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성과 남성의 성욕은 반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은 혈기왕성한 10대 중반~20대 전반에 걸쳐 성욕이 왕성하다. 여성은 이와 반대로 20대 초반에 성에 관심을 갖고 30대 중반 무렵부터 서서히 성욕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이는 여성과 남성의 해부학적 구조와 심리적 변화가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4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행위와 만족도를 조사한 29개국 국제연구 결과 여성의 76%는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관계가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응답한 사람의 57%는 ‘연령이 증가하면서 성관계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에 반대했다. 하지만 이같은 견해에 배치되게 국내 기혼 여성의 40%는 성기능장애를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욕은 넘치지만 말 그대로 ‘몸이 따라 주지 않는’ 상황이다.
젊은 여성은 대개 성적 자극을 받으면 15~30초 안에 성적 흥분이 일어나 질분비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40대 이후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은 질분비물이 나오려면 평균 4~5분이 필요하다. 질 수축과 및 확장에도 장애가 일어난다. 질이 수축하지 않거나 분비물이 나오지 않아 오르가슴을 느껴도 어딘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고 성욕이 저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질분비물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성교통이 나타나 성생활이 고통스럽게 변할 우려가 있다”며 “성교통은 성관계 전후, 혹은 도중에 발생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통증으로 빈도는 39.5%로 보고되지만 실제로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당연시하고 방치하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2011년 미국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 젊은 여성에서 비교적 성교통이 흔하지만 지식이 부족하거나, 성생활 문제로 병원 찾기를 꺼려 치료가 지연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신 원장은 “여성은 출산 등을 겪으며 질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여기에 질건조증, 방광통, 요실금, 과민성방광, 자궁 및 난소의 혹 등은 성교통을 유발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대다수는 부부관계 시 아픈 게 당연한 줄 알고 무조건 참으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참다 참다 결국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성교통을 유발하는 의외의 요소가 질염이다. 실제로 폐경기 여성의 50% 정도는 질염과 성교통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부부관계를 가질 때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지면 산부인과 등을 찾아 상담받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게 최선이다.
성교통 치료지침은 이미 정립돼 있다.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치료에 임해야 증상의 악화 정도를 늦추고,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상대방과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심리치료나 부부상담 등으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신체 변화로 인해, 성관계를 버거워하면 간단한 치료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치료가 ‘질성형’이다. 흔히 이쁜이수술로 알려져 있으며 성감을 개선하고 외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시술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단순히 질점막을 절제해 봉합·축소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런 경우 질 및 골반근육의 재이완이 빠르게 나타나는 게 한계다. 요즘엔 레이저를 이용해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는 게 대세다. 질점막 아래에 실리콘링을 삽입하는 임플란트 질성형이나, 황후수술처럼 늘어진 질 일부를 잘라내지 않고 질강 내로 밀어넣어 융기된 주름처럼 돋아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신용덕 원장은 “최근 절개 없이 이뤄지는 이쁜이수술이 유행하지만, 아직까지 늘어진 질점막을 전혀 잘라내지 않고 ‘완벽한’ 질축소수술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호산여성병원은 봉합수술을 시행하되 필요에 따라 임플란트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환부에 레이저를 쏘아 통증 없이 질 및 골반근육 이완을 치료하고 있다.
신용덕 원장은 “여성수술로 원형을 되찾으려는 것은 여성의 당연한 욕망으로 받아들여야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며 “최근엔 인식이 바뀌어 건강한 성을 영위해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령이 증가한다고 해서 성생활의 중요성이 감소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여성 스스로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