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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을 버티는 ‘화중군자’ 연꽃 … 연잎·연밥 등 버리는 부위 없어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7-13 10:59:21
  • 수정 2020-09-14 12: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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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자육, 불면증·설사 치료에 효과적 … 연근, 비타민C 풍부하고 소화기관 보호
연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사찰에서 주로 음식의 재료로 사용한다.비가 내리는 장마철 연못을 바라보면 분홍 연꽃과 녹색의 연잎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연꽃은 예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힐링 매개체로 여겨졌다. 특히 종교적으로 연(蓮)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불교에서 연꽃은 종교를 상징한다. 부처가 앉아있는 불상 대좌는 대부분 연꽃 모양으로 되어 있다. 매년 석가탄신일이 되면 연꽃 모양의 등이 절을 방문하는 불자를 반갑게 맞는다. 연꽃은 부처의 자비와 지혜를 나타내는 식물로 대접받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부활, 영생 등을 상징했고 힌두교의 최고신 중 하나인 브라흐마도 연꽃에 앉아 있다.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는 ‘애련설’에서 연꽃을 군자로 표현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깨끗하고 향기로움을 갖춰 세상의 풍파메 얽매이지 않은 군자같은 풍모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유가에서는 연꽃을 세속을 초월한 듯 청아함과 고결한 모습을 갖췄다며 ‘화중군자’라 부른다. 

연의 원산지는 인도와 이집트다. 중국의 호남성과 복건성은 주산지로 이름이 높다. 국내에서는 대구 인근 반야월이 연꽃 산지로 유명하다. 수련과의 다년생 식물로 꽃잎, 잎사귀, 열매, 뿌리 등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연잎은 뿌리에서 나와 물 위에 높이 뜨는 데 지름이 약 40㎝의 둥근 방패모양이다. 잎자루에는 가시가 있으며 꽃은 여름에 핀다. 국내에서는 주로 못에 연을 키워 연이 자라는 못을 연못이라고 불렀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사찰에서 주로 음식의 재료로 사용한다.

연의 열매는 연자육(蓮子肉)으로도 불린다. 가을철 성숙해진 연밥을 채취한 뒤 종자를 빼고 건조해 약재로 사용한다. 한의학에 따르면 연자육은 맛이 달고 떫으며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면증이 생기거나 위장 기능이 허해 장기간 설사가 멈추지 않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신장기능이 약한 경우에도 쓰인다.

전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철분, 칼슘, 인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성장 발육기 어린이, 노인, 환자 등에게 좋다. 기억력을 높여주고 머리 회전력을 높여 치매예방 효과가 있으며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붙는 것을 예방한다. 하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배가 더부룩하고 대변이 굳거나 변비가 있는 경우는 좋지 않다. 

연밥(연씨)은 생명력이 대단하다. 중국에서 1000년 이상 묵은 씨앗이 발아됐으며 망치로 때리거나 불로 지져도 멀쩡히 역할을 다한다. 2009년 경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연씨인 아라홍년이 2010년 700여년만에 꽃을 피워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연밥 속에는 다량의 전분과 옥소우신수닌(oxoushinsunine)이 들어 있다. 각종 연구결과 옥소우신수닌은 비인암(鼻咽癌)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밥의 녹색배아에 함유된 리엔시닌(liensinin)은 혈압을 떨어뜨리고 히스타민을 방출해 말초혈관을 확장한다. 

연잎은 ‘하엽(荷葉)’으로 부르며 더위와 습기를 물리치고 출혈을 멎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머리와 눈에 쌓인 풍과 열을 맑게 해주는 효능을 지녔다. 특히 출산 후 몸이 붓고 어지러울 대 달여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근은 아삭한 식감으로 인해 간장조림, 튀김 등에 사용된다. 대구 반야월 연근은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이른 봄 파종하면 늦가을 진흙 속에서 빠져나와 ‘진흙 속 보물’로 불린다.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품종은 3~4종에 불과하다. 재배는 간단하지만 진흙 속 땅속 줄기를 상하지 않게 수확하려면 노하우가 필요하다. 조선시대 율곡 선생이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여의고 오랜 실의에 빠져 건강이 상했을 때 ‘연근죽’을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뿌리채소로는 드물게 비타민C가 풍부하다. 연근 100g에는 약 55㎎ 정도의 비타민C가 들어있다. 이는 레몬 1개와 맞먹는 양이다. 각종 단백질과 무기질 등도 풍부해 피부건강, 피로회복, 체내 독소제거 등에도 효과적이다.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변비에도 좋다. 비타민E와 철분 함량이 높아 노화를 늦춰주며 불임을 예방하는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근내 뮤신은 소화기관을 보호하고 위장질환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선 ‘술독을 풀고 식후나 병후에 열나고 목마른 것을 멎게 한다’고 설명한다. 술자리 이후 속쓰림과 숙취에 힘들다면 연근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은 현대인의 만성질환인 위궤양이나 위염을 예방하는 데 좋다.

연근은 손질해 놓은 것보다 흙연근을 사는 게 좋다. 손질한 연근을 구입할 경우 연근 특유의 향 외에 표백제 등 약품냄새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흙이 적당히 묻어 있되 양쪽에 마디가 있고 너무 굵거나 길지 않은 게 좋다. 껍질에 흙이 많이 묻어 있으면 썩거나 흠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근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으면 속이 희고 부드러우면 절편의 동그란 구멍과 크기가 일정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연근은 자르고 난 후 식초를 몇방울 떨어뜨린 식초물에 담궈야 변색을 막는다. 쓴맛이 강해 데친 후 찬물에 오랜시간 우려낸 후 조리해야 한다. 껍질을 벗긴 연근은 식초물에 담궈 냉장보관하고 흙이 묻어있는 연근은 신문지에 싸 야채칸에 넣으면 약 2주 정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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