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0명중 1명이 돌연심장사의 주원인인 협심증을 앓고 있는 가운데, 가슴통증 환자의 21.3% 변이형 협심증 양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백상홍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교신저자)·신동일 인천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제1저자)은 국내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특성과 예후에 대한 첫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변이형 협심증은 가슴이 조이거나 압박감이 오는 가슴 통증이 대부분 갑자기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져 진단이 어렵고 표준치료법도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팀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1개 국내 대학병원 심혈관센터에 가슴 통증으로 방문한 환자 2129명의 관상동맥 안에 카테터를 이용해 특수약제를 주입해 혈관이 경련에 의하여 좁아지는 유발검사를 실시한 결과 21.3%인 454명이 변이형 협심증 양성 환자였다.
변이형 협심증 환자를 24개월 동안 추적 관찰할 결과 0.9%인 4명은 심장사, 7명인 1.6%는 심각한 부정맥, 8명인 1.9%는 급성 심급경색증과 같은 급성관동맥증후군으로 조사됐다.
특히 동일기간 동안 유발검사에서 음성인 흉통환자에서는 심장사가 없어 변이형 협심증의 예후가 좋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이형 협심증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는 흡연, 지속적인 가슴통증, 여러 혈관에서 경련이 발생한 경우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협심증은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제대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생긴다. 수도관을 오래 쓰면 좁아지듯이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변이형 협심증은 스트레스나 흡연과 같은 자극으로 혈관에 경련이 생겨 혈관이 수축되며, 자극이 없어지면 혈관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마치 밤에 자다 근육에 쥐가 나서 꼼짝 못하다 근육이 풀리면서 증상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또한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의 심각한 동맥경화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혈관이 좁아진 상태가 지속되면 급성 심근경색증, 부정맥 등의 합병증이 생기고, 급성 심장사로 이어질 수 있다.
백상홍 교수는 “변이형 협심증은 서양보다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아시아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며 “이번 대규모 임상연구를 기반으로 향후 국내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진단 및 치료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이형 협심증은 안정시에는 통증이 없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같이 일시적으로 생겨 신경성이나 위장관계질환으로 오진되기 쉬우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생기면 재빨리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며, 특히 이번 연구결과 흡연은 고위험인자로 조사된 만큼 변이형 협심증 환자들의 금연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기관학술자매지인 JACC Cardiovasc Interventions(SCI IF 7.4) 지난 6월호에 게재됐다.
한편 백 교수는 일본, 이탈리아, 독일, 영국, 미국, 스위스와 공동으로 하는 변이형 협심증 국제 다기관 코호트 연구에 한국 대표로 4년째 참여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Cardiology)기관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SCI IF 15.2)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매해 유럽심장학회 직후 이틀간 변이형 협심증 표준진료지침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세계전문가 회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