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암을 예방하려면 하루에 5가지의 컬러푸드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면서 컬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컬러푸드는 빨간색, 노란색, 흰색, 검은색, 녹색 등이 포함된 채소와 과일을 지칭한다. 자연에서 재배한 과일·채소는 고유의 천연색소를 갖고 있다. 색깔 별로 각기 다른 성분의 영양소가 함유돼 있다. 이는 다양한 생리작용으로 건강을 균형있게 유지시켜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컬러푸드를 주상품으로 내세운 판매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 늘었다고 밝혔다. 판매자들은 컬러푸드가 지닌 효능에 초점을 맞춰 영양을 배가시킨 식품을 내놓고 있다.
컬러푸드는 암과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피토케미칼(phytochemical)을 함유하고 있다. 피토케미칼은 식물을 뜻하는 피토(phyto)와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칼(chemical)의 합성어로 식물속 모든 종류의 화학물질을 통칭한다. 이는 식물 생장을 돕고 미생물,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 들어가면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
빨간색은 식욕을 자극하고 강렬한 인상을 줘 패스트푸드점을 상징하는 색으로 주로 이용된다. 음양오행 중 화(火, 불)에 해당하는 색으로 인체에 심장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식품으로 토마토, 붉은 고추, 자몽, 수박, 석류, 대추, 팥, 딸기, 사과 등이 꼽힌다.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과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체내의 불필요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혈관 및 심장의 기능을 강화시키며 혈액순환을 돕는다. 이외에 노화방지, 혈당저하 등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붉은색 식품이 모두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팀이 미국 국립과학원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가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기에 붉은 색을 내는 환원 헤마틴(헤모글로빈 색소 성분)은 장 내벽을 손상시켜 각종 염증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장 속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제를 복용하면 암 유발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란색은 오행 중 토(土, 흙)에 해당해 모든 생명력의 바탕이 된다. 노란색 음식은 겨울철에 효능을 발휘한다. 대표적으로 유자, 파프리카, 바나나, 호박, 고구마, 강황 등이 있다. 유자는 추위로 인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 생기는 중풍, 심장마비 등 예방에 효과적이다. 파프리카, 바나나 등에 함유된 비타민C는 동맥경화와 감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호박과 고구마속 카로티노이드는 항산화물질로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 베타카로틴은 건강한 세포를 유지시켜주고 위장 기능을 높인다.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져 수술 및 출산후 부기를 빼는 데 좋다. 대부분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줘 겨울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강황은 담즙 생산을 돕고 어혈을 풀어줘 생리불순을 겪는 여성에게 좋다. 오렌지, 레몬, 귤 등에 풍부한 비타민A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흰색은 금(金)에 해당하며 인체의 방어막을 의미한다. 흰색 음식들은 대부분 햇볕을 받지 못해 광합성이 이뤄지지 않은 뿌리채소들로 이뤄져 있다. 고유의 향과 매운맛을 가진 것이 많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유해물질을 체외로 방출시키고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호흡기질환에 효과적이어서 봄철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할 때 목건강에 도움이 된다. 항알레르기·항염 기능이 탁월하다. 대표적으로 버섯, 감자, 마늘, 양파 등이 있다.
버섯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없고 나트륨 함량이 낮다. 셀레늄, 칼륨, 리보플라빈, 비타민D 등의 함유량은 높다. 셀레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성분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는 작용을 한다. 마늘은 버섯과 마찬가지로 음식의 맛을 더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음식의 비린내를 없애고 식욕을 돋군다. 마늘 속 알리신은 강력한 항균작용으로 혈류의 흐름을 돕는다. 양파에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 케르세틴이 들어있어 관절염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일부에서는 중국인들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서도 살이 안 찌는 이유가 양파라고 주장한다. 양파는 혈액순환을 돕고 성인병 발병을 낮추며 지방을 소모시킨다.
건강을 지키려면 흰 음식은 피하라는 말이 있다.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흰빵 대신 통곡밀빵을 먹으라는 것이다. 정제된 흰쌀은 비타민, 섬유소가 제거된 단순 탄수화물이며 밀가루도 제분과정에서 영양소가 모두 떨어져 나간다. 설탕은 체내 칼슘을 배출시켜 뼈를 약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소금은 고혈압, 당뇨병, 신장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검은색은 오행 중 수(水)에 해당하며 봄의 기운을 반영한다. 식품이 검은색을 띠는 것은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이 성분은 수용성 플라보노이드 색소로 아로니아베리, 포도, 블루베리, 가지, 검정콩, 깨 등에 풍부하다.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예부터 한방에서는 신장을 원기의 근본이며 음기와 양기의 본산으로 여겼다. 검은색 음식은 신장에 주로 작용한다. 신장이 허약하면 기력이 쇠퇴하고 정력이 떨어지며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믿었다. 조선 임금 중 장수한 편에 속하는 숙종은 오골계, 흑염소, 검은깨 등 블랙푸드를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특히 검은깨는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검은깨 단백질은 머리카락의 주성분인 케라틴의 원료이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뜨린다.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산모가 젖이 잘 나오도록 한다.
녹색은 오행 중 목(木)에 해당하며 봄의 기운을 반영한다. 새로운 것을 자라나게 하는 힘이 있고 뻗어나가는 새싹의 모습처럼 뭉쳐있는 것을 풀어지게 한다. 체내의 중금속 성분 및 유해물질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양소가 많이 함유돼 있다. 푸른잎의 엽록소인 클로로필은 조혈작용을 도와 빈혈예방에 좋다. 엽록소의 분자구조는 혈액의 것과 비슷해 ‘녹색의 혈액’으로 부른다. 체내에 잘 흡수돼 항균, 해독, 항알레르기, 항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엽록소에 풍부한 섬유질은 대장건강에 이롭다. 섬유질이 수분을 흡수해 장 운동을 자극해 변비를 예방·개선한다. 장내 비타민 B군 합성을 촉진하고 유독가스 발생을 막아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클로로필은 지나치게 가열하면 색이 변하고 효과가 약해져 생으로 먹는 게 좋다. 녹차의 주성분인 카테킨은 항산화, 항암효과가 있다. 녹색의 매실은 음식과 혈액속 독소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 시금치와 쑥갓에 풍부한 칼슘, 철분 등은 세균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