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전달체계는 병원을 1단계 의료기관(1차 의원, 2차 병원·종합병원)과 2단계 의료기관(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구분된다. 이 중 2단계 의료기관은 중증환자에 집중해 치료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환자쏠림 현상은 여러 부작용을 야기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까지 지적한 감염병 관리문제, 의료소비 왜곡으로 인한 진료비 급증, 지역의료기관 감소로 인한 의료접근성 약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과 박하영 서울대 공대 교수팀은 상급종합병원과 1차 의료기관이 진료기록 공유 등으로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환자 진료비가 크게 줄고 의료전달체계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를 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의원급 협력병원 중 35곳을 진료기록 공유병원, 59곳을 비공유병원으로 나눠 환자 진료비를 비교했다. 진료기록 공유는 환자 동의하에 분당서울대병원 온라인 보안시스템을 통해 이뤄졌고, 비공유병원은 기존 방식대로 환자가 1차 의료기관에서 간단한 요양급여의뢰서를 받아 분당서울대병원에 제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2009년 6월~2010년 10월에 진료기록 공유를 통한 치료 1265건과 기존방식 치료 2702건을 비교한 결과 진료기록 공유시 환자 진료비는 약 13%, 처방 건수는 63% 줄어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환자의 처방, 검사기록, 치료 계획, 가족력 등 건강정보 전반에 해당하는 다양한 정보가 사전에 상급종합병원으로 전달되면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큰 병원으로 옮길 때마다 비슷한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현행 건강보험의 행위별수가제(fee-for-service) 하에서는 진찰, 검사, 처방 등 진료 건수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병원들이 환자기록을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며 “환자 진료기록을 공유하면 의료전달체계가 회복되고 환자 진료비도 크게 줄일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장려하고 진료정보를 교류하는 의료기관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수가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의료정보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국제의료정보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Informat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