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취하러 간 에스테틱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온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마사지숍 등을 찾았을 때 테라피스트에게 좋은 말을 듣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지 않아도 아프고, 힘든 몸을 이끌고 온 사람에게 ‘뭉쳐 있다’, ‘순환이 되지 않는다’ 따위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말만 듣기 십상이다.
이들은 자신이 지적한 문제가 살을 찌우게 만들고, 병을 키우며,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말한다.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라기보다 강압적인, 확신에 찬 말투다.
마음이 유약한 사람은 이같은 얘기에 지레 겁을 먹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선생님?” 걱정에 차 묻는 고객에게 테라피스트들은 한결같이 대답한다. “적어도 10회 이상 티켓을 끊으시면 많이 좋아지세요.”
지속적으로 마사지나 테라피를 받으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고 근육뭉침이 풀어져 보디라인이 매끄러워지고, 각질이 관리돼 피부결이 예뻐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때문에 민감하고 건조한 피부증상으로 괴로운 사람은 테라피를 받으면 즉각적인 보습과 진정효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마사지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몸을 순환시켜 피곤함을 덜고 이를 통해 미용효과를 얻는 효과를 낸다. 가령 몸이 심하게 틀어졌거나 피부트러블이 심각하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살이 많이 쪄 있다면 경락마사지에 의존할 게 아니라 식이요법에 나서야 한다. 에스테틱은 휴식을 주고 피부노화를 방지하도록 관리하는 곳이지 ‘문제를 고치는’ 곳이 절대 아니다.
의학 저널리스트인 앨런 커셀스는 저서 ‘질병의 사회학’에서 ‘이 세상엔 건강한 사람에 견줘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같은 시장구조는 제약사 등이 성장하는 데 큰 장벽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이를 뛰어넘기 위해 개척한 ‘블루오션’이 ‘건강한 정상인 시장’이라고 주장한다. 건강한 사람에게 ‘질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켜 약을 찾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겁주기 마케팅’은 비단 제약사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뷰티업계에도 상대방의 불안감을 콕 찔러 이익을 올리는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 적잖다. 초짜 테라피스트는 돌직구 방식을 활용해 상대방에게 반감을 사기 십상이다. 반면 베테랑의 경우 눈썰미 하나로 고객의 콤플렉스 등을 한눈에 파악, 조근조근한 말투로 문제를 지적하면 누구라도 귀가 솔깃해지게 된다. 외모가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잡다보니 자신이 ‘예쁘지 않다’는 사실은 어떤 말보다 공포스럽게 들린다. 최근 인터넷, SNS 등으로 건강정보를 접하기 쉬워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건강상식을 앞세워 더욱 겁주기 좋은 환경이 됐다.
에스테틱 등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 ‘임상’(臨床)이다. 자신의 ‘임상 결과’ 당신에게는 이런 테라피가 적격이다,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임상은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학을 연구하기 위해 병상에 임하는 일을 말하는 뜻으로 마사지숍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자신의 ‘임상’ 경험을 앞세워 쉬러 온 고객을 훈계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적잖다.
하지만 이럴 때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내세우는 ‘간 큰’ 사람은 거의 없다. 좀더 기분 좋은 관리를 받기 위해 간혹 불편함도 참아낸다. 실제로 불만을 얘기했다가 무성의한 테라피를 받은 사람도 있다. 의대생 유모 씨(26·여)는 “얼마 전 목이 너무 결려 참다 못해 근처의 에스테틱을 찾았다”며 “자꾸 자신의 말을 믿으라며 티켓팅을 하라는 말에 부담스러워 말씀하시는 부분과 통증은 큰 관련이 없다고 말했더니 ‘급 정색’을 하며 성의 없게 마사지를 해 준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남구 모 에스테틱 원장 신모 씨(30·여)는 “불만이 있다면 에스테틱 입장에서는 정확한 의사표현을 해주는 게 문제를 고칠 수 있어 더 감사하다”며 “만약 테라피스트 배정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요청해도 좋지만 어떤 부분이 불편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테라피스트뿐만 아니라 마사지를 받는 사람도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테라피스트에게 지켜야 할 에티켓은 두말할 것 없이 ‘시간 엄수’다. 원활한 준비를 위해 예약시간 10분 전까지 방문하는 게 ‘매너’다.
요즘은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되는 만큼 예약시간을 지키는 게 기본 에티켓이다. 늦을 경우 미리 전화하고 취소하고 싶다면 최소 하루 전날 이야기한다. 당일에 취소하면 다른 고객이 이용하고 싶어했던 금쪽 같은 시간을 뺏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 씨는 냄새나 향에 대한 에티켓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도 나타냈다. 식사 후 입술과 입안 청결을 위해 양치질을 하는 것, 두피 지압을 할 때 머리 냄새로 견디기 힘든 테라피스트를 위해 샴푸하는 것, 심신의 안정을 돕는 오일향을 느낄 수 있도록 향이 강한 화장품이나 향수는 자제할 것 등을 당부했다.
특히 ‘휴대폰’과 관련된 배려를 부탁한다는 테라피스트가 적잖다. 전화벨이 울려 고객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달라고 요청하면 난감하다. 항상 화장품이나 물기가 묻어 있는 손으로 전화기를 건네는 게 불편한 데다 마사지를 받으며 통화할 경우 간단히 끝내는 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전원을 꺼두고 테라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좋은 마사지숍을 고르는 첫 번째 팁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곳을 고르는 것이다. 가령 호텔 스파에서 휴식과 힐링에 중점을 둘 것인지, 도심 속 데이 스파로 스트레스와 통증을 케어할 것인지, 1주일 이상 머무는 데스티네이션 스파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할것인지, 메디컬 스파에서 전문의의 처방을 기대할 것인지 등이다. 물론 가까운 동네나 회사 근처의 에스테틱을 고르는 것도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또 숍의 화장품 수레와 화장품 용기의 청결 상태를 확인해본다. 일단 눈에 띄는 화장품조차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면 다른 것은 따져볼 것도 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 회사 제품으로 전문적인 관리를 하는 곳이 정통 스파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혼합 사용할 때 좋은 점도 있지만 제품의 성분이 서로 호환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며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할인 등의 조건이 좋다고 무조건 회원권을 끊지 말고 반드시 1회 체험을 한 뒤 티켓팅을 결정한다. 피부의 반응을 보고 제품이 잘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마사지압, 나를 위한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도 감지할 필요가 있다. 시설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피부뿐만 아니라 심리적 부분까지 관리해주는 테라피스트가 있어야 좋은 에스테틱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