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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효과없는 중증 난청 증가, 인공와우 시장 ‘들썩’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8-19 12:25:45
  • 수정 2020-09-14 12: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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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클리어·AB코리아·메델 3파전 … 2005년 보험 적용돼 수요 급증
인공와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중인 코클리어의 ‘뉴클리어스6’(왼쪽)오 그 뒤를 쫓는 메델의 ‘론도’[이미지1]최근 난청 환자가 꾸준히 늘면서 중이임플란트, 인공와우이식술 등 치료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보청기, 인공와우 등 난청 치료용 의료기기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전체가 들썩거리는 분위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국내 난청 환자는 2008년 22만2000명에서 2013년 28만2000명으로 연평균 4.8%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의 난청의 진단 빈도가 늘고 있다.


‘가는 귀가 먹었다’고 표현되는 난청은 달팽이관 속 유모세포와 청신경의 퇴행성 변화로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60세 이상에서 30~40%, 70세 이상에서 50~60%로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난청의 종류 중 청신경이나 달팽이관 안의 청감각세포가 손상된 감각신경성 난청(양쪽 귀의 순음 평균수치가 60㏈ 이하, 순음(純音, pure tone)은 단순한 홑소리로 어렵잖게 들을 수 있는 소리)은 치료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 1000명당 1~3명 빈도로 선천성 중증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견된다. 정상 청력으로 태어나더라도 가족력, 주산기(출생 전후기) 감염, 두개안면 기형, 두부외상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으면 6세 이전에 난청이 올 수 있다.

청각신경 자체가 손상된 환자에게는 인공와우(달팽이관)이식을 실시한다. 이 수술은 달팽이관 속 나성신경절세포와 말초청신경의 역할을 대신할 인공와우를 삽입한 뒤 전기자극을 줘 소리를 전달하는 것으로 1967년 그래미 클락 박사가 해변을 거닐다가 소라껍데기 속으로 부드럽게 들어가는 갈대를 보고 착안해 개발했다. 인공와우는 들어오는 모든 소리를 단순히 증폭하기만 하는 보청기와 달리 소리를 처리하고 최적화해 손상된 와우의 기능을 대체한다.

남성일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보청기로도 개선되지 않는 심도 난청인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돕는다”며 “인공와우를 귀 안에 삽입하고 음향처리기는 귀 뒤 머리 부분에 부착하는 방법으로 이뤄지며 생후 18~24개월 사이에 수술받는 게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수술은 작은 고성능 컴퓨터를 귀에 이식한 뒤 전기신호로 달팽이관을 자극해 소리가 전달되도록 한다. 인공와우의 내부장치를 측두골(옆머리뼈)에 위치시키고 귀 뒤쪽 유양돌기(꼭지돌기)를 열어 달팽이관을 노출시킨 뒤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 및 전기적 신경반응검사 등을 통해 삽입된 전극이 제자리에 자리를 잡았는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수술은 전신마취 후 3~5시간 소요되며 1주일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을 했더라도 정상인처럼 바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귀에서 ‘찌지직’ 하는 소음과 기계음이 자주 들리기 때문에 전문 청각사와 언어치료사로부터 소리를 조율하는 ‘매핑’ 치료와 언어 및 청각 재활훈련을 받아야 한다. 매핑은 인공와우이식수술 후 사용자가 외부기기와 인공와우를 통해 알맞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넣어준다. 일종의 지도(Map)를 넣어주는 작업이라는 뜻으로 매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자신의 시력과 안경렌즈의 도수를 맞추는 것과 같은 원리다.

수술 후 들리는 소리는 일반인들이 듣는 것과는 다르게 인식되므로 언어치료를 통해 인지하는 훈련을 받는다. 언어습득 전 청력 상실이 있었던 어린이는 여기서 말을 배우고 발음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통상 주 1~2회 실시하며, 맵핑에만 성인은 6~12개월, 어린이는 1~2년 걸린다.  수술 후에도 오랫동안 조율과 언어치료 등을 꾸준히 받아야 하며, 비용도 많이 드는 편이다.
수술 후 이식기 고장, 자석 이동, 안면신경마비, 피판괴사, 환부 감염, 전극위치 불량, 전극 노출, 뇌막염, 혈종, 이식기 노출, 알레르기반응, 두개내 출혈, 뇌척수액 누출, 이식기 이동 등 부작용이 5%의 비율로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1989년에 처음 실시돼 현재는 다수의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점차 시술 대상과 의료기관이 확대되고 있다. 인공와우 가격만 2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수술이지만 2005년부터 보험이 적용돼 환자는 검사부터 수술까지 약 4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인공와우이식도 완전한 치료법은 아니다. 음성을 수집·분석하는 라디오 크기 만한 체외음성처리창치를 귀에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귀가 작은 사람이나 유소아는 착용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분석된 정보에 따라 전기펄스를 생성하는 체내 임플란트 장치를 몸에 붙이고 다녀야 하므로 거추장스럽고 전원관리 등에도 신경써야 한다.

정밀도도 사람의 청각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1만5000개의 유모세포를 겨우 16~22개의 전극으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물론 재활훈련을 충분히 거치면 예민한 음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리는 80% 가량 알아들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기 불량이나 땀 또는 습기에 따른 외부장치 고장으로 인한 재수술이다. 보통 5년에 한 번은 장치를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인공와우 장치를 이식한 환자의 수가 2012년 기준 30만명을 넘어서면서 인공와우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전세계 인공와우 시장은 코클리어(호주), 메델(오스트리아), 어드밴스드바이오닉(미국) 등 3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이 중 코클리어가 약 60%대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140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국내 인공와우업체의 제조실적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코클리어는 2008년 한국 현지법인을 개설하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세계 25개국에 갖춘 네트워크와 호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으며, 현재 국내에서 약 70%대의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이 회사의 차세대 완전자동지능형 음향처리기인 뉴클리어스6(N6)는 강력한 마이크로칩을 사용해 음향처리능력이 기존 제품 대비 5배 높다. 음악을 듣거나, 시끄러운 곳 또는 조용한 곳에 있을 때 등 다양한 청취 환경에 맞게 자동으로 음향처리가 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일일이 수동으로 조절하지 않아도 최적의 청취효과를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코클리어 제품은 수술 후 실패율이 매우 낮고, 환자만족도와 편의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기에 쓰이는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인 커스텀사운드4.0(Custom Sound 4.0)는 청각 전문 의료진들을 위해 맞춤 디자인된 혁신적인 특징으로 인공와우 업계 최초의 데이터 기록 기능을 구비하여 인공와우 사용자 개개인의 청력을 최적할 수 있도록 의료진들에게 통찰력 있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인공와우 음향처리기가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청취 환경에서 작동되는지 모니터하고 기록할 수 있다.

국내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메델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일체형 인공와우 음향처리기인 ‘론도’의 판매허가를 획득,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론도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귀에 따로 착용하는 장치 없이 머리카락 속에 원형 어음처리기를 붙인 상태로 사용할 수 있어 착용 모습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특히 코일 케이블, 이어 후크, 배터리 팩, 코일 등 모든 액세서리가 하나의 장치로 결합돼 편의성이 향상됐다. 기존 제품은 소리 신호를 내부 임플란트로 전달하는 장치들이 외부로 노출돼 고장을 유발했고 이로 인해 환자의 불편함과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 
무선 리모콘을 이용해 음량과 감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구현됐다. 특히 환경에 따라 가장 적합한 청력을 찾아주는 ‘자동 음향관리 기술’과 ‘소리전달 기술(FineHearing)’을 바탕으로 하는 ‘오푸스(OPUS) 프로세서 테크놀로지’가 적용돼 미세한 소리까지 놓치지 않는다. 덕분에 사용자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국내 인공와우 업체들은 여전히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좁은 국내시장보다는 태국으로 대표되는 동남아시장과 칠레가 포함된 남미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코클리어 등 다국적기업이 소홀할 수 있는 특정 지역 환자의 청각 및 음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연구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첨단기술이 집약된 인공와우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하는 것은 재정적·기술적 한계가 따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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