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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처럼 가늘고 길게 살아라 … 1970년대 분식장려운동 덕에 전성기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8-31 00:56:33
  • 수정 2020-09-14 12: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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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면, 중국서 개발·일본서 완성 … 제조법따라 납면·압면·절면·소면·하분 등 구성

원시시대 인류는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과 비슷했다. 사냥에 성공해 배불리 먹거나 실패해 굶는 것을 모두 신의 영역으로 여겼다. 우연히 곡식 키우는 법을 알면서 인류의 운명은 바뀌었다. 정착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곡식을 주식으로 삼았다.
 
밀은 쌀, 옥수수 등과 함께 세계 3대 식량작물로 꼽힌다. 서양에서는 밀로 빵과 면(麵), 동양에서는 면을 만들어 먹었다. 면은 제조법이나 조리법이 빵보다 간단하다. 기원전 6000~5000년경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수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하며 정확하게 규명된 것은 없다. 최근 중국 중서부 칭하이성 황하강 유역의 라자 지방에서 4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국수가 발견됐다. 지금처럼 제면기술을 이용한 게 아니라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비벼 면을 뽑은 것으로 보인다.

국수는 생일, 결혼식 등 잔치날이 되면 자주 먹었다. 면발의 길쭉한 생김새가 가늘고 길어 장수하라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대량으로 만들어 하객에게 빠르게 대접할 수 있어 국수는 잔치상에는 빠져서는 안될 음식이었다. 이런 풍습은 중국으로부터 전해져 온 것으로 밝혀져 있다. 중국에서는 생일이 되면 장수를 기원하는 ‘장수면’(長壽麵)을 즐겼다. 한국에서는 국수면이 길면 가위로 잘라 먹지만, 중국은 장수면이 끊어지면 단명한다고 생각해 절대로 잘라 먹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의미의 장수면을 즐긴다. 새해 첫날 국수처럼 길게 살라며 가족끼리 나눠 먹는다.

한국인이 잔치국수라 부르며 먹는 마른 밀국수인 소면(素麵)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공통적으로 섭취한다.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완성됐으며 한국으로 전해졌다. 소면은 조선시대 초기에 소개됐다. 1423년 세종 5년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구주총관(九州摠管) 원의준(源義俊)이 사람을 시켜 바친 토산물 중에 ‘소면(素麵) 30근이 있다’고 적혀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 일대에 소면이 들여오면서 대중화됐다. 근대화·현대화 과정에서 양이 많고 싸며 쉽게 먹을 수 있는 밀가루 국수는 새로운 음식문화로 자리잡았다. 한국인은 밀가루를 반죽해 바로 먹는 생면 형태로 즐긴다. 일본에서는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기름을 발라 말려 먹는다.
 
소면의 라이벌인 라면이 대중화되고 소면 공장들의 대형 기업화로 인해 가내수공업 형태의 공장들은 급속도로 사라졌다. 일본에서는 가내수공업 국수가 명품 대접을 받으며 비싸게 팔리지만 한국에서는 반대다.
 
국내 제분공장의 효시는 일본인이 1918년 부산 진남포에 세운 만주제분주식회사 진남포공장이다. 1931년 풍국제분주식회사 용산공장이 설립됐고, 1935년에는 대한제분의 전신인 일본제분주식회사 인천공장과 제등제분주식회사 인천공장이 세워지면서 제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대형 제분 공장들이 한국에 앞다퉈 공장을 세운 것은 매년 밀가루 소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밀가루는 연간 200만석 이상을 소비할 정도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시기에 면 제조는 대중화의 길을 걷는다. 해방 이후 일본인들의 제분공장이 대거 철수하고 남한에는 4개의 공장이 남지만 그나마 한국전쟁으로 시설이 대부분 파괴된다. 1955년 기존 시설을 복구하고 1956년 미국에 의해 밀가루가 무상으로 들어오면서 관련 산업은 다시 살아난다. 197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의 분식장려운동 등에 힘입어 국수는 전성기를 맞는다.
 
국수는 제조법에 따라 납면(拉麵), 압면(押麵), 절면(切麵), 소면(素麵), 하분(河紛) 등으로 나뉜다. 납면은 국수 반죽을 양쪽에서 당기고 늘려 여러 가닥으로 만든 국수다. 납면을 만들 때 밀가루에 소다를 넣어 반죽을 하면 알칼리성 물질이 글리아딘의 점성을 증가시켜 면이 잘 늘어난다. 전분의 호화(糊化)와 팽윤(澎潤)을 증가시켜 국수의 탄성을 높여준다. 대표적인 중국의 중화면과 일본의 라면이 있다.

압면은 국수 반죽을 구멍이 뚫린 틀에 넣고 밀어 끓는 물에 삶으면 완성된다. 끈기가 적은 메밀, 쌀, 옥수수 등을 이용한 국수에 많이 사용한다. 압면은 삶는 과정에 호화에 의해 강한 점성을 나타내는 게 특징이다. 한국의 냉면과 중국의 당면(唐麵), 이탈리아의 파스타 등이 대표적인 압면이다.
납면의 拉자는 잡아당긴다, 압면의 押자는 강제로 누른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절면은 손으로 반죽해 밀대로 밀어 얇게 만든 반죽을 칼로 썬다. 한국의 칼국수, 일본의 우동, 소바(蕎麥) 등이 있다. 국내에는 조선시대까지 밀이 구하기 어려워 메밀을 이용한 절면이 많았다. 메밀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점탄성이 없어 녹말가루, 달걀 등을 연결제로 섞어 뜨거운 물에 반죽해 사용한다.
 
소면은 밀가루 반죽을 길게 늘려 막대기에 면을 감아 당긴 후 가늘게 만든다.
 
하분은 동남아 지역에 즐겨 먹는 것으로 쌀국수 등이 대표적이다. 묽게 반죽한 쌀가루 유액을 얇게 늘리고 쪄 면대를 만든 후 표면에 기름을 발라 식혀 칼로 가늘게 만든다. 찰기가 강한 자포니카 품종의 쌀보다는 찰기가 거의 없는 인디카 품종이 하분을 만들기 적합하다.
 
국수는 한반도에서도 지역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서울에서는 왕족, 양반 등이 많이 살아 모양을 예쁘게 하고 오색의 고명을 얹은 국수장국과 비빔국수를 즐겼다. 밀로 만든 국수가 일반적이며 때로는 가늘게 만든 메밀국수를 먹었다. 남한에서는 국수를 따뜻한 면요리로 생각하지만 북한에서는 반대다. 오히려 찬음식인 냉면을 국수라 칭하고 따뜻한 것을 온면이라 부른다.

경기도에서는 칼국수나 메밀칼싹두기 등 국물이 걸쭉하고 구수한 국수를 즐겼으며, 서해안이 가까운 충청도 지역에서는 주로 굴이나 조갯살로 국물을 내 칼국수를 끓였다. 산악지방이 많은 강원도는 도토리, 메밀, 감자, 옥수수 등을 이용해 메밀 막국수나 올챙이 국수를 먹었다. 쌀이 많이 나는 전라도나 경상도 일부에서는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이용한 면 요리보다는 밥을 즐겼다.
경상도는 밀가루에 날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것을 밀대로 얇게 밀어 칼로 만든 칼국수를 조개나 멸치 국물에 먹는 제물국수를 만들었다. 경북 안동의 양반가를 중심으로 여름철에 손님 접대에 많이 올리는 향토 음식인 안동건진국수가 유명하다. 제주도는 해산물이 풍부해 이를 이용한 생선국수가 대표적이다. 특산물인 흑돼지를 고명으로 올린 고기국수도 아직까지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황해도는 겨울에 동치미 국물을 부어 만든 냉면과 밀국수를 즐겼다. 평안도와 함경도는 메밀을 이용한 냉면이 발달했다. 평안북도는 메밀의 주요 산지로 메밀을 주원료로 만든 평양냉면의 이름이 높다. 함경도는 메밀에 녹말을 섞어 반죽한 비빔냉면과 비빔국수를 먹었다. 특히 고추와 마늘을 섞은 다대기를 이용한 비빔면을 주로 섭취했다. 생선을 넣고 맵게 무친 회를 냉면 국수에 얹어 비벼 먹는 회냉면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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