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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선·사랑니·맹장은 없어도 그만? 그래도 있는 게 낫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8-31 01:24:17
  • 수정 2020-09-14 12: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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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도선, 호흡기 면역기능 최후방 지킴이 … 맹장 유익균 피난처, 절제해도 영향 없어

외과적 수술로 염증이 생긴 맹장(충수)을 제거하는 모습인체는 모든 조직, 호르몬, 심지어 세포 단위까지 톱니바퀴 굴러가듯 작용해 신진대사가 이뤄진다. 신체 각 기관도 하나하나 따져보면 필요하지 않은 게 없다. 자꾸 코 밖으로 튀어나와 망신을 주기도 하는 콧털마저 외부 먼지나 유해물질을 걸러내 호흡기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체 기관 중에서도 유독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편도선, 사랑니, 맹장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되는 이들 기관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위적으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편도선은 림프계의 일부분인 림프절로 목 안과 코 뒷쪽에 걸쳐 위치해 있다. 위치에 따라 인두편도, 귀인두관편도, 구개편도, 혀편도 등으로 구분된다. 입을 벌렸을 때 잘 보이는 게 구개편도이며 코와 목구멍 사이엔 인두편도(아데노이드) 및 귀인두관편도, 혀 뿌리엔 혀편도가 각각 위치해 있다.

편도는 대개 5세 전후까지 점점 커지다가 그 이후부터 작아진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 유해물질이 입과 코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어역할을 한다. 코털과 점막이 1차로 유해물질을 막고 최종적으로 편도선이 골키퍼 역할을 하는 셈이다. 
면역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를 생성하기도 한다. 오하오주립대 종합암센터팀의 연구결과 편도선의 섬유질 지지대 부근에서 T세포들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포는 암과 자가면역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되며 이전까지는 흉선에서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세균 등 유해물질을 막는 역할을 하다보니 질병에 자주 노출되는데 대표적인 게 편도선염이다. 주로 구개편도에 발생하며 세균과 바이러스가 주변 인후 조직의 임파선을 침범하는 인후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침을 삼키거나 음식물이 넘어갈 때 특히 심해지는 목 안 통증이 주 증상으로 염증으로 인해 39~40도의 고열 및 두통, 팔다리 전신에 걸친 통증이 발생하고 목에 임파선 종대가 생길 수 있다. 이동진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반복되는 편도염은 주변 기관에까지 염증을 일으킨다”며 “소아의 경우 편도염이 이관을 통해 중이강 내로 들어가 잦은 중이염을 유발하거나, 비강 내에도 염증을 일으켜 비염이나 축농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일부러 편도를 제거할 필요는 없지만 급성편도염이 1년에 6회 이상 반복되면 수술로 없애는 게 좋다. 편도선을 절제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이 잘 걸리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과 다르다. 김지연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과장은 “편도선은 만 3세(영아기)까지만 면역기능을 하고 이후부터는 역할 비중이 감소하기 때문에 편도선을 절제한다고 해서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고열을 동반한 편도선염이 1년에 3~4회 이상 이어지면 전문의와 상담해 편도선 전반에 대한 정밀진단을 받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막창자’로 불리는 맹장(충수)은 일종의 흔적기관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신체 부위 중 하나다. 학창시절 맹장수술을 받느라 결석한 친구를 한 반에 꼭 한 명씩은 볼 수 있었다. 길이 5~6㎝의 짧은 소화관으로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막창자에는 막창자꼬리(충수돌기)가 붙어 있다. 흔히 말하는 맹장염은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충수염, 충수돌기염이 정확한 표현이다. 말 같은 초식동물은 맹장에 음식물을 저장해 소화시킨다. 반면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잡식성이기 때문에 말처럼 맹장이 발달할 필요가 없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퇴화되기 시작했다. 

맹장은 큰창자(대장)의 일부로서 수분과 염분을 흡수한다. 소화흡수된 음식물 찌꺼기의 일부는 맹장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내장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고 소화된다. 
박테리아 등 소화기능에 중요한 장내 미생물의 집합소이자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염증이나 설사 등으로 세력이 위축된 미생물들이 내장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맹장이 없다고 해서 인체에 특별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맹장염 등이 발생한 경우 절제해주는 게 좋다. 극심한 복통을 유발하는 이 질환은 대개 세균감염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소아는 점막하 림프조직이 지나치게 증식해 충수돌기가 폐쇄되면서 맹장염이 발생한다. 성인의 경우 작은 대변 덩어리에 의해 입구가 막혀서 충수염이 일어날 수 있다. 충수 림프조직의 과다한 증식은 급성 기관지염, 홍역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급성충수염으로 오인하기 쉬운 질환으로는 게실염, 급성위장염, 장염, 변비, 소아의 장간막 임파선염 및 요관결석, 대장암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아픈 부위가 배꼽 주위나 오른쪽 아랫배여서 충수염과 구별이 어렵다. 충수염을 구별하는 방법은 ‘맥버니 포인트(McBurney point)’를 눌렀을 때 아픈지 확인하는 것이다. 정확한 위치는 배꼽과 골반 앞부분의 가장 튀어나온 곳을 연결한 가상의 선에서 바깥쪽 3분의 1 지점이다.

충수염이 발생하면 남자는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고 여자는 왼쪽 아랫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로 인해 남녀의 충수 위치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충수는 오른쪽 아랫배에 있다. 
머리카락이나 수박씨를 삼키면 맹장이 막혀 염증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 머리카락, 소화가 안 되는 씨앗, 껌, 작은 돌 등 이물질은 몸속 음식물 찌꺼기에 섞여 3일 이내에 대변으로 배출된다. 정시경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맹장염 초기에는 흔히 명치나 배꼽 부위의 불편감을 느끼다가 점차 아랫배의 오른쪽(우하복부)으로 통증이 옮겨 가며 증상이 심해진다”며 “평상시와 다른 양상의 복통이 있다면 병원에서 복부 진찰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맹장과 편도선이 미움을 받는다지만 사랑니만큼은 아니다. 엄청난 고통을 유발하는 사랑니 발치수술은 안 그래도 심한 치과공포증을 극대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사랑니는 원래 유용하게 쓰였다가 조리기술의 발달로 점차 퇴화된 케이스다. 고대 인류는 현재의 인류보다 더 큰 턱뼈와 어금니를 가졌고 이는 사냥감을 강하게 물어뜯고 빠르게 씹는 데 도움됐다. 세 번째 어금니(제3대구치, 사랑니)를 포함한 세 개의 어금니는 위생과 의료라는 개념이 없던 시기에 충치나 기타 이유로 치아가 상실될 때에도 이를 대체해주는 방향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즉 과거 조리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질긴 음식을 주로 먹어야 했다. 질긴 음식은 오랫동안 씹어야 하는 만큼 치아 개수가 많을수록 유리했다. 이후 점차 음식이 부드러워지면서 사랑니의 씹는 기능이 약해졌다. 또 사람의 얼굴과 턱뼈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다른 치아처럼 똑바로 자라지 않는 경우도 흔히 발생했다. 

전세계 인구의 93%가 사랑니를 갖고 있다. 사랑니는 상·하악 좌우에 각각 최대 4개가 나오며, 이런 경우는 60% 정도다. 사랑니를 가진 사람의 80%는 사랑니 위치나 방향이 올바르지 않고, 전부가 뼈와 잇몸 속에 묻혀 있거나 부분적으로 구강 내에 노출돼 있다. 이로 인해 칫솔이 잘 닿지 안거나 음식물이 끼어 충치를 유발한다. 

제대로 난 사랑니는 뽑을 필요가 없지만 충치가 생긴 경우 옆 치아로 충치균이 번질 수 있어 발치가 필요하다. 또 비뚤게 자란 사랑니는 뼛속에 물주머니를 만들어 턱뼈를 녹이거나 앞 치아를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

사랑니를 뽑으면 잇몸이 붓고, 통증이 생기지만 보통 1~2일 후 상처가 아물면서 통증은 사라진다. 심한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3일 이상 지속되는 사람이 20% 정도 된다. 
잇몸뼈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염증이 생기는 ‘드라이소켓(dry socket·건성치조와)’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드라이소켓은 통증과 함께 입냄새가 나는 게 특징으로 심한 경우 봉와직염(피부조직에 나타나는 급성염증)이 생겨 잇몸은 물론 볼, 턱, 목까지 붓는다.
정휘동 연세대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잇몸 역시 피부처럼 상처가 난 뒤에는 딱지가 생기는데, 피부와 달리 잇몸에 생기는 딱지는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생기지 않는다”며 “사랑니 발치 후 생긴 딱지가 떨어지면 해당 부위가 입속 세균에 감염돼 붓고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 상태가 드라이 소켓”이라고 말했다.

드라이소켓은 일반 치아를 뺄 때는 잘 안 생기고, 사랑니를 뺄 때 주로 생긴다. 사랑니 자체가 비정상적인 위치로 자라 발치할 때 잇몸 손상이 많고, 평소 칫솔질이 잘 안돼 사랑니 주변에 세균이 많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소독과 항생제, 유지놀오일(소독·진통 역할을 하는 오일)로 통증과 붓기를 개선하며, 2주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
불필요하게만 여겨지는 사랑니도 똑바로 잘 자란다면 유용하게 활용된다. 어금니가 손상된 경우 발치한 뒤 사랑니를 옮겨 심으면 된다. 사랑니를 특수처리해 부족한 치조골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치아를 사용하므로 부작용이 없고 치아 수명이 기존 치아와 동일하다. 잇몸질환(풍치)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섭게 염증이 진행되는 임플란트에 비해 자기치아는 생체 친화적이어서  염증이 퍼지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든다. 

신장(콩팥)은 하나를 이식해도 사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점 때문에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콩팥이 두 개인 이유는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한쪽 신장이 정상이라면 신장암으로 다른 한쪽 신장을 적출해도 대부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 해외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장 하나를 다른 이에게 공여해도 신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승철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쪽 신장이 없으면 남들보다 빨리 지치거나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며 “신장이 한 개만 있다면 음식을 싱겁게 먹는 등 평소에 신장을 보호하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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