인 공공의료 확충 및 개선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의료연합 관계자는 “공공병원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국립중앙의료원과 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병원을 3~5곳만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감염병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를 둘러싼 갈등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정 장관은 청문회 전부터 “의료영리화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여 의료계 내·외부의 반발을 샀다. 지난달 말 인사청문회에선 오전에는 ‘원격의료 도입을 도서벽지 등 오지로 한정해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오후에는 ‘진행 중인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을 바꿔 혼란을 줬다. 이이 대해 복지부는 “정 장관이 경황이 없어 의미를 잘못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한 평소 소신을 말했다가 다시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형표 전 장관을 제외하고는 복지부 장관의 임기는 대체로 짧았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삶의 질과 직결되는 굵직한 이슈가 많다보니 관련 정책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고 여론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7년만에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경사에도 의료계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병협 관계자는 “다년 간 병원장 재직을 통해 병원경영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균형적인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보건의료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함께 소통하며 산적한 보건의료현안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정 장관의 발언을 두고 “공공의료를 위해 대도시 환자 대상이 아닌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벽지 등에 국한해야 한다는 입장은 희망의 여지가 있지만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시행해 온 시범사업에 대한 재검토 입장 표명이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대형병원 원장 출신이라는 점을 극복하고 원격의료 등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의사 출신 장관이 정부 실세인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에 맞서 소신 있게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형병원의 성장과 수익 증대를 책임자는 병원장으로서는 원격의료를 추구할 수 있지만 전 국민의 건강권과 국가의료를 책임지는 장관이라면 원격의료를 옹호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의사단체와 달리 오히려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에 대한 직능간 갈등을 해소해줄 것을 주문했다. 여기엔 정 장관이 의사 출신임에도 한의계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정 장관은 청문회 전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자료를 통해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 전망도 밝으므로 한의약 육성발전종합계획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나 천연물신약 처방 문제에 대해서도 “각 분야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정 장관은 부가가치 창출과 국내 의료의 세계시장 진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현재 한의계가 추구하는 ‘한의학의 세계화’ 비전과 부합하는 만큼 한방과 양방이 함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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