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참치가 독점하던 국내 수산물 통조림 시장에 연어가 진출해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2013년 처음 선보인 연어 통조림은 출시 첫해 약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약 690억원대였다. 업계에선 올해 1000억원 매출 돌파가 확실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어는 수산물 통조림 3위인 꽁치(500억원)를 지난해 추월한 데 이어 올해는 2위인 골뱅이(1000억원)도 넘어서면서 1위인 참치(4000억원)를 추격할 전망이다.
식품업계에서 신제품이 출시된 지 불과 3년 만에 1000억원대 시장 규모가 형성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참치 통조림의 경우 1982년 국내에 처음 출시된 뒤 판매액 1000억원 고지를 넘는 데 8년이 걸렸다.
업계는 연어가 DHA 함유량이 많아 두뇌 활동에 좋고 지방과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 건강식품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탄 덕분으로 보고 있다.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참치 통조림보다 평균 가격이 20~25% 비싸도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1월 시장점유율이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후발 주자인 사조해표와 동원F&B가 공격적 마케팅을 펴면서 지난해 12월에는 50%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2, 3위 경쟁도 뜨거워 지난해 6월 2위였던 사조해표가 6개월 후인 지난해 12월에는 3위가 됐다.
연어는 크게 ‘대서양 연어’와 ‘태평양 연어’로 나뉜다. 국내에서 수입되는 연어는 대부분 대서양 연어다. 대서양 연어는 캐나다, 미국 동부, 노르웨이, 영국 등 대서양 전역에 걸쳐 서식한다. 태평양 연어는 치누크연어(Chinook), 서카이연어(Sockeye), 은연어(Silver), 홍연어(Pink), 첨연어(Chum) 등 다섯 종류로 나뉜다. 이중 치누크연어가 가장 맛있고 최상품으로 대접받는다. 홍연어와 첨연어는 통조림이나 비료용으로 많이 쓰인다. 한반도 주변에선 첨연어만 볼 수 있다.
태평양 연어인 치누크연어와 은연어는 대서양 연어처럼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태평양 지역은 조업시즌이 시작되면 연어 어획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 연어량에 비해 냉동처리를 할 공장이 부족해 잡은 연어를 다시 바다에 버리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자연산 연어조차 처리하지 못하다보니 일정한 생산량을 유지해 수입 및 매출관리가 편리한 연어 양식사업도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따라서 태평양산은 수출용이 거의 없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대서양 연어 양식도 초기에는 사업성이 좋지 않았다. 양식업자들은 태평양 자연산 연어가 대서양 자연산 연어처럼 환경오염과 남획으로 멸종될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을 지속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펼친 환경보호운동과 연어복원운동이 뜻밖에 성공을 거뒀고, 태평양 자연산 연어는 시장에 넘쳐났다. 이에 연어 양식산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으로 흡수되거나 도산했다.
1990년대 중반 전세계 연어 시장에 ‘초밥’과 ‘중국’이 떠오르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유럽 연어 양식 회사들이 반전을 맞이했고, 순식간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1980년 이전 서양인은 날 생선을 초밥과 사시미로 먹는 동양인을 미개인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초밥과 사시미는 북미와 서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외식메뉴로 떠올랐다. 중국도 서양과 마찬가지로 날생선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홍콩에서시작된 일식 열풍은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자연스레 연어도 중국 수산물 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연어는 살이 많고 생선 특유의 비린 냄새가 없으며 맛까지 좋아 훈제, 소금구이 등으로 먹어왔다. 국내 대형마트에서 손질돼 판매되는 연어를 구우면 삼치와 맛이 비슷하다. 품질로 따지면 중품 또는 하품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국내 연어 최대 산란지인 강원도 양양 남대천 일대에선 알을 낳으러 올라오는 연어를 잡아 조리해 먹었다. 하지만 산란기 물고기는 맛이 없어 대접받진 못했다.
연어의 산란기는 9~11월 사이다. 바다에서 강으로 가는 도중 물개와 상어의 좋은 표적이 돼 상당수의 어미 연어가 이곳에서 죽는다. 북미 지역에선 강으로 올라가는 연어를 곰들이 월동 준비를 위해 무자비하게 먹는다. 곰은 겨우내 버틸 지방 보충을 위해 연어의 껍질과 눈알만 먹어 치운다.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연어는 노르웨이에서 수입된다. 노르웨이는 청정자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수산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독특한 풍미와 부드러운 맛을 갖춘 연어를 전세계 14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노르웨이의 위생적인 생산시스템이 미디어에서 크게 부각되며 노르웨이산 연어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연어는 흔히 알을 낳으면 바로 죽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서양산 연어는 두세번 산란해도 죽지 않는다. 따라서 양식용으로 대서양 연어는 태평양산보다 경제적이다.
몇년전 노르웨이산 연어에 농약을 친다는 사실이 밝혀져 전유럽을 충격에 빠졌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료로 키워지는 연어는 ‘가두리양식’의 특성상 각종 전염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또 연어 양식장을 중심으로 바다 이(Sea lice)가 비이상적으로 기승을 부리며 연어 양식장에서는 농약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노르웨이 양식업자들은 극단적인 대책으로 농약의 일종인 디플루벤주론을 바다에 뿌렸다. 바다 이가 문제가 되자 항생제를 사용했지만 이마저 말을 듣지 않아 화학약품을 사용한 것이다.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농약 사용이 중단됐고, 지금은 제기됐던 문제가 대부분 해결돼 수출이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
연어는 칼로리가 매우 높은 생선 중 하나다. 100g당 150㎉로 소고기 등심(100g당 127㎉)보다 높다. 구울 경우 열량이 더욱 높아진다. 연어 속 불포화지방인 오메가3지방산은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많이 섭취할 경우 살이 찐다. 중금속 함량도 높아 임산부가 피해할 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연어 알은 크기가 크고 알알이 씹히는 맛이 좋아 식재료로 애용된다. 철갑상어 캐비어 대용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연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알을 많이 낳지 않는다. 게다가 대서양 연어를 제외하고 한번 알을 낳으면 바로 죽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