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9주까지 ‘배아’, 이후엔 태아 … 2억개 정자 중 1개만 수정, 35주부터 탄생 준비
300만~500만년전 지구상에 인류가 처음 등장했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다. 이들은 두 발로 걸으며 간단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후 인간은 지혜가 발달하며 불을 사용하며 음식을 익혀먹었고, 빙하기에도 추위를 견뎠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계 인구는 약 72억4400만명으로, 서기 1년 2억5000만명에 비해 약 35배 이상 증가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임신기간이 긴 편이다. 의학계에서는 266일로 정하고 있다. 여성에게서 하나의 성숙한 난자가 생성되는데 평균 28일이 소요되고 남성의 정자는 80~90일 주기로 생성된다. 임신은 크게 배란, 수정, 착상 등 3단계로 나뉜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평생 사용할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 정자가 매일 새로 생산되는 것과 반대다. 난자는 자궁 양쪽 두 개의 나팔관 끝에 붙은 난소에 나눠 보관된다. 태어날 때 약 200만개인 난자는 해가 거듭될 수록 줄어 사춘기때는 40만개가 남는다. 월경이 시작되면 난자는 매달 한 개씩 방출된다. 여성의 몸에서 평생 배란되는 난자의 갯수는 약 400개다.
인간 생명은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여성의 질 속으로 들어간 60㎛ 크기의 정자는 난자를 만나기 위해 1초에 자신의 길이만큼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난소에서 성숙된 난자는 매달 적당한 날짜(배란일)에 맞춰 나팔관을 따라 내려와 난관으로 이동한다.
정자는 머리와 꼬리로 구성돼 있다. 머리에는 유전자 물질이 가득하다. 사정을 통해 2000만~2억개의 정자가 여성의 질 속으로 보내진다. 이중 약 15%는 기형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이들은 임신시킬 능력이 없어 기형아를 낳게 하는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대부분 난자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죽는다. 여성의 질은 산성을 띠고 있어 80% 이상의 정자는 견디지 못하고 도태된다. 강한 정자만이 산성 상태를 견디고 자궁 입구에 도달한다.
자궁에 도착하더라도 자궁경관의 점액전(粘液栓)이 정자를 막는다. 이는 끈적끈적한 성분으로 세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점액전을 지난 정자는 자궁 양쪽에 위치한 난관의 팽대부까지 헤엄져 올라간다. 이 구간을 지나가기까지 약 2시간이 걸려 중간에 포기하고 죽는 정자가 많다. 난관에는 늘 바깥쪽으로 소량의 점액이 흐르고 있어 정자는 역행해 힘겹게 거슬러 나가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난관까지 도달한 500~600개의 정자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주름이 많은 점막으로 구성된 난관벽 사이에서 정자는 난자가 오기를 기다린다. 이 사이에 정자는 백혈구에게 먹히기도 한다. 수정은 나팔관 끝 부분에서 이뤄진다. 난자의 생존기간은 약 24시간이며 정자는 4일이다. 이 사이에 둘이 만나지 않으면 모두 허무하게 죽는다.
난소에서 터져 나온 난자는 정자와 달리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난관의 점액을 따라 자궁 쪽으로 접근하다 제일 먼저 달려오는 정자를 만난다. 이때 정자는 머리 부분에서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 효소가 분비된다. 이 효소는 난자를 감싸고 있는 표면을 녹이고 정자는 난자 속으로 들어간다. 이때 정자의 꼬리는 떨어져 없어진다.
난자 속으로 정자가 들어가면 다른 정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과립막 반응이 생긴다. 난막을 뚫고 들어온 정자는 몇시간 동안 난자의 핵 옆에서 머무른 다음 핵과 합쳐서 단핵 수정란이 된다. 수정란은 난자의 23개의 염색체와 정자의 23개의 염색체가 합쳐진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생명체로 분열되기 시작한다.
수정란은 수정 후 3~4일 후에 자궁에 도달한다. 2일이 지나면 자궁내막에 착상하게 된다. 개인에 따라 호르몬 분비가 적절하지 못하거나 지연되면 7일이 걸리기도 한다. 이 시기부터 수정란은 분할된다. 매일 2배씩 늘어나 6~7일 후에 포배기단계까지 이른다.
수정이 된지 3주까지는 산모도 임신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길이 0.4~0.5㎝, 무게 1g 정도로 성장하며 영양을 공급받는 태반이 발달한다. 물고기와 같은 긴 꼬리를 갖고 있고 4개의 아가미를 가져 ‘배아(胚芽)’로 부른다. 임신 9주(3개월)이 지나면 비로소 ‘태아(胎兒)’로 부른다.
임신 4~7주가 되면 태아는 성별, 피부색, 머리카락 모양 등 대부분의 유전형질을 갖고 있다. 머리가 몸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눈의 색소 침착도 이뤄진다. 뇌가 생기기 시작하며 신장, 심장, 손가락, 발가락 등도 성장한다. 크기는 4㎝에 이른다.
8~11주의 태아는 4~6㎝ 정도로 눈꺼풀, 코, 귀가 생기며 뇌의 기능도 완성된다. 태아는 입, 손가락,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 심장과 신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이때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아 심박박동을 들을 수 있다. 태아의 외부 성기 발육도 시작된다.
12~15주가 된 태아는 눈, 코, 턱 등이 윤곽을 갖춰 사람 얼굴과 근접해진다. 근육이 발달해 팔다리가 두꺼워지며 눈썹, 속눈썹, 손톱, 발톱, 머리카락 등이 모두 생긴다. 심장의 활동이 시작돼 온몸이 혈액이 돌기 시작하며 아기의 심장소리를 청진기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남녀 생식기 구별이 확실해진다. 태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온몸에 솜털이 난다. 15주 말이 되면 아기의 크기는 12cm에 달한다.
16~19주가 되면 산모는 태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초음파검사를 통해 완전한 형상의 태아를 볼 수 있다. 심장박동 소리가 강해지고 간뇌가 발달해 엄마의 감정을 태아도 똑같이 느낀다. 망막이 발달해 빛의 자극에도 반응한다.
20주가 지나면 태아는 몸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 양수의 양이 늘어나 자유롭게 움직인다. 뼈대가 갖춰져 X선으로 태아의 골격이 측정되기도 한다. 머리카락이 짙어지고 눈썹과 속눈썹도 자란다. 피부는 쭈글쭈글하며 모든 장기가 발달하고 태아의 몸무게는 600g, 크기는 25~30㎝가 된다.
24~27주 사이에 태아는 급격하게 성장한다. 키는 약 38㎝, 몸무게는 1㎏에 이른다. 피부색이 점차 붉어지며 몸집도 통통해진다. 태아는 밤과 낮을 구별하게 되며 청각이 발달해 산모의 목소리를 알아 들을 수 있다.
31주가 되면 태아의 골격이 거의 완성되고 감각기관도 완전히 발달합니다. 태아는 머리를 골반 아래로 향하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양수 속에서 횡격막으로 호흡 연습을 하기도 한다. 몸에 지방이 늘어나고 힘도 한결 세진다.
35주의 태아는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자궁내에서 등을 펴거나 움직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자라 움직임이 둔해진다. 폐가 거의 성숙해져 이때 세상 밖으로 나와도 생존할 수 있다.
36~39주가 되면 내장기능이 원활해지고 근육도 제법 발달된다.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지고 손톱도 자라기 시작한다. 몸에 살이 오르며 40분 주기로 잠자고 깨는 생체리듬이 생긴다. 이 시기가 지나면 태아는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