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는 여름철을 맞아 기력회복을 위해 수산물 3가지를 권장했다. 민어, 장어 등과 더불어 전복이 추천 수산물로 선정됐다. 전복에는 함황아미노산인 메티오닌, 시스틴, 타우린 등이 풍부해 간의 해복작용을 촉진하고 피로회복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던 음식 중 하나로 국내에서도 예부터 귀하게 대접한 수산물이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전복을 ‘복어(鰒魚)’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며 ‘살코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라고 적혀져 있다.
조선시대 제주도로 발령받은 관찰사는 한양으로 보낼 조공 중 전복에 가장 많이 신경썼다. 당시 귀했던 수산물이다 보니 주로 ‘죽’을 써 먹었다. 적은 양으로 한 가족이 나눠 먹기에는 죽이 가장 적절했기 때문이다. 이후 전복이 대규모 양식에 성공하면서 회, 구이, 찜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음식인 라면에도 넣을 정도로 많이 사람들이 즐기게 됐다.
전복은 연체동물문 복족강 원시복족목 전복과에 속한 동물이다. 수심이 5~50m되는 온대지방의 깨끗한 바다의 암초지역에서 흔히 보인다. 순우리말로는 귀처럼 생겼다고 귀조개로도 부른다.
전복은 전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주변엔 북방전복(참전복), 둥근전복(까막전복), 말전복, 왕전복 등이 발견된다. 북방전복은 가장 얕은 곳에 사는 종으로 전남 완도지역에서 많이 잡힌다. 말전복은 가장 깊은 곳에 서식한다. 왕전복은 오랫동안 말전복과 구분없이 취급되다 1979년 신종으로 분리됐다.
자웅이체인 전복은 외부 생식기가 발달되지 않았다. 북방전복의 경우 패각의 안쪽에 있는 생식선을 보고 암수를 구별한다. 생식선이 녹색을 띠면 암컷, 황백색은 수컷이다. 말전복은 패각의 색에 따라 암수를 알아본다. 푸른색 껍데기(수컷)는 육질이 단단해 횟감으로, 황갈색 껍데기(암컷)는 육질이 연해 가열 조리용에 적합하다.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껍데기는 1년간 2~3㎝ 정도 자란다. 전복의 머리에는 한쌍의 촉각(더듬이), 눈, 아가미가 있다. 전복은 위협을 느끼면 패각 속으로 더듬이와 눈을 집어넣은 채 바닥면에 달라붙는다. 이때 전복은 웬만한 힘을 가진 남성도 맨손으로 떼기 힘들다. 제주 해녀들은 ‘빗창’이라 부르는 납작하고 길쭉하게 생긴 쇠붙이를 지렛대 삼아 전복을 떼어 낸다. 제주도에서는 전복을 ‘빗’이라고 부르며 빗창은 전복을 따는 창을 뜻한다.
오분자기(오분작)는 전복과 생김새가 비슷해 오해하기 쉽다. 제주도 방언으로 떡조개라 불리는 오분자기는 전복류가 4~5개의 깔대기처럼 돌출된 출수공을 가진데 비해 7~8개의 평평한 출수공을 갖고 있다. 껍데기도 전복류보다 매끈한 편이다.
전복은 살부터 껍데기까지 버릴 게 없다. 특히 전복이 품고 키운 진주 중 가장 비싼 것은 약 1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전복 껍데기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무지개색은 탄산칼슘과 단백질이 번갈이 치밀하게 쌓인 구조에서 빛이 반사된 것이다. 나전칠기의 오색으로 반짝이는 부분은 전복 껍데기를 얇게 갈아 다리미로 펴서 붙여 세공한 것이다. 이를 자개라고 부른다.
내장에는 해초 성분이 농축돼 있어 맛, 향, 영양이 뛰어나다. 전복죽을 끓일 때 내장이 들어가야 초록빛 바다 색깔이 제대로 우러난다. 산란기(참전복 기준 9~11월)에는 내장에 독성이 있으므로 생식은 피하고 살짝 익혀서 먹는 게 좋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전복 껍데기를 살펴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고 매끈하면 양식, 따개비 등이 달려있으면 자연산이다. 양식과 자연산의 맛은 큰 차이가 없다. 일부에선 여러 생물을 먹고 산 자연산보다 다시마와 미역을 주식으로 한 양식의 맛이 오히려 낫다고 주장한다. 양식산은 맛이 단조롭다는 평가가 있지만 일반인은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수년된 자연산은 질기기도 하고 미감이 떨어져 굳이 비싼 돈을 치르고 구입할 필요성은 낮다.
전복은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피부미용, 자양강장, 산후조리 등에 효과가 좋다. 전복 속 다당류는 백혈구의 식균 능력을 활성화시켜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조개류는 피로해진 신경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시신경에 효과가 좋아 하루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장인이나 학생에게 적합하다.
전복은 성질이 차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잘 맞는다. 사상의학에선 전복을 태양인과 소양인의 음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4~5월 날씨가 따뜻해지면 전복의 내장에 독성이 생겨 내장을 생식하지 말아야 한다.
김달래 한의원 한의사는 “전복 껍데기인 석결명은 탄산칼슘이 90% 이상으로 유질질, 마그네슘, 철, 규산염, 유산염, 인산염, 요오드가 함유돼 있다”며 “석결명은 한약재로 사용되며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의 두통, 현기증, 시력감퇴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전복의 주 산란기는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다. 이때 산란한 알은 1주일간 바닷가 속에서 둥둥 떠있다가 크기가 커지면 포복생활을 시작한다. 전복은 부유생활 동안 먹이를 먹지 않으며 포복생활을 하면서 먹이를 먹는다. 이때 부착 규조류 등 작은 크기의 조류를 먹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해조류를 먹는다.
주된 먹이는 갈조류다. 갈조류가 무성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옮겨 다니지 않고 집단생활을 한다. 몸집에 비해 갈조류를 많이 먹는 편이라 다시마를 양식하는 어민은 전복을 매우 싫어한다. 일본에서는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을 최상품으로 친다. 국내 전복 양식장에선 대부분 다시마를 먹이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본의 입장에선 국내산은 최고의 품질을 가진 전복이다. 자연적으로 갈조류가 잘 보존된 독도, 완도 주변에선 전복이 풍부하고 맛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