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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주일에 한번은 ‘1인 1닭’ … 대구 달서구는 치킨집 천국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7-20 09:22:38
  • 수정 2020-09-14 12: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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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산 AI 영향, 브라질산 최다 수입 … 토종닭은 의미 없어, 1960년대 이후 대량 사육
여름은 시원한 맥주에 바삭한 치킨을 곁들인 ‘치맥’(치킨+맥주)의 계절이지만 정작 치킨값이 2만원에 육박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치킨의 주재료인 닭고기 도매가격이 떨어졌지만 치킨값은 요지부동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닭고기 연간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1987년 1인당 3.7마리에서 2002년 8.9마리, 2012년 12.9마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이 축산물 소비촉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수도권의 20∼69세 주부 500명과 1인 가구 성인남녀 4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2.6%)이 1주일에 1회 이상 닭고기를 먹고 있었다.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12.45㎏에 해당한다. 이중 32.7%가 치킨으로 닭을 즐겼다. 닭의 크기는 ‘적당하다’는 의견이 66.1%였지만 ‘작다’는 응답도 30.3%였다. 특히 20∼30대 및 아동이나 초·중·고생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닭의 크기가 더 컸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시판되는 닭의 크기는 서서히 작아지고 있다. 부화 후 한 달쯤 지나 닭의 무게가 1.5㎏쯤 됐을 때 시장에 내보낸다. 다소 어린 닭을 지칭하는 ‘영계’가 더 부드럽고 맛있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등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보름 정도를 더 키운 후 2.5~3kg에 이르렀을 때 판매한다. 이에 관계자들은 40일쯤 된 닭고기가 가장 맛있다고 귀띔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2분기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사육 닭은 약 1억1048만9000마리로 1년 전보다 약 6.7%(689만6000마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량이 증가하다보니 육계 가격도 하락해 지난 13일 서울 기준 닭 한마리(1.4㎏) 가격은 1600원으로 지난해 초복(2014년 7월 18일)보다 200원 저렴했다. 업계는 사육된 닭이 늘어나고 수입산이 증가한 것으로 가격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수입된 닭고기는 미국산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미국산 닭·오리 등 가금류와 가금육 수입을 금지해 브라질산이 미국산을 제치고 최다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지난 4∼5월 브라질에서 수입한 닭고기 중량은 총 약 2만3518t으로 전체(2만4506t)의 약 96% 수준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9061t)보다 약 2.6배(159.6%)로 증가한 수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닭고기 수입량은 약 12만5000t로 2013년 대비 약 3만t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고기 약 28만510t, 돼지고기 27만3888t 등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이지만 국내 닭고기 자급량이 75%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적은 수치는 아니다.

닭은 생후 170~200일이 지나면 번식능력을 갖으며 연간 100~220개의 알을 낳는다. 현재 주로 기르는 닭은 3000~4000년전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 들닭(野鷄)을 길들여 가축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닭의 선조인 들닭(멧닭)에는 말레이시아·인도·인도네시아·중국 남부지방에 사는 적색들닭과 인도대륙 중부와 서남부에 사는 회색들닭, 실론군도에 사는 실론들닭, 자바섬에 사는 녹색들닭 등이 있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약 500억마리의 닭을 도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미국이 약 19%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 15%, 브라질 11% 순이다. 종교·문화적으로 기피되는 생선, 돼지, 소 등과 달리 육식을 금기시하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먹는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돼지를 기피하는 이슬람교, 오징어를 안 먹는 유대교 등 여러 종교가 부딪히는 지역에서 양고기와 더불어 반드시 먹는 육류다. 

국내에서 닭이 사육된 정확한 시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라시대 시조 설화에 닭이 등장하고 중국 문헌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 한반도에 꼬리가 긴 다섯자(약 115㎝) 길이의 세미계(細尾鷄)가 있다는 기록을 통해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육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 김알지 탄생 신화에 흰닭이 등장하고, 여기에서 ‘계림(鷄林)’이라는 국호가 파생되기도 한 것으로 보아 신라는 닭을 신성시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고구려 사신도와 백제 금동대향로의 주작도 유달리 볏이 크고 꼬리가 길며 날개가 짧아서 전형적인 닭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 토종닭은 말레이반도가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다.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왔다는 게 다수설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토종닭은 진정한 의미의 토종닭이 아니다. 국내에서 사육된 닭은 일제강점기 서양으로부터 들여온 여러 품종의 닭과 교배된 잡종이 대부분이다. 법적으로 7세대 이상 기존의 닭들과 혼혈돼 토착화된 닭은 토종닭으로 분류한다. 순수 토종닭으로 분류되는 것은 1994년부터 축산과학원에서 전국의 닭 중 토종닭의 유전자를 가졌다 분석한 것을 모아 교배시켜 복원한 것이다.

국내에서 닭이 대량으로 재배된 것으로 1960년대 이후다. 농수축산물이 일본 등 외국으로 수출되면서 닭도 덩달아 많이 키우기 시작했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닭의 유통도 전보다 쉬워졌다. 

치킨의 인기가 식지 않으니 치킨집도 쉴새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전국에 약 3만6000개의 치킨집이 영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약 71%(2만5000개)가 프랜차이즈 치킨집이었다. 2012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집 중 최강자는 BBQ(36.1%)였다. BBQ의 대표이사가 한국외식산업협회장을 맡을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의 말 한마디에 국내 외식산업이 휘청거린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어 교촌치킨(13.9%), 네네치킨(9.0%), 페리카나(8.4%), 굽네치킨(6.4%) 순이다. 

대지면적 기준(평균 상권 170m 기준)으로 치킨집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 달서구로 나타났다. 이곳 상권에는 472개의 치킨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진안군은 4개로 전국에서 치킨집이 가장 적었다. 국내 치킨집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지난해 방영된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덕분에 중국내 치킨집에서는 최소 2시간은 줄을 서야 치킨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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